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펙션 바이 포 시즌스 - 지미 불레이

컨펙션 바이 포 시즌스 - 지미 불레이

보통 글로벌 호텔 체인의 APAC 지역의 F&B 분야는 약간 빠져나갈 수 없는 늪의 느낌인데, 시장 자체는 나름 거대하지만 딱히 지역에 유력한 경쟁 상대가 없는 경우가 많아 요리사나 바텐더 등 실무자에게는 경쟁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싱가포르나 홍콩 등 특별한 도시들이 있기는 하지만 탑-다운 방식으로 형성된 APAC 지역의 호텔 주방에 대해 나는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그 와중에 포 시즌스 서울의 새 파티셰가 일본, 그것도 일본 힐튼에서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짐짓 놀랐다. 지원을 한 사람이나 받아준 쪽이나. 대우도 그렇고 여러가지 생각이 있었겠지만 그동안 다른 서양 파티셰들과 계약을 하고 또 그들을 보내면서 컨펙션도 결국 장부상으로 매상이 나오는 이상 품질에 대해서는 최소한만 유지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는데 파격적인 인사로 내 예상을 깼다.

그가 서울에서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추연한 빙수였으나 케이크 진열대에는 밀푀유를 채웠다. 과거 컨펙션에서 선보였던 다른 밀푀유와는 다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선언하고 있는, 그런 밀푀유였다.

옆의 를리지외즈와 함께, 파티셰 불레이가 선보이는 맛의 방향은 생각건대 조리였다. 변하지 않은 원산지 표기처럼, 마음만 먹으면 선진국 어느 지역의 호텔을 가도 비슷한 재료로 주방을 꾸릴 수 있는 오늘날이다. 흔히 한국에 왔으니 무언가 한국적인 것을 내기 위해 강박을 가지는 요리사(한국 국적 요리사들도 마찬가지다)들이 많은데 그는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았다. 그의 과자들은 완전한 정공법으로 이로 부수면 향이 깨어나는 반죽, 충분한 지방으로 무장하고 있는 밀푀유는 충격을 주기에는 모자랐지만 첫 걸음으로 내딛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다. 하자 없는 조리, 하자 없는 심미성. 공예나 조형물에 가까운 과자로 유명세를 얻은 셰프가 만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할만큼 얌전한 모습, 정갈한 맛이었다.

과연 서울은 그가 본색을 드러내기 적합한 무대가 되어줄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희생자인가? 이 호텔 입맛의 특수관계인들은 모두 심심하고 건강한 맛을 원하고 있는데 정 반대로 가는 셰프가 왔으니 첫 만남은 이게 최선이었다. 그 다음을 기다려본다.

  • 를리지외즈는 '독기'가 조금 빠져있었다. 더 독해도 좋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