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t Sucré - 프랑스 밖 프랑스 제과

알려진 독일 제과제빵 음식이 폴콘브롯이나 라우겐, 프레첼 등 빵 중에서도 프랑스, 이탈리아와 비교해 축축한 날씨를 잘 보여주는 종류들 뿐인데 더해 독일어권의 제과는 오스트리아라는 막대한 레퍼런스가 있어 웹상 한국어 문헌에서는 독일 내의 프랑스 제과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멀쩡한 제과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L'Art Sucré다.

거두절미하고 가게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전형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약간 변형을 준 썩 괜찮은 품질의 제과를 대량으로 꾸준히 생산하고 있고, 계절이나 재료의 수급에 따라 변화도 주고 있는 곳이다. 이 날은 추운 겨울을 피하러 들렀다가 오랜 시간동안 매장을 지키고 있는 몽블랑 바탕의 가을(Automne), 파리 브레스트 바탕의 파리-프랑크푸르트 두 종류와 커피를 마신 날이다.

크림과 헤이즐넛의 향을 살리기 위해 상온에 두었다 먹는 파리-프랑크푸르트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몽블랑을 맛보았는데 순간 기억에 오류가 생겼는가 의심했다. 밤에 초콜릿을 더해 한층 두터워진 맛을 서양배로 다듬어내는 구성이었는데 생각치 못한 향신료의 자극이 스쳐 지나갔다. 결국 파티셰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는데 해답은 밤 베르미첼리와 아래 크림에 스며든 바닐라에 있었다. 원래 타히티 바닐라를 쓰지만 내가 방문한 시점은 멕시코 바닐라를 쓰고 있던 때였던 것이다. 멕시코종-vanilla pompona이 아예 수입되지 않는 나라에 살다가 이 바닐라의 뉘앙스를 마주하게 되니 즐거우면서도 혼란스러운 점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명쾌해졌다. 익숙해진 이들을 위해 저렴한 멕시코종 익스트랙은 아예 통카를 혼합하거나 쿠마린을 넣기도 하지만, 타성에 젖은 내 감각에는 작은 차이만으로도 그 차이를 즐기기 충분했다. 그러고 나니 반대로 파리-프랑크푸르트는 피에몬테 헤이즐넛의 향과 잘 짜게 만든 캐러멜이 전형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기는 하지만 앞선 충격을 이길 수는 없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원재료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을 뿐더러 제과를 소비하는 삶의 양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수평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흔히 변방으로 취급하는 이런 나라에서도 모델이 될 수 있는 제과점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저녁 8시에 가도 여전히 다양한 케이크를 고를 수 있으며, 가격은 개당 6~7유로대. 그 바탕에는 당연히 프랑크푸르트 뿐 아니라 인접 도시까지 납품이 가능한 규모의 생산 공정이 있고, 그 뒤에는 호기심과 기술로 무장한 파티셰가 있다. 이런 재주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창작품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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