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broisie, 2025년 여름

L'Ambroisie, 2025년 여름

지난 2024년에는 봄 메뉴를 다루었는데, 올해에는 일정이 맞아 여름 메뉴가 바뀐 뒤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셰프 드 퀴진이 바뀌기 직전의 주방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아니었나 한다.

같은 곳을 다시 찾은 이유는 이 샴페인 때문이기도 한데, 랑부아지의 '퀴베 랑부아지' 샴페인은 작은 생산자인 필립 글라비에에서 만든다. 샤르도네의 전형적 특징을 가득 담은 샴페인으로 장기숙성에서 오는 매력이나 복잡성은 떨어지는, 무던한 샴페인이지만 그런 것을 찾는 순간이 있다. 바로 그런 지점 때문에 이곳의 어떤 요리와도 발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인가.

Chaud-froid d’œuf mollet à la Kiev, caviar Kristal 

이 요리에는 재미난 사연이 하나 있다. 캐비어를 곁들인 쇼프루아 소스의 달걀 요리는 원래 모스크바식이라고 부르는데(œufs à la moscovite), 전쟁의 포화가 요리의 이름마저 바꾼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거의 유지되고 있는데, 오이의 청량한 감각, 정확히 녹아내리지도 굳어지지도 않은 흰자 그리고 충실한 노른자의 지방이 캐비어라는 쾌락을 불러온다. 단순히 녹색 소스로 달걀을 감싼다는 수준의 무수히 많은 모사품이 있지만 고전 요리에 대한 경의와 완벽한 쾌락에 대한 집착을 동시에 겸비한 묘사는 여전히 원본에만 유지되고 있다. 쇼프루아(chaud-froid), 뜨겁게 만든 다음 차갑게라는 방식을 그 이름에 내포하고 있는 주제처럼 결론적으로는 차갑지만, 차가운 상태에서 좋은 요리이기 위해서는 잘 가열해야 한다. 열로 녹여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단백질과 지방. 오이로 차가운 느낌을 살렸다. 맥락을 살펴보면 재미가 더해지는 요리인데, 랑부아지와 카비아리가 만든 역작 하면 무엇인가? 역시 이것보다도 앙드레 픽의 농어와 캐비어를 자신만의 요리로 승화시킨 농어 에스칼로프와 캐비어 아닌가? 유지방과 생선을 바탕으로 한 따스한 캐비어의 정점에 그 요리가 있다면 달걀과 맞춰낸 차가운 방식의, 더 옛스러운 캐비어의 또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었다. 달걀과 캐비어는 프랑스와 러시아 요리가 교차하던 벨 에포크 시절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만큼 놀라움으로 가득하지 않지만,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만한 요리이다. '신선한 아이디어'는 아닐지라도, 그 위대함을 쉬이 부정할 수 없다.

Interlude de homard aux jeunes fenouils, nage réduite à l’anis étoilé 

가재로 만든 '간주'는 이날 이곳을 방문한 이유이자,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요리이기도 하다. 랑부아지의 주방은 기본적으로 사시사철 다른 가재 요리를 내는데, 추운 계절의 요리가 조금 더 전형적인 가재 요리라면 이쪽은 완전한 파격이다. 크림에 나주로 만든 소스는 팔각향과 단맛을 강렬하게 입어 가재의 살이 가진 단맛의 뉘앙스를 폭발적으로 당겨온다. '앵튀릴루드'라는 이름과 달리 다음 요리를 이어가는 것보다 여기서 호흡을 멈추고 싶을 정도로 색이 선명한 요리인데, 그 사정을 자세히 파고들면 또 흥미로운 지점을 만날 수 있다. 먼저 가재 하나를 거의 전부 조리한 설정이다. 쇠고기가 그렇듯 당연히 작은 동물도 부위에 따라 열에 반응하는 결과물은 서로 다른데, 전체 가재 중에 역시 질감에 가장 집중한 부분은 꼬리에서 이어지는 끝부분이다. 자연스레 집게발 부분은 속까지 완전히 익어 결대로 찢어지는 느낌을 내 거의 구색으로 떨어지지만, 그마저도 숨기지 않았다.
콘셉트로 보면 샴페인과 버터 소스를 곁들인 흰살생선처럼 만든 가재인데, 여름 야채와 팔각으로 단맛을 솟아오르게 하고 펜넬을 필두로 한 허브로 그 과잉의 감각에 균형을 되찾는다.

가재 요리 하면 떠오르는 소스 아메리칸 바탕의 짙은 붉은색, 짠맛과 지중해적 신맛의 균형이 아닌 흰 소스 바탕에 강렬한 단맛으로 다가오는 파격의 간주, 마지막까지 탐닉하게 만드는 위력을 가졌다.

Assiette de fromages

유일하게 보이는 에푸아스의 Berthaut를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이 주방의 치즈 구성에 유서 깊은 주방만이 가질 수 있는 취향의 맛을 알아볼 수 있으리라. 그 품질의 변화나 경쟁에는 비할 수 없지만 에푸아스의 Berthaut는 캐비어의 Petrossian과 같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포장지로 감싸진 치즈의 브랜드를 한두가지 정도 더 알 수 있었는데, 역시 시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선택 뿐이었다. 계절을 타는 치즈를 맛보지 않은 것은 나의 경솔함.

Cristallines de melon, glace à l’anis étoilé

유일하게 '이런 요리가 있었나' 싶은 디저트였는데, 기록상으로는 산딸기를 곁들인 메론 디저트가 있다고 하지만 실물로는 매우 낯설다. 현대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 제조기나 안정제를 쓰지 않아 곧바로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의 편린이 사진에서도 눈에 띈다. 아니스로 단맛을, 펜넬로 신맛을 당겨내는 방법은 바로 앞에서도 본 것이지만 결고 같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씨와 닿는 무른 과육의 뉘앙스를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동아시아적 메론의 문법과 대치되는, 단단한 과육에 조미를 통해 단맛을 입혀 박과의 기억을 잊지 않는 방식의 극단.

Tarte fine sablée au cacao amer, crème glacée à la vanille Bourbon

"주문하지 않은 디저트" - 주방에서 받은 것이 아님.


총평: '모더니스트 퀴진'을 위시한 신기술의 보급, 엘 불리의 코치나 테크노이모시오날을 위시한 기술 중심적 조리법의 부흥과 인터넷, 소셜 미디어의 대중화를 배경으로 새로운 조리기법과 첨단 조리도구, 세계 각지의 낯선 재료 없이는 좋은 요리, 요리사의 열정을 불태우는 요리가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좋은 요리가 맛으로 좋은 요리, 즉 재료가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조리, 만나서 시너지를 일으키는 조합을 찾아내는 열정, 풍부한 전통에 대한 존중과 같은 것들로 만들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입안 가득 캐비어를 머금고 독한 보드카로 씻어내는 것이 발효와 혼합을 기본으로 하는 현대적인 음료 짝짓기에 비해 시대가 지난 느낌도 있지만(좋은 뒷맛을 소주 같은 것으로 씻어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칼끝처럼 날이 선 조리, 수없는 도전과 실패 끝에 도달한 경지에서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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