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Z - 2023년 겨울

MAZ - 2023년 겨울

소셜 미디어 미식의 시대를 연 World's 50 Best에는 명암이 공존하지만, 가장 큰 공이 있다면 '뉴 노르딕'을 미식의 왕좌에 앉힌 것, 그리고 미식의 제3세계의 번영을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미쉐린보다 몇 발 앞서 일본을 제외한 범 동아시아권, LATAM, 동유럽 등 세계 각지에 흩어진 레스토랑을 파리와 뉴욕, 도쿄의 레스토랑과 줄을 세운다는 프로젝트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으며, 반드시 지역과 성별에 맞춰 투표권을 분배한다는 정책은 실제로 몇몇 위대한 레스토랑의 발굴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초창기 년도의 가이드는 우스꽝스러운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이 매체가 손을 들어주는 퀴진이 바로 트렌드가 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 한식도 아토믹스와 밍글스, 모수의 손을 잡아준 그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자연스레 의심의 여지도 생긴다. 몇몇 요리는 생경하긴 하겠지만, 과연 오트 퀴진의 영역에서 프랑스 요리, 중화 요리, 일본 요리 등과 같은 선상에 두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신기함에 큰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문을 가장 강하게 들게 하는 곳이 바로 리마의 센트럴이었다. 50 Best의 평가단이 꾸준히 높은 점수를 주는 산 세바스티안을 심장으로 하는 엘불리의 후손들과 스페인 가스트로노미의 첨병들과 뉴 노르딕과 현지의 퀴진을 결합한 여러 지역의 파수꾼들을 모두 제치고 100계단의 꼭대기에 오른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MAZ는 그 센트럴이 처음이자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해외에 출점한 지점으로, 도쿄의 식재료와 환경을 바탕으로 페루 요리를 선보인다. 이러한 연결이 가능한 것은 페루와 일본이 가진 독특한 연결 고리가 큰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연결 고리란? 일본 요리가 페루로 흘러들어가 스페인 요리, 전통 페루 요리 등과 결합한 '닛케이 요리'가 바로 그것이다. 용설란의 일종인 유카에서 전분을 뽑아 전통 요리를 흉내낸 유카모찌와 같은 음식이 그 문화를 상징한다. 물론 일본과 페루의 관계가 언제나 아름답지많은 않은 것이어서 후지모리와 같은 부류의 인물도 있었다는 점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이야기를 줄여보자면, 결국 MAZ는 스스로가 쌓아 올려 완성한 페루에 대한 해석이라는 주제에 더해 일본과 페루 문화의 교차라는 도전과제를 하나 더 떠안은 상태로 태평양을 건넜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막대한 기대감. 과연 MAZ의 주방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식사 전에

MAZ의 예약은 서드 파티 서비스인 TableCheck, 이메일,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한 번의 확인 절차가 있으며 이외에는 TableCheck의 통상적인 절차와 같다.

식사

  • 주류의 경우 사전 조율을 통해 논 알콜 페어링 음료에 더해 별도의 페어링을 구성했으므로, 정규 코스와 구성이 다르다.

COLD ROCKS : Mussels, Komenote, Algae
'

아래의 접시가 거북손(Japanese goose barnacle)을 형상화했음을 보여준다.
사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거북소닝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한국에서 의외로 접하기 쉬운 식재료이기도 하고, 차갑게 낸 패류나 해초류는 더더욱 익숙한 것이므로, 나는 "또 다시 서양 사람의 눈으로 어찌저찌 맘대로 깎아낸 와쇼쿠" 따위를 상상하고 있었다. 다만 하나 범상치 않았던 것은 홍합의 즙을 얼려서 으깬 것, 농담으로 홍합으로 만든 카키고리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카키고리와 달리 얼음 차원에서 맛이 입혀져 있어 홍합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인상도 있었다.

DESERTIC COAST: Pumpkin, Botan ebi, Shiro ebi

하지만 다음의 이 스프에서 그러한 나의 예감은 곧바로 깨졌다. 어느 지점이 그들을 자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일본식 커스터드인가. 하지만 아니었다. 오보로 비슷한 느낌을 떠오르게 하는 새우를 마주했을 때 나는 가라앉았지만, 호박의 맛과 함께 다시 날아올랐다. 호박죽의 딜레마를 아시는가. 전분의 도움을 받지 않은 호박죽은 생각보다 되지지 않고, 끈적하게 만들기에는 호박은 기대만큼 달지 않다. 그러나 이 메마른 땅의 호박은 그 둘을 초월하고 있었다. 흙향을 넘어선 모래향이라고 할까. 모든 호박의 고향, 안데스의 호박을 만나 호박에 대해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위대한 대지의 단맛.

보탄에비
WATER CURRENT : Scallops, Ikura, Spirulina

음식보다는 유사 건강식품으로 팔리고 있는 스피룰리나를 마주할 기대 역시 전혀 하지 않았는데, 그보다도 이 요리의 주제에 매혹되었다. 바로 타이거 밀크. 세비체의 바탕이 되는 타이거 밀크는 일본과 페루를 잇는 닛케이 요리 문화의 가장 상징적인 가교와도 같다. 왕도의 흰살 생선이 아닌 관자를 타고 밀려오는 타이거 밀크의 놀라움은 매운 맛에 있었다. 선명하고 깔끔한 고추의 매운 맛, 그리고 신맛과 공명하는 연어알의 짠맛. 지방을 더해 완성한 촉감의 일체감까지 꿈과 현실을 동시에 잡았다.

