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피자 - 부풀어 오르다

잭슨 피자 - 부풀어 오르다

우리 동사로는 하나의 동사로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유럽 언어로는 방법이 두 가지나 된다. 하나는 범 게르만어군의 방식으로 영어(swell), 독일어(schwellen), 네덜란드어(zwellen)이 같은 방식을 공유하고 둘은 라틴어의 후손인 프랑스어(gonfler)나 이탈리아어(gonfiare)가 공유하는 방식이다. 후자의 어원은 con-(함께)+숨쉬다로 이루어져 형상을 본딴 말이라는 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는데, 잭슨 피자의 피자가 어느 정도 그런 모습이었다. 원리를 따지고 들자면 반죽이 공기를 머금는 것은 아니지만, 피자 반죽은 숨을 들이마신 것처럼 부푼 모습이었다.

막대한 양의 일회용품을 배출하는 것이 환경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생활에 큰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배달 음식은 멀리하는 편인데, 잭슨 피자는 홀이 있기야 하지만 작정하고 배달을 노린 컨셉트라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배달로 주문하였다.

잭슨 피자의 큰 특징을 요약하자면 1인용 크기, 기름에 튀기듯 익힌 도우, 상당한 자극에 의존하는 토핑이다. 대부분 토마토 바탕에 가공육을 쏟아넣듯 만드는 방식인데 기름이 고온에 익으면서 끝부분이 바삭하게 익은 토핑이 도우의 바삭함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인 미국식 도우보다 수분을 조금 더 잡으면서 잘 부풀어오르게 만들었는데, 덕분에 약간의 빵 향기가 있어 즐겁다. 치즈를 두껍게 까는 편이 아니기에 도우가 더욱 부각되는데, 아무래도 토핑의 자극이 상당하기 때문에 여운을 오래 가져가고 싶은 느낌은 아니다. 이미 완성된 느낌의 피자임에도 남은 도우를 처리하기 위한 랜치 소스에 미국식 피자라는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의 고추 부스러기까지 끼워주는 실정이므로 피로에 피로가 겹쳐 여러 피자를 맛보기는 어렵다. 최소한 필스너같은 맥주는 맞추어 져야 합이 맞을 성 싶다.

여러모로 남다른 설정임에도 특이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지점도 있어 소비자로서는 환영할 만한 선택지이다. 불필요한 소스 등을 전부 빼면 피자 박스와 고정용 삼발이만 처리하면 되는 것이 피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반갑다. 다만 마르게리타를 저런 방식으로 만든 이유는 모양이 예뻐보이라는 것 이외에는 설명되지 않는데, 페페 에 그라니의 마르게리타가 되고 싶었을지는 모르나 적당히만 끓은 토마토가 지나치게 몰려오는 탓에 특유의 도우마저도 역부족일 때가 있다. 조금 더 점잖은 맛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면 여럿이 작은 사이즈를 시켜 나눠먹기 딱 좋을 것이다.

  • 잭슨 피자는 정용진 씨가 좋아하는 피자로 언론 등지에 소개되고 피코크 PB제품으로 나온 바 있는데 그쪽과는 아주 딴판이다(그쪽은 오뚜기 냉동피자가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