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허토르테

자허토르테

비엔나의 호텔 자허에서 하루도 묵어보지 않고 자허토르테를 논하다니, 자격 없다! 스스로 그리 생각하면서도, 이 독특한 초콜릿 케이크에 대한 내 사랑은 꽤 오랜 세월 지속되었다. 두 '자허'의 권리관계에 대한 논쟁, 전설적인 외교관 메테르니히와 연관된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는 내려놓고, 오늘은 살구와 초콜릿으로 이루어진 '단순함의 위대함'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자허의 이름에 대한 권리를 가진 호텔 자허에서는 자허토르테의 공식 레시피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 전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당장 사용하는 초콜릿 커버춰에 대해, 단순히 55% 이상의 커버춰를 사용하라고 하고 있을 뿐이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현대적인 스펀지케이크의 형태는 19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자허토르테의 탄생도 그 즈음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과연 그때의 초콜릿은 지금과 다르지 않은가? 초콜릿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린트의 '콘칭' 발명 이전의 초콜릿은 지금과 다른, 코코아버터가 지금처럼 풍성하지 않은 진한 쓴맛과 견과류의 향을 지닌 재료였을 것이다. 초콜릿의 함량에 대해서도, 우유를 초콜릿와 섞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 자체가 19세기 후반에나 일어나는 일이므로 백분율 표기따위는 존재했을리 만무하다. 카카오의 산지 자체도 남미에서 서아프리카로 축이 이동했던 시절이라는 것까지 생각하면, 초콜릿 그 자체를 위한 케이크에서 그 초콜릿이 다를 수 있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물론, 이 레시피가 오로지 19세기의 카카오만을 위한 레시피는 아니며,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옅은 여운과 더 강한 단맛을 가진 현대의 커버춰에게 레시피가 맞지 않는다면 고쳐 쓰면 그만이다.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맛을 탐하기 위하여 이 케이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레시피를 다소 추상적으로 이해해보자. 스펀지에도 초콜릿을 넣고, 단단히 굳은 초콜릿 글라사주의 벽으로 진한 초콜릿의 맛을 즐기는 케이크고, 살구 잼은 당시에는 모자랐을 스펀지의 단맛을 보충하는 동시에 오스트리아 제과의 역사를 드러낸다. 독일 독일어(;)에서는 아랍어에 뿌리를 둔 단어 애프리콧을 음차하여 사용하는 반면, 오스트리아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마릴레Marillle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살구에 대해서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한 변경백국에서는 다른 전통을 가지고 있다. 굳이 수많은 과일 중 살구인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현대의 자허토르테는 단맛이 고르게 퍼져있지만, 살구 잼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부스러지며 입안에서 녹아드는 글라사주 뒤에 부드럽게 잘리는 스펀지의 달걀과 버터가 녹아들 때의 감촉이 여전히 자허토르테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생각건대 좋은 자허토르테라면, 지나치게 먹기 편한 것보다는 스펀지도, 글라사주도 여전히 초콜릿이 진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빈의 방식처럼 이 케이크를 즐기는 방법은 우유 거품을 잔뜩 띄운 멜랑슈Melange를 곁들이는 것인데, 케이크가 이미 유지방을 충분히 머금고 있다면 굳이 커피까지 이런 걸 마실 필요가 별로 없다. 물론, 오스트리아는 카푸치노(합스부르크의 장례식이 바로 그 카푸친에서 거행된다), 카페 아인슈페너의 발상지이기도 하므로 단지 그들이 커피에 다양한 방식으로 우유를 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본래는 서울에서 자허토르테를 열심히 찾아 먹은 다음 예전의 바닐라 타르트처럼 다뤄볼 생각이 있었지만, 좋은 자허토르테는 커녕 그냥 자허토르테 자체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더라도 살구 잼을 썼는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미완의 결론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점, 양해를 구한다.

도쿄 DEMEL의 자허토르테.

날씨가 추울 때 항공운송으로 받아보는 방법 외에 가장 원본에 근사한 무언가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은 일본에 진출한 데멜의 자허토르테를 통하는 것이다. 원본 자허토르테도 판매하지만 이렇게 작은 것도 있다. 물론, 작을수록 글라사주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나는 그런 점에서 통상의 스프링폼 크기로 만든 조각이 더 좋은 자허토르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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