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IER - 2025년 가을

L'OSIER - 2025년 가을

L'Osier의 요리에 대한 전반적 인상은 지난 글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다시 게시하지 않기에는 여러모로 아까운, 다룰 가치 있는 요리를 하는 곳이라 본다. 다른 계절, 다른 메뉴, 그렇지만 충분히 자리잡은 로지에의 여름 메뉴를 두고 간단히 이야기해본다.

요리

씬의 유행을 충실히 좇는 와인리스트가 이곳의 특별한 강점이지만, 나는 이곳에서는 약간의 탄산이 있는 일본주로 시작하는 것을 즐긴다. 프랑스를 갈 수 있는 돈으로 굳이 일본에서 프랑스 요리를 먹고 있다면 그래도 좋지 않은가.

VELOUTÉ DE MAÏS Gelée de lait d'amande parfumé à la verveine, glace au maïs séché d'Aomori, popcorn

옥수수 스프. 일본의 영향을 따라 우리네도 여름이 되면 온갖 곳에서 초당옥수수 스프를 내는데, 로지에의 옥수수 벨루테가 가진 다른 점이라면 단연 곡물로서의 옥수수 맛이라고 하겠다. 옥수수는, 토마토도 그렇듯이, 과일이 아니다! 토마토가 채소라면, 옥수수는 곡물이다. 둘 다 차가운 스프의 베이스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스프는 단맛을 띄긴 하지만, 단맛을 낼 것이라면 굳이 옥수수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비시수아즈와 같은 스프에서도 감자의 고소한 맛이 없다면 과연 그것이 좋은 비시수아즈가 될 수 있을까?

그러한 점에서 이 옥수수 스프는 탁월한 고소함을 지녔다. 의도적으로 여러 방식으로 그을려 옥수수의 껍질에서 오는 고소한 맛을 살리고, 반면 고소한 맛이 본래 강한 팝콘은 단맛을 입혀 균형을 살렸다.

바로 다음으로 다시 그런 찬 수프가 이어진다. 완연한 바닷내음을 차가움으로 다스리는, 캐비어를 맛보기 위한 요리. 동아를 수프로 내면서 그 자연스러운 속살의 단맛을 취하되 단맛으로 특유의 뉘앙스를 가리지 않는다. 외려 펜넬과 수박 젤리로 단맛을 다스리고, 단백질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두 점의 스프로 여름의 차가운 수프에 대한 모범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LE HOMARD BLEU en médaillons, fines feuilles d’aubergine et légumes croquants écume d’un consommé

이어서 다시 전복을 오마르 블뢰와 함께, 비스크 뉘앙스의 소스는 거품으로 만들어내고, 야채는 의도적으로 식감을 살렸다. 통째로 익히다 보면 꼬리 쪽 질감을 살릴 때 집게가 죽는 데 반해 집게를 따로 조리한 듯 집게가 특유의 선으로 된 질감을 지나치게 보이지 않게 신경썼고, 컨디먼트의 질감 역시 일관적이다. 핵심이 되는 가능한 부드러운 질감에서 자연스럽게 살짝 단단한 질감으로 유려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이 요리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질감보다도 "왜 트러플인가?" 이다.

이제는 새우깡에도 트러플을 곁들일 수 있는 시대이지만, 트러플은 분명히 제한된 맥락을 가진 재료이다. 짙은 향은 주로 달걀이나 크림 등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vehicle)을 필요로 하며, 어떤 향들과는 충돌하거나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특유의 향을 죽이는 조리를 한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나쁜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그런 이유로 랍스터와 트러플을 곁들이는 경우는 흔히 감자나 크림을 이용하는 요리일 때 선호된다. 토마토 베이스가 선명한 비스크 소스와는 상극이다. 그러한 점에서 콩소메를 거품으로 낸 소스의 선택은 탁월했다. 분명한 껍질 뉘앙스를 전하지만 입안에서 가볍게 사라져 한 점의 트러플에 거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렇게 배려한 트러플이 제 역할을 하는가? 어느 정도 그렇다. 단순히 사치스러운 조화이기도 하지만, 살에서는 섬세한 단맛을 지닌 가재 위에서 검은 향을 맛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CLIN D’OEIL AU SUD DE LA FRANCE AVEC L’OKOZE DE NIIGATA couvert d’une fine mousse et de pétales de saint-jacques puis poché dans un fumet de bouillabaisse seiche grillée, pointe de may queen au safran de saga

부이야베스에서 영감을 얻은 이 요리는 이름처럼 남프랑스, 지중해 느낌을 가득 담았다. 뼈째 끓인 뉘앙스가 진한 소스에 쑤기미 위에 안나 또는 도피누아즈처럼 관자를 얹고, 구운 갑오징어까지 가세해 패류, 어류, 두족류가 뒤섞이는 특유의 문법을 구현했다.

부이야베스의 키는 토마토를 중심으로 한 허브가 패류, 어류의 서로 다른 육수를 엮어내는 것인데, 약간의 점도까지 더해 특유의 정서를 완성한다. 해물탕이 생선의 기름진 육수를 고추장이나 마늘로 다스리는 것과 견줄 수 있지만, 통상 이런 경우 비린 맛을 가리기 위한 장치인 반면 이 스프는 향신료로 자극을 자연스레 이끌어낸다. 앞선 요리에서 찬 스프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면, 따뜻한 스프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고 해도 좋을 요리이다.

LE CANARD GIN NO KAMO(銀の鴨) D’AOMORI rôti sur coffre, la cuisse confite, calisson de butternutfleur « miro » de pêche à la baie verveine, pulpe de rhubarbesauce parfumée à la cardamome

한층 점도를 높인 소스는 단순히 그림을 그려내기 위함을 넘어, 단맛과 신맛을 밀도 있게 전한다. 가슴살은 뼈째 익히는데(sur coffre), 전형적인 조리법의 예를 잘 살렸다. 가금류는 통상 피나 뼈의 맛을 피하지 않는 것이 왕도로, 이 요리 역시 같은 길을 간다. 반면 다리살(우상단)은 콩피로, 역시 오리 다리살에 가장 전형적인 조리법을 적용한다.

PLATEAU DE FROMAGES AFFINÉS

치즈의 컨디먼트 구성 역시 전형성을 빗나가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계절에 따른 치즈 가용성에 차이가 썩 있다.

크렙 수제트.

크렙 수제트는 오랜 시간 동안 이곳 디저트를 담당해온, 오래된 요리이지만 서빙하는 방식에는 계속해서 변화가 가해지고 있다. 아이스크림만 하더라도 크레페 위에 바로 올리는 방식에서 이제는 이렇게 크넬을 따로 놓는다. 계절에 따른 플레이팅의 차이일지도.

사진에도 보이듯 두 아이스크림의 질감이 상당히 다른데, 크게 신경쓰는 지점은 아닌 듯. 전체적으로 따스한 시트러스와 반죽이라는 결은 차분하기 그지없다.


총평: L'OSIER의 요리라고 하면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조형미, 그리고 프랑스 요리의 오랜 전통을 한껏 활용하는 전형미를 갖추면서 일본 재료의 맥락을 곳곳에 녹여낸다. 특히 채소에 대해서는 일본이 가지고 있는 계절의 감각을 철저하게 따르려 하는데, 어쩌면 굳어진 또 다른 형식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시아가 아닌 곳에서 요리하는 서양 요리사들이 동아시아의 재료를 취급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선명한 차이가 보인다. 굳이 서양인의 강역이 아닌 다른 문화권에서 프랑스 요리를 한다는 것이 어때야 하는지, 어떨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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