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Gastronomie, Flammarion, 2022

Ma Gastronomie, Flammarion, 2022

원가부터 높은 모더니스트 퀴진의 책을 제외하고, 또 사인본이나 수집할 가치가 있는 초판본, 문헌학적 가치가 있는 고서 등을 제외하면 개인 거래 가격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요리책 중 하나가 바로 페르낭 푸앙의 「Ma Gastronomie」다. 한역본은 있지도 않고 토마스 켈러가 서문을 쓴 영문 번역판마저도 똑같은 사정을 겪고 있을 만큼 이 책의 위상은 각별하다.

출판사가 딱히 책을 찍을 생각이 없었는지 심지어는 푸앙에게서 직접 사사한 츠지 시즈오의 츠지학교 마저도 독후감 비슷한 것을 게재하고 있을 뿐 일역본을 더 내고 있지 않고, 일본에 소개되지 않은 덕에 한국에서는 아예 접할 길 자체가 없다. 1970년대에 F.POINT(私の料理)라는 제목으로 찍었다고 하는데 당시 정가가 39000엔인 데다가 고서점에도 카탈로그에나 있는 것을 보면 원본보다도 구하기 요원한 물건으로 보일 뿐이다.

그렇게 상태가 나빠도 이백 달러 정도를 지출해야 구할 수 있던 책이 35유로에 손으로 들어왔으니 경하할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책의 희귀도가 아니라 내용, 그리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독자가 아니겠는가.

당시 셰프-그는 patron보다 chef를 자처한 그야말로 시대의 셰프였다-의 언어를 문헌화하는 방법이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혹은 책이 애초에 그런 의도로 쓰였기 때문인지 책에 쓰인 언어는 정밀한 교본보다는 일종의 잠언집으로서의 기능을 강하게 드러낸다. 물론 레시피의 경우 시간이나 온도도 제안하고 있지만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설명 속에 그의 요리가 전부 보인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그의 전체를 이해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데, 다만 짚이는 것이 있다면 푸앙 가족, 라 피라미드, 그리고 20세기 초라는 배경에 대한 상세한 맥락을 파악할수록 보이는 것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정규 교육은 커녕 직업 교육에서도 샤넬을 가르치지 폴 푸와레는 가르치지 않듯이 푸앙의 제자인 트루아그로, 보퀴즈는 언급이라도 되지 푸앙에 대해 알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페르낭 푸앙의 요리는 대략 책으로 골자라도 알 수 있지만 그의 사후 마담 푸앙-기 시바드 시대와 현재 앙리루 셰프의 라 피라미드까지 닿기에 이 한 권이 레퍼런스의 전부를 제공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를 대표하는 사진이 하필이면 로우앵글에서 올려다보는 구도인 데다가 셰프는 커다란 체구와 풍성한 수염을 가졌기에 성실함으로 얻어낸 감각과 샴페인을 사랑하는 탐미적인 취향이 이제는 없어져도 좋을 과거의 미식을 대변하는 듯 하지만,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서비스에 대한 언급과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대한 그의 자세 등을 보면 페르낭 푸앙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늙고 고집 센 장인같은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의 레시피 중에는 제자들이나 교류하던 동료, 단골 고객 등과 협심하여 만든 것들도 꽤 보이는데 위대한 셰프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일면이라 생각한다.

전형적인 프랑스 요리의 조리법, 그리고 전형적인 프랑스의 재료를 두고 왜 수많은 요리사 중에 이 한 명만이 유독 기억될까? 레시피 하나 하나를 뜯어보며 이때는 왜 이렇게 했는가를 고찰하다 보면 그의 참된 모습을 아주 살짝은 엿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의 제자들은 물론 찰리 트로터부터 토마스 켈러까지 영미권의 프랑스 요리사들까지 푸앙과 그의 저서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만큼 터럭이나마 좇아가보고자 한다면 몇 번을 읽어도 모자라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