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 CS 위스키의 고민

NAS CS 위스키의 고민

글렌 스코티아의 빅토리아나. 여느 날 어딘가의 바텐더에게 추천받은 한 잔이었다. 스프링뱅크가 쇼트가 났다는 이야기는 꽤 되었고, 켐벨타운의 자리를 채우기에는 이런 것 뿐이라. 그래, 나도 스프링뱅크에나 관심이 있었지 글렌 스코티아에 얼마나 주머니를 털어보았는가. 기꺼이 응하게 된다.

강한 단맛이 인상의 전체를 지배하는데, 역시 나무를 오래 구운(또는 태운) 것이다. 비교적 낮은 온도(어떤 보고에서는 140도, 어디에서는 150~180도 물론 섭씨)에서 변성하는 헤미셀룰로스의 특징을 강조, 시간적인 여유를 줌으로서 나무로부터 단맛이 두드러진다. 캐러멜화 된 오크로부터 크렘 브륄레와 같은 향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달콤함 위주의 향은 팔레트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가 위스키의 복잡함으로 이어질지, 또는 실망으로 이어질지의 운명은 향과 맛의 내러티브를 이어줄 뉘앙스의 구조에 달려있는데, 아쉽게도 이 위스키는 그 간극을 적절히 메꾸지 못한다. 브레히트로부터 유래한 표현-그래, '소외'의 느낌까지도 말할 수 있다. 맛과 향이 너무 다르니까 위스키에 몰입하는 대신,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나를 마치 내 등 뒤에서 보는 기분이 느껴진다. 무엇때문에 향과 맛에 집착하고 있었는가. 백후추와 같은 매콤하고 화사한 풍미가 급작스레 습격한다. 나무에서 유래한 물질들이 다스려지지 않은 상태로 팔레트에서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복잡성이 떨어지는 주제에 팔레트의 자극은 피로한 편이므로 본능적으로 가벼운 음료가 뒤따르게 된다. 버번에는 신선한 우유처럼 다른 체이서를 시도하고 싶을 지도 모르지만, 맛있는 우유라는 선택지가 없는 한국에서 손아귀에 쥐어지는건 맹물이다. 물로 닦아내며 음미한 나머지에는 희미한 구운 향기가 묻어나지만 그걸로 됐다. 1온스면 충분하다.

이게 스프링뱅크 대신이라니. 위스키 업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니, 뭐 스프링뱅크라고 믿고 마실 수 있는 보증 수표도 아니다. 인기있는 품목들은 정해져 있고(로컬 발리, 12CS 등) 유명세 아래에 적당히 만들어 팔려나가는 것들이 있다. 영리하다고 하면 영리하다고 해야 한다. 글렌 스코티아는 그런걸 잘 못해서 여러 번 망하고 팔려나가길 반복했으니.

그래서 글렌 스코티아의 이 영리한 새 라인업은 더욱 고민만 깊어졌다. 그래, 망할 수는 없으니까 이런 위스키를 만들어 파는 걸로도 먹고 살 수 있다면 존재까지 부인할 이유가 있을까. 애초에 허영을 위한 소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위스키 업계도 존재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 투자 목적의 수요가 사치품 산업을 지탱하는건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고, 오늘 내일이 제일 심하지 않는가. 굳이 예시는 들지 않겠다. 먹고 마시는 블로그니까. 그동안 명성과 호경기에 기대어 편하게 즐긴 대가를 치르는 셈이지만 앞으로도 그다지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머니가 두둑한 사람들이야 계속 두둑한 주머니를 맛보고 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키친 컨피덴셜」의 앞장을 다시 곱씹어보아야 한다. 엔서니 보뎅은 분명 옛날만 해도 스타 셰프, 요리 사진을 모으는 푸디들, 몇몇 식재료가 지금 가지고 있는 고급의 딱지같은게 존재하지 않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어떤 유명세는 단지 발명된 것이다-그리고 현재 혼용되는 개념들, art, gastronomy, gourmet, foodie의 사이에서 우리의 삶의 일부는 갉아 먹히고 있다는 점은 명확히 느껴진다. 위스키는 위스키다. 라고 말하는 순간 위스키의 의미에 대한 무수한 다른 해석들이 존재하며, 그 사이에서 '단지 어떤 분위기'수준으로 위스키를 대하는 시각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위스키를 잡아먹고 있다. 그들이 씹어 삼킨 뒤 뱉어낸 위스키의 모습이었다.

결국 우리의 소비는 일종의 역할놀이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글렌캐런 잔 안의 이미지도 함께 마신다. 잡아떼지 말고 인정함으로서 극복하거나 주저앉아 즐기거나 그 다음이 있다.

  • 그런 점에서 켐벨타운이라는 이 기호에 대해서도 다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스코틀랜드의 낭만이나 팔고 있는 게 아닌가? 적당히 기대어 의존하고 싶은 현대인의 욕망은 무수히 많은 것들을 잡아먹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자리가 있어야 한다. 빌보드 차트 1위, 미슐랭 별 셋 그 자체가 목표인 요리가 있다면 자신의 음악, 자신의 요리를 하고 싶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두 음악의 감상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위스키는 그렇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결정적으로 NAS CS 위스키는 그다지 저렴하지도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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