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조 - 공장 시대의 샤퀴테리
메종조의 주무대라고 할 수 있는 남부터미널의 가게는 본지의 등재 조건을 감안할때 다루기 어려운 존재이다. 하지만 메종조가 서울에서 지닌 위상을 생각하면 그 존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무수히 많은 업장에서 애용되고 있는 샤퀴테리는 품질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메종조에 대한 고민을 적당히 묻어놓고 있을 즈음 메종조에서 시작한 "알라 메종" 서비스가 기회로 다가왔다. 이제는 어엿한 샤퀴테리 공장이 된 메종조의 새로운 단계를 만나보기에도 좋다. 과거 조선일보에서는 메종조를 "공장에서 만드는 것과 대비되는 수제품"으로 소개했지만, 천만의 말씀. 공장에서 만들어도 충분히 빛을 발하는 것이 육가공품이다. 어떤 점에서는 그것이 더 낫다고까지 할 수 있다. 위생이나 안전 측면이 함께 따라오는 점도 있지만, 다양한 부속을 처리해야 하는 샤퀴테리에게는 규모의 경제는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다.
그래서 메종조의 "알라 메종"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나는 역시 현실적인 지점으로, 메종조는 현 단계에서도, 그래, 그 메종조마저도 완전한 샤퀴테리에 근접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제품의 질에 대한 차원이 아니라, 양과 종류, 가공 등에 대한 고민에서 그렇다. 배송 주문이 가능한 제품만을 살펴보면 메종조가 처리하는 돼지의 부위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샤퀴테리는 본래 부가가치가 낮은 부위의 재탄생을 그 만트라로 가지고 있으므로 다릿살 등을 위시로 한 구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버리는 부분인 지방이나 껍질 층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제품에는 갈증을 느낀다. 리예트같은 것의 자리가 아직 빈칸으로 남아 있다. 더 꿈을 꿔보자면, 한국의 샤퀴테리라면 결국 순대 부속으로 취급되는 내장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돈설 따위의 부위도 소화하는 것이 샤퀴테리라는 요리의 힘이라 생각한다.
그보다도 부분육이 아닌 전체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부분은 가금류인데, 물론 별도로 내장을 취해서 가공하는 것의 비경제성이 있지만 닭간 파테 정도를 제외하면 그 활용은 극도로 제한적이다. 특히 푸아 그라의 공백이 상당히 뼈아프게 다가오는데, 지방질이 거의 없는 살코기를 활용하는 샤퀴테리에서 감초처럼 활약할 수 있는 재료가 빠지게 되니 전반적으로 콜드 컷 상태에서의 부드러움의 감각에 영향을 준다.
개별적인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연결해서 설명하자면, 문제가 되는 지점은 역시 파테 엉 크루트이다. 가격, 싸지 않다. 가공의 수고로움을 감안해도 이 두께에 12,000KRW는 평범한 한 끼 식사의 가격을 아슬아슬하게 초과하는 사치품의 영역이다. 물론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경쟁작들에 비해 반 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블러드 푸딩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육수를 젤라틴으로 굳힌 것으로 상단을 덮어 영리하게 켜를 쌓은 지점은 메종조가 가진 강점을 보여준다. 버섯이나 약간의 유지방 등으로 부드러움을 더해내는 감각 또한 그야말로 묘책. 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 메종조의 파테 엉 크루트는 프랑스의 꿈을 꿀 수 있는 사치품이 되기에는 모자란데, 일단은 켜가 단조롭다. 가금류 안에서도 적색의 맛이 진한 것은 결을 살려 두텁게 내고, 푸아 그라와 같은 지방을 혼입하여 부드럽게 감싸는 지방과 생명력 강한 고기맛을 겹쳐 내는 것이 파테 엉 크루트로서는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다. 하지만 후자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메종조가 내놓는 대안은 완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돼지를 사용하는 부분에서 돼지의 매력이 다가오지 않는 점 또한 현지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사치품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메종조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다.
그렇지만 메종조가 가진 탁월한 힘에 대해서도 놓칠 수 없는데, 메종 베로의 스페셜리티이기도 한 파테 그랑메르(당점의 표현으로는 '그헝메흐')가 그것이다. 닭간 간 것에 삼겹살의 지방을 더해내는 이 파테를 정말 절품으로 빚어냈다. 개사료 취급에 불과한 저렴하기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닭간이 돼지의 지방과 약간의 향신을 등에 업고 아름다운 요리로 재탄생한다. 물론 후추향이 조금 더 화사한 쪽을 좋아하지만, 하얗게 굳은 지방과 함께 닭간으로 빵을 적시는 경험은 과연 아름답다. 이런 파테 때문이라도 메종조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위대함마저 지니고 있는 것이다.
메종조의 샤퀴테리는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메종조의 약진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왜냐 하면 그러한 문제의 원인은 현지의 열악한 인프라가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계절감을 불어넣는 변형이나, 더 다양한 부위를 활용하는 샤퀴테리를 기대할 수 있으려면 그러한 재료의 수급이 충분히 안정적인 환경이 갖추어져야 하고, 그러한 제품을 소비할만한 시장이 있어야 한다. 돈육가공품의 절대적 수요가 캠핑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나머지라고 해봤자 와인 모임의 안주거리인 상황에서 그 다음의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 단순한 소비자로서 불만이 있다면 가격을 높이더라도 파테는 좀 더 두껍게 썰 필요가 있다는 점(두께도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리다). 그리고 진공포장에 있어 조금은 성의가 있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얼기설기 모양을 맞춰 접시에 담았지만 진공포장기에 넣을 때부터 파테의 윗 뚜껑 부분이 떨어진 채로 지층 아래의 공룡 화석처럼 놓여 있었다. 진공포장이 제품의 무결성을 위한 것이라면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 같이 보기: 파테 엉 크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