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츠겐 - 숙성육 튀긴 돈가스

지츠겐 - 숙성육 튀긴 돈가스

돈가스의 명성을 듣고 송도국제신도시로 향한 것은 아니지만, 가는 차량 안에서 이미 나는 이곳의 돈가스를 다짐하고 있었다. 찬 바람 아래 가게 오픈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는 정도로 명단의 가장 위에 이름을 쓸 수 있었고, '누룩 드라이에이징 난축맛돈 특상로스' (KRW 32,000)를 선택할 수 있었다. 들리는 거리 안에서 이 메뉴의 주문이 끊겼으므로 보편을 위한 경험이라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오로지 돈가스와 드라이에이징의 관계와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식사를 상정하고 있었다.

현대적인 드라이에이징이 시작된 서양권에서 말하는 '누룩 숙성'이라고 하면, 첫째로 그 재료는 쇠고기가 일반적이고(이는 드라이에이징이라는 방식 자체가 그렇다), 둘째로 인위적으로 누룩을 덧발라 짧은 시간 안에 장기간의 드라이에이징을 모방할 수 있는 효소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본래도 전분과 단백질의 분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니 마찬가지로 단백질을 효소로 분해해 맛의 변화를 노리는 드라이에이징과 유사한 방향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고, 실제로 48시간 정도의 단기간에 드라이에이징의 효과를 모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누룩은 본래 곡물에 사용하기 위한 것인만큼 전분을 분해하기 위한 효소가 주를 이루고, 그 효과과 활성화되는 온도의 범위도 육류의 드라이에이징에 사용되는 것과는 다르다. 부차적인 요소에 그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통상적인 드라이에이징에 누룩을 약간 펴바른 상태로 진행하는 '누룩 드라이에이징'을 교육하는 특정 전문가가 있고, 아마도 그에게 교육을 받은 듯 이를 내세우는 가게를 여러 곳 볼 수 있다. 그 전문가의 영향을 받은 곳들은 에이징 방식이 거의 일률적이므로 눈치껏 알 수 있는데, 나는 이 돈가스도 같은 영향권 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이징과 누룩이라, 이론적으로 보면 연화작용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드라이에이징 특유의 풍미에 핵심이 되는 효소가 누룩서는 주된 효소가 아니기에 일반적인 드라이에이징에 비해 특유의 풍미가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수분이 적고, 지방이 많으며 특유의 진한 맛이 생긴 고기를 튀겨내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자.

좋은 점부터 말하자면, 드라이에이징을 통해 돈가스 고기에 개성을 불어넣는 방식, 마음에 든다. 소금만 얹어 첫 한 점을 먹었을 때 분명한 존재감, 소스 없이 먹어도 즐거운 고기의 진한 감칠맛이 다가온다. 이미 수분을 상당량 상실했기에 빠르게 퍽퍽해질 수 있는 등심 부위를 저온에서 튀기는 방식으로 살려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드라이에이징한 고기가 돈가스에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고 싶지는 않다. 고기의 적절한 처리를 넘어, 상당량의 원육 손실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돈가스가 원육의 맛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요리라거나, 그것을 추구하는 요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장 문제되는 지점은 지방의 밸런스다. 튀김은 기본적으로 원물을 보호하면서도 튀김옷에서 마이야르로 인한 감칠맛을, 그리고 기름을 머금어 지방맛을 더하는 조리법이다. 지방이 풍성한 부위를 사용하고, 의도적으로 위의 덩어리 지방까지 함께 맛보는 설정에서 튀김옷이 더하는 지방은 이미 무너진 균형을 가속화한다. 좁은 종지에 고기를 비비거나 젓가락으로 말돈 소금을 들어 끼얹는 방식 중 어느 쪽도 무너진 균형을 되살리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 드라이에이징한 쇠고기는 소금과 후추로 간결하게 간 하는 것이 선호되지만, 통비계가 붙은 채로 한 번 튀겨내기까지 한 고기는 같은 방식으로 빛내려면 제공량을 극히 적게 가져가야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아무리 열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식사가 진행되며 지방이 압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즉, 같은 경험으로 한 그릇을 완성하는 형태의 요리에 적용할 만한 견해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이 적은 돈가스와 함께 구성해-예컨대 '나리쿠라'의 방식처럼 코스로 내는 경우-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지만, 그런 요리로 한 끼 식사를 완성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하지만 취지는 이해하며, 위와 같은 문제를 극복할 카레가 있다는 점이 우리를 안심시킨다. 버터나 루의 존재감이 크지 않은 카레, 그리고 뿌리채소의 쓴맛이 있는 국물로 고귀한 지방의 험준한 산맥을 넘어 한 끼니를 완성할 수 있다.

기왕이면 조금 더 맛있는 고기를 튀겨내면 더 맛있는 튀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시도는 높이 산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그렇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양배추 샐러드는 가르니튀르로 역부족이고(이것으로 해결하려면 모 프랜차이즈처럼 한 무더기씩 주어야 할 것이다) 강한 힘을 가진 레드 와인도, 진하게 졸여낸 소스도 없다. 한 입이 맛있고 기억나는 요리와 한 끼니가 즐거운 요리 사이에서 조금의 고민을 더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오히려 강한 단맛을 맞춰 내는 메이플 시럽이라던지, 추가로 제공하는 절임 야채까지 이미 여러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지만 더 극적인 게임 체인저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돈가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그런 가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할라피뇨와 깍두기는 경험의 전체적 해상도를 해치는 수준이다. 페루산 통조림 할라피뇨는 섬세한 맛을 추구한다면 들여서는 안될 객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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