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옥 - 을지로 공장에서

장만옥 - 을지로 공장에서

하여간 비좁은 공간에서 뭘 많이 먹었는데 원래는 관련하여 쓰려 하지 않았다. 그런 블로그를 그만 보고 싶은 것이 독자로서의 나의 마음이기 때문에 나도 그런 글을 쓰지 않는 것이다. 마시는 물 한 잔까지 정보 제공이라는 명목 하에 사진과 동영상을 제출하고 마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글은 영역을 지킴으로서 유지된다고 믿는다. 서두에서 방어적인 문구로 시작해 말미에는 아주 타협 불가능한 의견이 써있는 경우 독자는 혼란에 빠진다. 물론 개인의 감상 자체를 막으려는 것은 아니다. 내면에서 형성되는 양심에 감히 누가 제동을 걸겠는가? 그러나 저자, 특히 남의 것을 두고 가타부타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비평의 저자라면 스스로에게 최소한의 엄격함을 지녀야 한다. 아무튼 비용을 들여서 먹었기 때문에 조회수든 좋아요든 회수하기 위해 올리는 태도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만옥」같은 가게에 대해서는 일말 언급하지 않는 것이 본지의 편집 지침과 일반적으로 부합한다. 일단 들쭉날쭉하기는 하지만 줄이 없는 곳도 아니거니와 을지로라는 환경이 음식의 질에 대한 논의 자체를 무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마다 비교적 특이하되 특별하지는 않아보일 정도의 외관으로 경쟁하는 가게들이 가득 들어찬 가운데 음식 역시 다들 그런 식이다.

이외에도 조리 방식이 다른 요리들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 좋은 점이라면 서울에서는 여전히 희귀종이라 할 수 있는 강한 조미였다. 산동식 마늘쫑면은 술집의 탄수화물로서 할 수 있는 기능을 온전히 다하고 있었다. 온갖 매운 요리들 역시 매운맛이 관심을 끌지만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선명한 짠맛이었다.

문제는 갖은 요리 중에도 이 무신경한 닭튀김이었다. 메뉴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드는데 요리로서 완성도는 가장 위태로웠다. 나는 닭튀김 따위에 왜 집착하는가? 닭고기를 넓적한 모양으로 펴내 튀기는 방식(炸鸡排)의 유행은 대만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정확히는 제작자와 매장까지 공인되어 있다. 중화민국 행정원 농업위원회에서 2006년 鄭姑媽小吃店의 오너 郑光荣의 레퍼런스를 인정하면서 요리의 탄생 비화까지 보도자료를 써서 알렸다. "그렇기 때문에 오리지널이 기준점이 된다"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애초에 원본은 닭가슴살을 쓰고 나머지 부위는 그냥 튀겨서 파는 간단한 노점이다. 닭다리살을 썼으니 발전적으로 계승했다 하고 싶지만 조미의 방식은 원본보다 열악하다. 튀김 자체도 바쁜 가게의 튀김솥에서 전형적으로 관찰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한국식 유린기와 대만 음식 사이에서 주방의 간편함을 먼저 생각한 완성의 방식이 마음에 걸렸다.

이쯤 되면 굳이 대만, 혹은 흐릿한 정의로 중화 요리일 필요 자체가 있을까 싶은 가운데 과연 이른바 상권이라는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글을 밀어올리게 된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이들은 무엇을 원하기에 이렇게까지 몰리는가. 유명세라는 것도 물리 법칙이 작용해서 질량이 커지면 그 자체로 다시 무언가를 끌어들여 확대재생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을지로는 단순히 그 예시에 불과한 것일까? 모호한 맛있음/맛없음 또는 좋음/나쁨이라는 개념만 반복되는 가운데 식탁에서 우리는 항상 어디까지 적당히 속아줄 것인가의 게임만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덜 속고 잘 속이면 미식가요 외식사업가고 잘 속는데도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경지에 이르면 인플루언서든 블로거든 하게 된다. 그 속에서 알다가도 모를 맛집은 뜨고 또 진다.

언제나 말하지만 이상한 예술혼같은걸 좇다가 같이 굶자는게 아니다. 애초에 그런 방식으로만 예술이 가능하다는 것도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때때로 지나치게 현실 친화적인 요리를 보면 아찔하다. 외식 사업 전문가들은 영원히 아마추어들을 비웃고 요리의 가치는 이익의 기준으로 상하가 나뉜다. 방탕하고 멋진 인생을 사는 이들은 참으로 주인공같지만 그렇다면 방 한 켠에서 비참하게 늙어 죽는 역할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뉴욕의 콜로니 클럽과 더 콜로니를 아시는가? 미국 최초로 돔 페리뇽을 판매한 명사들의 놀이터였다. 이런 것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으며 굳이 남을 필요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굳이 나까지 보탤 이유는 없지 않겠나.

  • 결론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 장만옥의 몇몇 요리는 나쁘지 않고 좋은 축에 속하는 것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