ANDEAN MOUNTAIN RANGE : Beef Cheek, Mushrooms, Choclo

이 요리는 거뭇한 것은 간장, 노란 것은 달걀로 '또' 의심하게 만들지만, '역시' 의심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브레이징한 쇠고기 위에 깔아낸 옥수수는 멕시코의 옥수수에 경도되어있던 나에게 또 다시 가르침을 주었다. 알곡이 크고 흰 페루 옥수수Choclo는 단맛이 상당히 적고, 밀도는 상당하며 무엇보다도 고소한 견과향이 매력적이다. 은행과 옥수수, 달걀로 이어지는 고소함의 흐름은 쇠고기 따위는 잊게 할 만큼 강렬하고 또 새로웠다.

FRESH WATER : Trout, Kaki, Physalis

거의 네 요리 연속으로 수프와 커스터드 사이를 오가는 요리를 먹게 되므로, 질감에 있어서 다소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 법 하지만, 조미의 기교가 그런 여유를 주지 않는다. 페루 요리가 사용하는 멋드러진 신맛, 그리고 창의성이 빛나는 단맛!

아보카도마저 이럴 수 있는가.

DEEP SEA : Uni, Cuttlefish, Octopus liver

기교의 정점을 보여주는 요리는 이 문어였다.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갈리시아식 문어, 동해식 문어, 제삿상 문어, 스시 카운터에서 하나씩 주는 문어 다리를 보았는가. 마르티네즈의 문어는 그 집착을 넘어섰다. 다리에 대한 집착, 질감에 대한 집착. 내장을 연상케 하는 촉감은 반죽의 바스러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최고의 쾌락이 가진 극악무도한 성질, 단명(ephemeral)하는 즐거움을 떠올리게 한다. 고귀한 심해의 맛. 고귀한 짠맛.

HIGH MEADOW : Goat, Andean grains, goat milk

전복을 파차망카로 구워내는 장면을 보고 나는 나머지 모든 열정을 잃었다. 판단하고 의심할 열정을.

파차망카 이야기를 하자면, 문화를 떠나 여느 인류라면 거쳐가게 되는 열의 사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흙을 파서 구덩이를 만든 뒤 뜨거운 돌을 넣어 내부 온도를 올리고, 익힐 것을 넣고 흙을 덮어 천천히 익힌다. 거지닭부터 푀이유테 반죽이 아닌 점토를 쓴 원시적인 형태의 파테 엉 크루트까지 동일한 사고 방식을 공유한다. 원시적인 만큼 반드시 아름다운 조리법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허브를 이용한 향신, 그리고 구웠을 때 빛이 나는 재료의 선택으로 돌파하는 마르티네즈의 영민함은 도를 넘어선 것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요리법을 정해놓고 요리법에 맞는 나머지를 보충하는 방식의 사고는 딱 그런 한계를 가지고 있다. 무의미한 궁중 요리부터 삼초 삼겹살에 이르기까지, 조리법의 신기함에 의존하는 발상은 얼마나 지루한가. 하지만 가끔은 예외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요리.

Uchucuta

우추쿠타는 페루의 상징적인 허브 소스로, 허브와 고추가 두 중심이 된다. 큰 틀에서 소스보다는 페이스트에 가까운데, 멕시코 요리의 유사품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JUNGLE SLOPES : Ginko, sweet potato, Bahuaja nut

마지막 여정의 아마존에 다다를 때 쯤이면 페루도 이렇게 넓은데 광활한 남미 대륙에는 도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페루 후추(Schinus Molle), 딸기, 호렌소, 구아바, 은행이 서로 질세라 날뛴다. 역시나 빛나는 것은 신맛, 그리고 대지의 향.

AMAZONIA : Chuncho cacao, macambo, copoazu

모수에서 보여주는 식물의 계통학적 분류를 사용한 발상이 이곳에서는 단맛으로, 또 시계열로 펼쳐지는데 종종 카카오에 꽂혀서 남미 곳곳을 탐험하는 요리사들의 심경이 이해가 되었다. 우리가 커버춰 따위를 고민하고 있는 동안 이들은 대체 얼마나 막대한 무기들을 차곡차곡 준비해 오고 있었나. 퀴노아를 뿌린 크렘 브륄레가 그나마 '알려진 세상'의 맛이었다. 어떤 카카오-쿠푸아수-는 새콤하고 화사하기까지 하다! 차갑게 먹는 쿠푸아수, 따뜻하게 먹는 카카오의 교차는 그야말로 장대한 피날레였다.

총평: MAZ는 페루 요리, 닛케이 요리, 그리고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즈의 요리가 가진 가능성으로 완전히 무장했다. 사실 나는 정 반대의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해봤자 덴쇼 사절단처럼, 그냥 새로운 만남이니까 좋고, 뒤로는 찝찝함이 남는 역사의 흐름을 떠올렸지만 센트럴 팀의 열정은 많은 것을 능가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사용되는 페루의 식재료가 가지는 힘, 그리고 일본이라는 인프라를 활용하는 총명함이 적절히 뒤섞인다. MAZ를 통해 우리의 시야는 넓어지고, 세계는 가까워지리라. 저력이 있는 요리.

분위기: 낮은 조도, 각종 기물이 도시라는 것을 잊게하는 데 주력한다. 한 철의 여행처럼.

서비스:

가격: 세금 포함 27,500 JPY. 음료 포함 시 약 40,000~50,000 JPY.

음료: 당연하게도 남미와 스페인의 뜨거움으로 가득하다. 여기서까지 부르고뉴를 찾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리스트. 그런 요리, 그런 음료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