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ve - 재료와 아이디어의 바텐딩
2025년 여름 싱가포르에 잠시 있는 동안 저녁마다 여러 바를 다녔는데, 아무래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은 이 동남아 바 씬을 주름잡는 미디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미디어에 등재된 곳이나, 그렇지 않은 곳이라는 차이 말고,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음료를 찾고 싶었다. 그러다 바에 바를 건너 도착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이곳, 네이티브였다. 세계적으로 게스트 스탠드도 자주 하는, 미디어를 영리하게 잘 활용하는 바였지만, 과연 백바에 '코어'가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동남아의 맥락을 한껏 드러내는 데에서는 과거 교역지로서 서양인들의 무대로 번창했던 '벨 에포크' 시기 칵테일 문화와는 달리, 21세기 동남아의 믹솔로지는 그 지역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다는 인상을 주지만, 사실 우리가 이 관광 대국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뀐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누구나 '현지인 같은' 경험을 원하고, 현지의 재료나 아이디어가 아니고서야 만들 수 없는 이런 창작품들은 외국인에게 그런 감각을 가득 채워주지만, 과연 그것은 만들어진 현지의 경험이다. 생각해보라. 여러분은 댁에서, 혹은 좋아하는 가게에서 보드카 대신 소주를, 국산 진에 국산 허브를 띄운 칵테일을 즐기시는가?
그럼에도 이곳의 바텐딩에 '코어'가 있다고 하는 것은, 영리하다는 맥락과도 이어지는데,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 더 넓은 지역이라는 넉넉하고도 깊은 레퍼런스가 그것이다. 얕은 기억, 외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싱가포르에 대한 인상에 그치지 않고 여러 지역 출신의 바텐더들의 무형 자산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단순히 허브나 과일을 증류주와 늘어세우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아이디어로 엮어낸다. 이국의 맛과 이곳의 맛이 겹친다.
한국적인 음료를 만드는 일에 빗댄다면, 깻잎이나 배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재료를 선보이고 싶은 단계가 있겠지만 단순히 그것이 느껴지는 음료에 그친다면 불행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왜 굳이 증류주를 뒤섞은 음료의 형태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있어야 한다. 단순히 기존에 있는 음료의 맛에 얹어내거나, 적당히 마시기 좋은 술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