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칼리 - 사랑할만한 타코

멕시칼리 - 사랑할만한 타코

이 블로그에서 사진은 '실제로 먹었음'을 증명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지만 구도는 조금 슬프다. 이해해달라.
타코 이야기의 운을 뗐으니 끝도 맺어야 한다. 그 사이의 내용? 할 말이야 많지만 손만 아프다. 굳이 존재하지 않는 허상들에 대해 상상력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현재 존재하는 타코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
타코와 케밥, 조상과 후손같은 관계로 엮여있는 두 요리가 서울에서 난잡하게 뒤섞이는 가운데 단연 빛나는 존재가 있다면 「멕시칼리」다. "서울에서 타코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올바른 대답을 한다.

멕시칼리라는 이름은 "메히깔리"정도로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존재하는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곳의 타코의 특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말자. 철저히 보편적인 시각에서 접근한다.

왜 멕시칼리의 타코가 훌륭한가, 첫째로는 역시 토르티야다. 두께가 매우 훌륭하다. 밀가루 반죽이기 때문에 대단한 풍미가 없는 대신 굽기의 정도가 좋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토르티야는 어지간하면 얇게 펴질수록 좋다. 1/8인치를 기억하라. 이 토르티야는 완벽하게 기준에 부합한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토르티야는 질기지 않다. 1분 내외로 토르티야의 양면을 적절하게 구워내야 한데 충분히 잘 하고 있다. 살짝 치감이 느껴질까 말까 한 정도로 타코를 베어물기에 적합하다. 공산품 토르티야의 지옥 속에서 볼 수 있는 한줄기 빛이다. 기왕에 품을 들였으니 완성까지 멋지게도 와줬다.

둘째로는 살사다. 향긋한 고추향이 신선하게 베어있으면서도 매운 맛이 넉넉하게 베어있다. 그러나 향이 풍성한 고추는 결코 업소용 캡사이신처럼 불쾌하지 않다. 동남아의 고추인지, 국산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추를 좋은 방식으로 가공하는 듯 하다.(멕시코 방식으로 불에 그을렸거나, 적어도 햇빛에 잘 말렸다) 녹색 고추의 풋향이 없이 아름답게 전체를 아우른다.

셋째로는 타코 그 자체다. 새우를 제외한 세 종류의 타코를 여러 번에 걸쳐 열심히 먹었다. 하나씩 나누어도 먹고 두 개를 먹어보기도 했다. 각각의 타코가 다른 맛의 값을 가지고 있으니 단지 고기가 달라요 수준이 아닌, 선택의 고민을 행복으로 만드는 다양성으로 존재한다. '까르네 아사다'는 소금간의 자리가 모자란 것이 아쉽지만 그야말로 쇠고기의 행복을 맛보는 타코 카르네 아사다의 전형의 맛을 보여주며, 알 파스토(돼지고기)는 양념에 한껏 버무린 타코 알 파스토로서 아사다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점을 훌륭히도 알고 있다. 알 파스토를 조리하기 위한 기구(슈와르마)는 보지 못했는데, 양념에 충분히 재운 고기만으로도 타코 알 파스토를 먹는 재미를 충분히 붙잡고 있다. 넉넉한 고수와 양념이 감각을 흥분시킨다.

무엇보다 가장 위대한 점은 피쉬 타코Tacos de pescado다. 한국에서 이 생선 튀김을 넣은 타코가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존재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타코를 볼 때 이 형식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있다. 바하 칼리포르니아에 동아시아인-일본인-이 닿는 순간 탄생한 타코다. 우리의 입맛에 똑 떨어지게 맞을 수밖에 없다. 텐푸라를 넣은 타코라니. 하지만 단순히 생선을 우겨넣는 정도였다면 흐릿하게 지나갈 수 밖에 없다. 당장 이웃한 새우가 비슷한 논거를 들고, 익숙함을 무기로 사람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까지 아름답고 특별한가? 마요네즈를 잊게 하는 소스? 양배추의 절묘한 개입? 물론, 답은 바로 생선튀김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처음 이 생선 타코를 베어문 뒤 생선에 대해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바다생선도 특별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태평양 반대편에서도 낚이는 도미나 대구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는 마히-마히같은 것은 더욱 아니었다.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건 이 생선이 민물이었다는 점이다. 다름아닌 메기였다. 다시 와도 또 메기였고, 그 맛도 여전히 옳았다. 왜 세상에 이 생각을 못했을까. 우리도 메기를 흔하지는 않지만 먹지 않는가. 동남아로 내려가면 베트남에서 이 메기를 튀기는 요리법이 얼마나 흔한가. 메기는 또한 흑인들의 소울 푸드이기도 하다. 두터운 배터를 입혀 튀겨내는 메기 요리. 왜 이걸 생각을 못했을까. 한 방 먹었다. 이미 미국에서는 비엣-케이준처럼, 동남아와 미국 요리는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왜 생각하지 못했는가.

메기가 국산인지 수입산 팡가시우스인지까지는 전혀 모르겠다. 국산 메기를 이렇게 요리해본 적도 없고, 팡가시우스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배웠다. 팡가시우스 쪽이 싸겠지만 상관없다. 이런 요리의 적수가 있는가. 없다. 한국의 어떤 메기 요리들보다도 훌륭하다. 메기를 맛있게 먹는 법은 바로 이 방법이다. 전 지구가 동의하고 있고 나도 동의한다. 메기를 튀겨라. 토르티야에 넣으라! 조금 더 얹은 살사는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감자감자가 스페인어로 Papa에 대해서는 여백으로 두겠다.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피냐 콜라다마저 사랑스러웠다. 누차 말하지만 음료는 레스토랑의 또다른 얼굴이다. 6천원을 주고 다시 마실 용의가 있고 그래서 두 번 마셨다.

'멕시칼리'는 어떤 타코를 해야할지, 그리고 현재 타코를 하기에 서울의 상황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대해서 가장 훌륭한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타코는 사랑의 음식이며 모두의 음식이다. 약 $4/pc의 가격은 여전히 서울에서 타코 사랑을 논하기 좋지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거의 모든 요소들이 제 역할을 할 만큼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 타코는 드물고, 이정도 대접은 받을 가치가 있다.

재수없는 시간대에는 기다려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있으나, 피크 타임을 살짝 비켜나가는 것으로 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느지막히 가면 한 두 팀정도 기다리거나 바로 앉는다. 경험의 복제, 아니 행복의 복제는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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