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pollo Flora - 맥주의 거품

Omnipollo Flora - 맥주의 거품

우리는 액체를 마시지만 기체를 생각한다. 음료라는 것이 자주 그렇다.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하는 맥주와 샴페인부터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탄산음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이 거품을 사랑하는 형태는 다양하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다양한데, 기본적으로 약간의 산미를 더하기도 하거니와 표면에서 거품이 터지며 방향 물질을 감각하기 더 쉽게 만들기도 하고, 차가운 온도를 더욱 극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착각을 일으키게 하기도 한다는 것이 그 예시이다. 그러나 다른 거품과 비교해 맥주의 거품에는 조금의 각별함이 있다. 모든 음료의 기포는 표면을 향해 위로 솟아오르는 성질을 보이지만, 맥주에서는 단백질로 인해 상단에 부드러운 거품 층이 생긴다. 어릴 적 상상한 구름의 촉감처럼, 잘 만들어진 맥주 거품은 음료의 청량함과 보색을 이루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맥주 거품에 대한 시도는 크래프트 맥주보다는 페일 라거를 위주로 한 대형 주류 업체들의 주도로 이루어져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네스 볼이나 고압으로 음료를 분사해 거품층을 만드는 맥주 기계 따위가 그 예시이다.

물론 소프트 아이스크림 따위를 얹는다던지, 얼음을 갈아 뿌린다던지 하는 경우를 본 적은 몇 번 있다. 하지만 꽁꽁 얼린 잔이나 0도보다 낮은 아래에서 보관한 맥주와 같이 대부분의 이유는 감각을 닫을 정도의 냉기에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물건을 받아보니 썩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큰 틀에서는 크래프트 맥주라고 해도 결국 냉기를 찾는 것만 같았다. 얼어붙기 직전의 액체를 바탕으로 모터의 회전에 기대어 만든 가짜 거품을 얹은 맥주. 하지만 아래에 따라낸 맥주는 분명 마실만한 온도였다. 결과가 긍정적이었던 이유는 그 가짜 거품이 가진 선명한 맛 때문이었으리라. 분명한 사워. 맥주 거품이 어떠한 맛의 주장을 하리라 기대하며 살아온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옴니폴로의 거품은 너무나 분명한 맛을 내고 있었다. 아래의 맥주와 이어지는 신맛, 그리고 맥아의 힌트. 기왕 기계를 들여 놓은 김에 파는 듯한 아이스크림의 단맛과 대비되는 그 선명한 맛이 자신은 발효로 만든 음료라는 점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