IWC Big Pilot Bar - 찬란한 유치함

IWC Big Pilot Bar - 찬란한 유치함

나름의 브랜드로 장사를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이 사업에 엮인 사업자들이 딱했다. 리치몬트코리아-법인명 그렇다-, 롯데백화점.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걱정이 없는 이들을 위해, 남들보다 내가 낫다고 인정받기 위한 사치를 파는 곳들이 아닌가? 그런 곳들이 내놓는 제품이 이런 수준이라니.

일단 1층이 아니라 의류 매장이 밀집한 층에 위치해 있어 기본적으로 항상 거의 비어있는데, 그 덕인지 접객원들 역시 빈 매장에 익숙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 FoH 직원들의 숙련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므로 넘어간다 치더라도, 이 음료 한 잔은 참 딱한 맛이었다. 어리숙한 분자요리 기술과 게이샤에 대한 맹목성을 동시에 담아 만든 음료였는데 게이샤를 썼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가운데의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의 즐거움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였으므로 위아래로 어설픈 흉내를 얹었다. 찻잎의 향을 흉내내는 거품, 커피의 과일 노트를 노골적으로 레퍼런싱하고있는 하단의 과일 당조림 모두가 그렇다. 그렇지만 커피는 향으로만 완성되는 음료가 아니다. 온도와 마우스필 기타 무수한 디테일이 그려내는 그림이 있는데 이 음료가 모사하는 게이샤의 해상도는 24px정도의 두꺼운 모자이크만 같다. 모양이 아름다운가? 초보자가 만드는 푸스 카페와 다름 없는 음료에 아름다움을 느낄 이 누구인가. 초보가 만들었다고 하면 격려의 박수를 주겠지만 프로가 내야 할 물건은 아니다.

일종의 가벼운 음용성을 위해서인지 음료는 얼음까지 얹어 차게 만드려는 가운데 정작 잔은 칠링하지 않아 여유를 즐기기도 어렵고, 조금만 온도가 높아지니 싸구려 진로 토닉 유사 물건들의 특유의 맛이 올라와 기분을 찌른다. 기획자들이 바라는 바가 콧속을 찌르는 듯. 이게 럭셔리의 진실이야. 물론 누군가는 반박할지도 모른다. 인하우스 무브먼트 수준이 떨어지는 IWC는 리치몬트의 기함이 아니니까, 한국에는 거의 유통조차 되지 않는 진짜 고급품 게이샤가 아니니까. 진짜 럭셔리의 세계는 따로 있는거야. 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그 귀신만 좇아다니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