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소바식당 산 - 메밀꽃은 피는가?

주간소바식당 산 - 메밀꽃은 피는가?

일본 유래의 한 그릇 요릿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촌 풍경은 언제나 복잡한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음식의 맛에 대해서도 그렇다. 근방의 직장인들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피안의 장소를 찾아 향하는 곳들 중 한 곳이 경복궁 근방이 아닌가.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내일에 대해 생각한다.

「주간소바식당 산」에 오래도록 발길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이곳의 음식이 이곳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돈가스의 소스다. 데리야키를 떠올리게 하는 기묘한 소스는 익숙한 단맛, 즐거운 감칠맛으로 이곳의 요리를 다시 찾게 만든다. 고기에도 염지를 하지만 조리의 결과물들이 조립되어 나타나는 그림은 소스에 있다.

돈가스로 인기를 얻었지만 세월이 흘러도 어쨌거나 소바 메뉴도 계속 나오고 있다. 소바자루에 올리는 소바, 여름에는 냉소바, 겨울에는 종종 단백질 올린 것... 소바에 대한 열정, 그리고 소바의 만듦새는 어찌저찌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돈가스와 소바를 세트로 먹게되는 시점에서, 일본의 소바를 한다는 관점에서는 NG다. 어째서인가? 소바는 메밀을 먹기위한 극단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도(道)로 통하는 그곳에서 소바 먹기 또한 하나의 의식일 수 밖에 없다. 젓가락은 반드시 그 자리에서 반으로 갈라야 하며, 면 그 자체를 맛본 뒤 약한 고명으로, 다음에는 조금 더 담뿍 찍어서, 와사비를 넣어서.. 단계를 올라가며 그 세심한 풍미들을 고루 즐긴다. 담뿍 찍는다고 해서 흥건할 정도로 담그고 있거나 젓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깊게 넣어도 안되고, 먹을 때는 단숨에 후루룩すすって 빨아내어 치아에 끊기기 이전에 식감을, 그리고 마찰하며 풀리는 향기를 즐겨야 한다. 커핑하는 것과 썩 비슷하다.

왜 이런 짓거리를 하는가 하면 그 안에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메밀을 먹는 재미다. 밀가루가 탄성에 기여하지만 듀럼 등 단백질이 풍성한 밀을 쓰는게 아니기에 풍미의 축은 메밀이다. 좋은 메밀의 구수한 향기가 주인공이 되고, 차차 입이 피로해짐에 따라 맛을 첨가하며 즐긴다. 결국 메밀을 사랑하고 즐기는, 메밀과 살아가는 이들의 음식인 셈이다.

물론 일본인들만 메밀을 즐기지 않는다. 메밀은 빈자의 오랜 친구다. 나 또한 세대를 거쳐 살기 위한 메밀을 곱씹어왔고 그 덕에 메밀의 미식이라는 생각 자체를 이해해주지 않는 이들도 자주 접했다. 다른 동네는 다른가. 누벨 퀴진 시대에 이르러서야 브르타뉴의 메밀도 빛을 보았다. 올리비에 벨랭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브르타뉴식 크레페는 과거 촌뜨기들의 상징이었다. 부끄러운 시절을 청산하고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쓰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아이스크림으로 빚을 정도이니.

오늘날 곤궁으로부터 멀어진 도회인으로서 메밀을 다양한 형태로 맛볼 수 있는 것은 축복같지만 메밀을 씹고 있자면 축복과 함께 저주도 내렸다는 느낌이다. 면의 식감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소바로서 즐기는데 큰 무리 없고 내는 상태 또한 괜찮다. 그러나 결국 먹다보면 도로 사이드로 돈가스가 붙은걸 시키고 있다. 입안의 빈칸에 기름을, 고기맛을, 짠맛을 채워넣는다. 극으로 치달아야 할 메밀의 맛이 흐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바를 먹으러 와서는 돈가스 소스에 박수를 치고 떠나는 기현상을 스스로 반복하고 있다. 메밀의 후예로서 언제나 희망을 찾아보지만 글쎄.

단순히 메밀의 비율 문제라고 할 것인가? 메밀의 품질 문제일수도 있다. 명산지가 아니면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들과 메밀보다 밀이 많으면서 메밀면이라고 팔아대는 공산품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한다. 천하디 천하던 메밀따위를 왜 이렇게 맛보려고 하는지 반문할 사람들 많겠지만, 어쨌거나 그게 맛있다고, 좋다고 하는 요리인데 메밀이, 메밀가락이 신통치가 않다. 정확히 어디를 손봐야할지는 막막하다. 과연 이 메밀은 출하할 때는 괜찮았는데 계절을 잘못 탔는가, 아니면 보관이 잘못되었나, 반죽의 레시피가 문제인가... 도대체 이 메밀 하나 먹자고 무슨 고생을 해야하는가. 개탄스럽다. 이러는 와중 나가노에서는 대표적인 품종들을 최근에 개량해서 싹 갈아엎었다. 기르기 좋은 것만 따지는게 아니라 클로로필 함량-즉 착색-, 휘발성 성분과 유리아미노산 등의 함량 따위도 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