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다소바 - 타이완 마제소바

칸다소바 - 타이완 마제소바

정기적으로 들러주시는 독자라면 제목만 보고도 놀라셨을 것이다. "줄 서는 곳은 안 올린다며!" 이곳은 경복궁역에 위치한 지점이 아닌 잠실 롯데에 위치한 지점이다. 물론 더 한가한 매장들에 비하면 항상 붐비는 편이나, 백화점 매장 특성상 피크 타임만 살짝 피하면 어렵지 않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헐레벌떡 찾아가지는 않으므로 세 번째 메뉴인 이에케 라멘은 항상 품절이고, 어차피 느지막히 불어닥친 유행 때문에 있는 메뉴가 아닌가 생각하면 이곳을 상징하는 메뉴는 여전히 두 종류의 비빔면이다. 그중에서도 과연 고민을 하게 만드는 메뉴가 이 마제소바이다.

일본의 간판을 내걸고 서울에 출점한 멘야하나비와 칸다소바, 두 곳은 명실공히 마제소바라는 형식을 대중적인 무대로 끌어올린 곳임은 분명한데 과연 이 요리에 대해 우리는 어디까지 생각해 보았는가? 하나비는 애초에 마제소바의 총본산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기에 '개량형의 개량형'이라 할 수 있는 칸다의 마제소바를 두고 생각해본다.

다진 돈육을 고명으로 올리는 나고야의 코토치 라멘에서 영향을 받은 마제소바는 일견 쇠고기를 볶아 넣는 볶음고추장을 활용한 비빔밥과 큰 다름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섬유질의 온존을 미덕으로 하는 한식 비빔밥과 달리 젓가락으로는 먹을 수 없는 정도로 잘려 향을 더할 뿐인 야채의 다듬는 방식, 그리고 어분이나 잘개 쪼갠 김과 같이 날달걀을 매개로 녹아 면에 흡착하는 방식의 적극적인 채용이다. 비빔밥은 고추장의 풀기에 더해 밥알이 뭉개지며 나오는 아밀로펙틴 등 녹말이 더해져 마제소바에 비해 끈적이기에는 좋은 환경이지만 그 점성에 무언가가 따라붙는다는 감각은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면은 나름 매끔한 촉감을 유지하면서도 표면은 끈적거려 뒤적이는 과정에서 흩뿌려놓은 맛이 달라붙게 되는데, 여기에 흔히 국물 없는 면이라는 인식과 달리 비비기 전에 면을 들추어보면 얕게 액체가 고여있어 나름의 역할을 더한다. 비빔밥에도 된장찌개가 유화제 노릇을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체는 마셔볼 요량은 아니었기에 소량의 돈코츠 스프이거나 면을 잘 털어내지 않아 남은 면수라 짐작할 뿐. 하여간 나름의 윤활제 역할을 하기에 총체적으로 '조리'를 완성하는 과정은 다행히 수고롭지 않게 끝난다.

그렇지만 이 음식이 과연 나머지의 요소들을 제하고 나서 정교하게 만들지 않은 돌솥비빔밥 따위보다 과연 좋은 식사를 제공하느냐 하면 의문이다. 비빔밥 양념과 타이완식 양념 사이의 귀천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오색찬란한 시각적 자극과 달리 맛은 흑백으로 묘사하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평이함을 유지한다. 중간에 식초를 뿌려 먹은 뒤 밥으로 접시를 코팅하듯 남은 파 따위를 닦아 먹도록 되어있지만 생각건대 진작 식초를 동원해 모자란 조미를 채우고 접시를 기울여 닦을 일이 없도록 애를 쓰는 것이 최선이다.

결국 이런 한 그릇 끼니, 개중에서도 스프에 기대지 않는 끼니의 핵심은 탄수화물의 조미에 있으며 마제소바의 문법은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흥미를 크게 자극하지 못한다. 길쭉함을 간직하고 있는 나물의 병렬형식에서 벗어난 분말이나 잘개 썬 야채는 나름대로의 초월을 꿈꾸지만 식탁 위의 의식을 통해 그 꿈을 이루기에는 면의 두터움 아래 눌리는 형상이다. 남은 것은 스프 관리가 없다는 점에서 착안한 착실한 대중화-프랜차이즈화-인데 조리의 측면에서 다음은 과연 등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