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본공수 NH160 퍼스트 클래스 탑승기

전일본공수 NH160 퍼스트 클래스 탑승기

작년에는 스위스항공 취항을 기념해 ICN-ZRH 노선의 일등석을 탑승했는데, 올해는 HND-JFK편의 일등석을 탑승하게 되었다. 본래 뉴욕에 들른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지만, 그 목적은 이루지 못하고 대신 여행기를 올리니 저번처럼 가볍게 즐겨주시길 바란다.

오전 출발, 오전 도착인 NH110편이 일정을 소화하기에 유리하다면 NH160편은 밤 출발, 밤 도착으로 장거리 비행편에서 잠을 자고 시차에 적응하기 좋은 일정이다. 일등석에서 이것저것 서비스를 누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NH110편을 선호하겠지만, 나는 오전에 도쿄 레이오버를 즐기는 것으로 대신했다.

하네다공항 제2터미널은 ANA 전용 터미널로 매우 한산하기 때문에 전용 보안 검색대도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새로 개장한 ANA 스위트 라운지는 SFC 제도 때문에 상위 티어 보유자가 많은 것을 의식한 듯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데, 나중에 다루도록 하자.

HND-JFK 노선에 고정 투입되고 있는 B777-300ER.

구마 겐고가 디자인한 실내는 목재, 그리고 좌식생활이라는 일본 주거의 특징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데, 통상적인 일등석 시트보다도 좌우로 반 뼘 정도 넓은 공간, 와시를 바른 미닫이문을 본뜬 슬라이딩 도어 등에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인터페이스에서도 비즈니스를 위한 준비가 충실하게 갖추어져 있다. 아래 수납 및 충전 공간이 있는데, 의도는 알겠으나 사용하기 곤란한 HDMI 단자와 유럽-한국식 잭도 호환되는 유니버셜 충전 단자, 그리고 USB-C 단자가 갖춰져 있다. 기왕 큰 스크린을 갖췄으므로 HDMI 케이블을 연결해서 가지고 있는 저장장치를 큰 화면에서 보라고 의도했겠지만, 막상 영상물을 저장해둔 iPad는 HDMI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효용은 없다. 이걸 타기 위해 HDMI 기기까지 준비해 오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이 날에는 없었다.

결국 일본 미디어를 보는 데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날 탑재된 샴페인은 171eme KRUG. HND-JFK 선에는 아주 가끔씩 무작위로 빈티지가 탑재되기도 하는데, 당연하게도 내게 그런 행운은 온 적이 없다. 잔은 본래 플루트를 사용하지만, 올리비에 크루그의 전언을 따르자. "절대 샴페인을 플루트에 마시지 마라. 그건 귀마개를 하고 오페라를 듣는 것과 같다."

여전히 젊지만 약간은 다스려진 신맛, 입천장을 타고 들어오는 브리오슈, 섬세한 거품의 질감. 잘 다듬어진 전형미.

기내식이라는 방식이 가지는 한계를 생각하면 따지고 드는 것이 무의미한 영역이 많기 때문에, 짚어야 할 지점에 대해서만 짚어보자. 첫째는 현대에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옛스러운 서비스 방식. 식기는 바깥 쪽부터 쓰고, 소금과 후추를 항시 식탁 위에 비치하는 서비스는 분명 오늘날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이다. 둘째는 소스와 스프의 질감. 주방이라고 부를 것이 없으니 질감을 마무리할 수가 없다. 전문적인 주방에서도 어느정도 프렙을 하는 것은 맞지만, 마무리 과정에서 얻는 것이 열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등석 기내식의 서비스의 전형이라고 하면 블리니 등 전통 컨디먼트를 곁들인 캐비어와 이 쇠고기 스테이크가 있다. ANA는 일식과 친하지 않은 캐비어를 배제하여 후자만 존재하는데, 넉넉한 크기의 쇠고기가 식사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것도 정말 이제는 찾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수준과 가격이 올라갈수록 선보이려는 요리의 종류가 늘어나니 쇠고기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쇠고기가 없으면 식사 취급을 하지도 않는 서울에서마저 그렇다!

ANA라면 당연히 일본 치즈가 있을 줄 알았으나 의외로 치즈는 모두 프랑스였다. 블루 도베르뉴보다는 흥미로운 블루 치즈를 싣지 않은 것이 뭇내 아쉽다.

디저트의 경우 스위트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ANA 오리지널 칵테일의 맛의 연장선에 있다. 여름이라 특히 이렇게 한 것 같은데 ANA 오리지널의 아쉬움이 크다.


잇푸도 비건 라멘에서 ANA 오리지널로 바뀌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라운지부터 기내까지 라멘 일색이기에 물리는 감이 있다.

위스키는 전부 셰리 뉘앙스로만 실려있는데, 근래 보틀에 대한 막대한 의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Macallan (The)의 인상이 훨씬 강하게 남는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패자의 운명.


ANA 'The Suite' 일등석은 압도적인 하드웨어와 값비싼 주류로 무장하여 정상 수준의 서비스 레벨에서 경쟁하고 있다. 다만 NH160 야간 편의 경우 밤에 출발하고 밤에 도착하는 항공편이기에 기존에 정해진 서비스 시간표를 따르면 식사 루틴에 많은 문제가 생기므로,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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