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allan, 1996, 18yo

The Macallan, 1996, 18yo

바짝 마른 체리와 건포도, 초콜릿으로 시작하는 톱 노트에서 잼 같은 진득한 팔레트, 약간의 향신료와 떫은 느낌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은 충분한 세월의 풍파를 맞은 원액의 힘과 과실의 뉘앙스를 입힌다는 셰리 캐스크의 전형적인 기쁨을 가득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맥캘란이 본격적으로 업계의 거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황금기의 맛.

명백히 새 시대의 '시즈닝' 캐스크를 쓴 맥캘란의 기억과 비교해 보았을 때, 분명 현행 맥캘란이 더 옅은 색을 보이지만, 여전히 초콜릿과 진득한 과실로 대표되는 맥캘란 하우스의 대표적인 노트는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비싸진 값어치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으니 실망스럽다고도 할 수 있을까.

셰리 캐스크에서만큼은 '옛날 보틀'이 맛있다는 것은 단순히 희귀성이나 지난 날에 대한 덧없는 추억 때문은 아니다. 1980년대 이전 증류소에서 사용하던 오크통과 이후의 성질이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마케팅으로 점철된 업계답게 이 부분을 정확히 밝히는 것을 꺼리기에, 요새의 셰리 캐스크가 인위적으로 만든다는 점은 조금 알려져 있어도 그 전에 대해서는 논하는 경우가 잘 없다. 사실 그 전의 셰리 캐스크라고 불리던 물건도, 와인 양조장에서 셰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솔레라 캐스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들은 해상운송용으로 완성된 셰리 와인을 옮겨 담은 새 캐스크였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캐스크 시즈닝'이 셰리라고 부를 수 없는 어린 와인을 담아두는 데 비해, 완성된 셰리 와인을 담은 통이었기 때문에 몇 주, 몇 달의 짧은 시간에도 지금의 캐스크와는 사뭇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는 1996년과 2024년, 모두 진정한 옛날의 맛이 아니기에 여전히 맥캘란의 꿈을 좇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시즈닝 캐스크로 만든 맥캘란 18YO, 늦은 밤 좋은 꿈을 꾸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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