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O - 뉴욕 레스토랑 위크

NARO - 뉴욕 레스토랑 위크

이제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지만, 미쉐린 가이드가 미국에서 세를 넓히기 전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뉴욕 타임즈와 함께 '믿을 만한' 가이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던 Zagat 이라는 가이드가 있다. 창업자인 자갓 부부의 이름에서 딴 것인데, 그 오랜 업력 외에도 남편인 팀 자갓이 남긴 위대한 유산이 하나 있다. 바로 뉴욕 레스토랑 위크다. 1992년 시작된 이 행사는 정해진 기간 동안 참여하는 레스토랑에서 고정 메뉴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여 값비싼 레스토랑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볼 수 있게 만드는 행사이다. 현재는 여름과 겨울 두 차례를 진행하며, 이름과 달리 거의 한 달 내내 진행한다. 참여하는 레스토랑은 너무 많아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여름이나 겨울에 뉴욕시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이 기회를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울 정도인데, 나는 그 기회를 아토믹스의 자매 식당인 '나로'에 사용하기로 계획했다.

나로의 NYC 레스토랑 위크 메뉴는 하나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알라카르트 요리 두 가지를 고를 수 있는 구성이었는데, 다만 간판 메뉴는 전부 수록된 것은 아니고 치킨 샌드위치를 비롯한 일부는 제외된 구성이었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대표격으로 미는 연어 간장절임은 빼놓을 수 없었고, 남은 한 자리에는 과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레스토랑 위크 한정 요리를 골랐다.

NARO Soy-Marinated Salmon Kohlrabi Noodles, Cured Salmon Roe

냉동 느낌의 연어알과 쪽파로 마무리한 연어는 이 레스토랑을 비롯해 뉴욕을 기반으로 한 현대 한식 요리가 일본의 레퍼런스에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음을 내보인다. 물론 한국도 게장을 대표로 하는 날것의 간장절임 요리의 전통이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이게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요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연어알로 젓갈을 담갔다는 조선시대의 기록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연어의 텍스처는 꽤 적절하게 숙성이 된 상태로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은 점을 잘 짚고 있었고, 밑간도 괜찮게 된 요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체험보다는 록펠러 센터에서 빠르고 저렴한 식사를 찾는 사람을 위한 요리에 가까운 인상을 남겼다. 연어장에 밥을 깔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와 다른 것이겠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지 않은가.

Grilled Cabbage with Fresh Black Truffle Australian Winter Truffle, Doenjang Butter, Candied Pinenut

미국에서 요리를 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에서 한국 요리를 주장한다는 것이 어울리는 쪽은 오히려 이쪽이었다. 접시를 받아드는 동시에 강하게 다가오는 블랙 트러플이 한여름에 썩 낯선 정취를 형성하는데, 구수한 향을 피우던 된장 버터 소스는 의외의 강한 신맛으로 반전을 이루며 배추의 단맛과 조화를 이룬다. 그을린 듯한 향을 입은 배추는 배추 자체의 단맛은 한국을 기준으로는 크게 모자란 수준이라고 느꼈으나-여름 배추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익힌 배추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한 설계는 빛났다. 물론 돌이켜보면 된장 버터 소스에서 된장이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게 다가오지만, 배추와 잣, 트러플과 버터, 서울의 한식이 가지기 어려운 자유로움과 유리한 입지, 뉴욕의 한식이 가지기 어려운 재료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아토보이부터 시작된 박정현 셰프의 프로젝트가 한국 요리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력의 일례를 본 느낌을 주었다.

정말 많은 객석과 무수히 많은 방문객들을 배경에 두고 심각한 요리를 하기는 불가능한 환경에서, NARO는 아토믹스의 자매식당으로서 두 박씨가 가진 확장성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저렴한 아토믹스는 아닐지라도 서울도, 나성도 아닌 뉴욕이 한식의 최전선이 되어가고 있는 이유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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