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TACOS No. 1 - LOS TACOS No. 1

LOS TACOS No. 1 - LOS TACOS No. 1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나는 여행길에서 여러 사람과 여러 인연을 만들곤 한다. 만나고 또 헤어지는 정도의 뻔한 이야기이지만 여러분과 나누어도 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면 어떤 이가 "맨해튼에서 타코를 잔뜩 먹겠다"는 나의 여행 목적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 일이다. 아토믹스같은 곳을 가야 한다고 나는 가르침 아닌 가르침을 받았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여간 나는 그런 목적으로 이 도시를 찾았고 그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곳은 로스 타코스 넘버 원, 혹은 누메로 우노. 도시 몇 곳에 지점이 있는, 간판도 없고 의자도 없는 하지만 허름하지는 않은 패스트푸드 전문점이다. 취급하는 요리는 죄 토르티야에 무언가를 얹은 것.

원래 철저하게 계획하는 성격은 아니기에 다른 목적으로 거리를 거닐다 충동적으로 가까이에 보이는 로스 타코스에 들러 양념하지 않은 두 종류, 카르네 아사다와 폴로 아사도를 주문했다. 한때 도시전설이었던 멕시코산 코카 콜라(나는 한 번 이걸 박스째로 한국에 수입했다가 단가를 보고 다시는 하지 않고 있다), 토르티야는 당연히 옥수수. 로스 타코스의 밀 토르티야는 밀 토르티야들 중 가장 괜찮은 반응을 얻고있지만 여기까지 와서 밀가루나 씹을 수는 없었다. 고수는 많이, 양파는 빼고. 살사는 당연히 베르데까지.

세금에 팁까지 쳐서 5~6달러면 먹는 음식이다. 두 점에 10달러인 셈이니 맨해튼 복판에서 먹을 수 있는 비슷한 음식으로는 스포츠 펍의 냉동 감자튀김 정도가 있다. 하지만 이곳의 타코에는 가격을 초월한 놀라움이 있었다. 너무나도 타코였다. 타코를 비롯한 멕시코 음식이 문화적인 재평가의 대상이 되고 르네 레드제피가 멕시코를 들락날락하며 멕시코 각지의 아름다움이 세계로 퍼졌지만, 로스 타코스의 타코는 엄밀히 말하면 그런 흐름 위에 있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모든게 뻔한 조합으로 정말 멕시코 어느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싸구려의 레시피이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나 놀랍도록 잘 완성되어 극적인 맛을 연출한다. 살사의 기분좋은 신맛과 감칠맛이 입맛을 한껏 당기는 가운데 토르티야의 향이 완벽에 가깝다. 너무나 그리웠던 옥수수향! 이것이 옥수수의 본모습이다. 옥수수의 본질은 곡식이요 탄수화물이다. 학문적 정의로도 곡(穀)일 뿐더러 그 아름다움 역시 이런 쓰임새에서 빛난다. 잘 지은 흰밥, 잘 구운 캄파뉴나 바게트를 베어물 때 피어나는 특유의 내음이 있듯이 마사를 진득하게 빚어 라드에 정직하게 구워낸 토르티야를 베어무는 순간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만족감이 있다. 이게 옥수수맛, 이게 옥수수향, 이게 옥수수 문화구나.

초당옥수수가 싫어 태평양을 건넜다. 초당옥수수의 정체는 GMO도 감미료도 아닌 단지 종자 차이로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만 나는 그보다도 초당옥수수의 맛이 두렵다. 옥수수의 개성을, 옥수수 먹어버릇한 사람들의 역사를 지우는 그 맛이. 옥수수의 무한한 가능성이 천편일률의 단맛에 짓눌린다. 빗대자면 쌀케이크용 쌀가루만 고급 대접을 받으니, 차라리 울타리 대신 심어놓은 옥수수들이 팔자가 더 나아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옥수수의 진짜 맛은 세상에 존재한다. 아직은 대한민국과의 거리가 좀 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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