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U - 서울의 닭요리

MOZU - 서울의 닭요리

사진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대충 일부 견본만을 제시하겠다. 이 날은 다행스럽게도 없었지만, 무엇이든 일본풍 요리를 하는 가게라면 사진에 공을 들이는 객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나까지 가세할 이유는 많지 않으리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가게에서 '일본 어디랑 비슷하다', '일본보다 낫다' 이런 취지의 평을 내는 것은 감상에 젖은 개인으로서는 충분할지 몰라도, 이 주방의 요리가 가진 방향성에 대한 올바른 잣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닭 요리는 토종닭의 교배종의 대흥행과 필연적으로 이어져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일본 육계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본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처럼 마케팅으로 제시되는 측면이 크다고 보고 오히려 근래 좋은 평가를 이어오는 유명점에서는 미국이나 프랑스 닭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품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단순히 닭의 종자의 차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사육의 방식의 차이, 급여하는 사료와 출하까지의 기간 차이 등에서 차이가 있는데 결국 최저가 경쟁을 하고 있는 일반 육계에 비해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품질에 투자할 유인이 없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또 간과하기 쉬운 점으로 유통과 기술도 있다. 카바야키처럼 긴 전통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요리라기보다는 서민의 친구에 가까운 요리였기에 캐주얼한 면이 많지만 외려 조리 과정이 단순한 것 때문에 재료의 질과 열 관리 기술이라는 두 가지 큰 척도가 결과물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의 경우 앞의 것은 아침에 도축하여 납품하거나, 고급화를 지향하는 가게들의 경우 식조처리허가를 받아 자체적으로 도계 작업부터 진행하는 곳도 더러 있다. 한국의 경우 소규모 도계장이라고 해도 이런 개인이나 식당 단위의 시설은 꿈꾸기 어려운 수준의 장벽이 있으므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므로, 시선은 기술로 간다. 카바야키도 마찬가지지만, 숯을 이용한 열조리에서는 전도나 대류가 아닌 복사열을 함께 다루게 되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 '영점'을 잡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비나 환경이 비교적 표준화된 오븐이나 화구에 비해 변수가 많고 순간의 직감에 크게 의존하는 조리가 가진 문제다. 물론 야키토리 조리의 기술이 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올바르게 찔러 넣어 모양을 만드는 것부터 안타까운 경우들도 있다. 카바야키처럼 "꿰는 데 삼 년" 같은 소리는 하지 않겠지만, 발상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는 요리다.

그래서, 앞선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모즈'는 이러한 모든 문제에 불구하고 한국에서 닭을 꼬치에 꽂아 숯불에서 굽는 방식으로 요리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가게였기 때문이다. 두꺼운 뼈를 제외하면 닭의 거의 전부를 맛볼 수 있는 야키토리는 주로 탕류, 고추장 위주의 양념에 의존하는 한국의 닭 특수부위 조리법에 색채를 더할 수 있다. 메마른 냉동 염통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료용으로 버리는 것 취급받는 닭 내장을 다시 식탁의 구성원으로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내장 요리를 선보인다. 살코기를 다듬는 관점 역시 강력한 염지로도 모자라 형형색색의 가루까지 뿌려 닭의 엷은 맛을 더더욱 공허하게 만드는 시대에 잘 자란 닭과 약간의 소금으로도 즐거움이 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런 가게나 스타일의 흥행이 장기적으로 좋은 닭을 먹기 더 좋은 인프라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밍글스의 '오골계 꼬치'가 해내지 못한 성과를 바라는 것이 너무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헛된 기대가 아니길 바라며.

게시글에 대한 최신 알림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