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타오 - 상크 프로마쥬

르 타오 - 상크 프로마쥬

다섯 가지cinq 치즈fromage를 넣은 아이스크림을 만난 것은 반 정도만 우연이었다. 과거 백화점 지하에서 르 타오의 치즈케이크를 괜찮게 먹은 기억이 있기에 매장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달음질했더니 이게 무슨 일,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는게 아닌가? 여기가 오타루는 아니기에 의혹과 기대가 공존했다. 당장 기계의 전압부터 해서 많은 게 다를텐데 과연 괜찮은 아이스크림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본점이라고 해서 아이스크림은 의미 있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치즈를 수입하듯이 소프트 아이스크림 믹스도 수입한다고 상상해볼 수 있지만 그게 과연 제대로 굴러가는 프로젝트일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르 타오의 아이스크림을 반 쯤 비운 이후 '어느 정도 구현하건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애초에 치즈가 왜 다섯 가지나 필요한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콰트로 포르마지' 비스무리한 설정인데 카망베르와 고다, 체다 등 국적을 전혀 달리하는 방식의 치즈를 사용하는 것이 이탈리아의 콰트로 포르마지와의 차이점이다. 물론 갯수도 다르기는 하지만 사소한 부분이다. 첫 맛에서는 치즈의 묵은 향, 고소함이 썩 당기는 편이지만 정말 반이면 족할 정도로 물린다. 치즈와 달리 팔레트의 짠맛이 강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치즈의 향이 전혀 피어나지 못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무른 질감 역시 문제적이었다. 당기는 짠맛이나 감칠맛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느끼기도 전에 씻겨 내려간다. 입안에 물고 있으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벅찬 단맛이 가로막는다. 애초에 누가 아이스크림을 입안에서 데우며 기다리는가?

'콰트로 포르마지'는 합당하고 '상크 프로마쥬'는 부당하다 따위의 결론은 아니다. 전자 역시 애초에 빵과 치즈, 높은 온도라는 편한 설정에 기대어 유지되고 있을 뿐이지 구조가 정교하다는 인상은 아니지만 르타오의 상크 프로마쥬는 하나의 농담 수준이었다. 굳이 왜 치즈를 이렇게까지 넣어야 하는가? 왜 5천원에 육박해야 하는가? 기왕에 여기까지 왔으니까?

아이스크림은 기본적으로 우유로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치즈를 쓴다고 하여도 궁극적으로는 거의 같은 텍스처를 목표로 해야 하므로, 치즈가 우유를 대체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그 독특한 맛이라 하겠다. 가공으로 얻어낸 특징을 드러내야만 존재 의의가 있다. 하지만 르타오의 아이스크림은 어느 쪽도 아닌 채로 부유한다. 체다와 마스카포네, 고다, 카망베르, 크림 치즈까지 더블 치즈버거에도 쓰이지 않을 막나가는 구성이지만 반대로 여느 치즈의 고유한 강점도 느껴지지 않는다. 고약하게 만든 종류들만이 초장에 눈에 띌 뿐.

  • 한국에서 수입 유가공품이 가지는 특권은 각별하다. 우유가 맛이 없기 때문에 수입 치즈를 사용해 만들거나 아예 완제품 수입인 아이스크림을 먹는 실정이 아닌가? 그렇지만 바라는 것은 이런 현상의 지속이 아니다. 유제품은 맛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야 하고 국산품보다 나은 수준이 아닌 그 자체로 좋은 유가공품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도 치즈 카트를 내지 않는게 오늘날의 현주소라 그닥 기대가 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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