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비어 컴퍼니, 코스모스 에일 NV

오리지널 비어 컴퍼니, 코스모스 에일 NV

이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비에르 드 샹파뉴Bière de Champagne에 대한 개략적인 이야기부터 해야할 성 싶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스스로 정리해두고 싶은 욕심이니 부디 지루하고 또 들은 이야기여도 헤아려주시라.

비에르 드 샹파뉴는 여타 벨기에의 맥주 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과 다르게 21세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2001년 De Landtsheer가 맥주를 샴페인과 동일한 방식으로 가당-병숙성을 진행한 뒤 스스로 만든 제품을 브뤼니 샹파뉴니 부르기 시작한 것이 그 기원이다. 상업적으로 빠르게 성공을 거두었기에 후발주자들이 따라붙었고 그 시절은 우리에게 벨기에 맥주라는게 스텔라 아르투아만 알아도 대단한 때였으므로 우리에게는 마치 그 존재가 기정사실fait accompli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품어볼 수 있다. 첫째. 맥주에 샴페인이라는 칭호를 이렇게 막 써도 되나. 둘째, 그런 분쟁이 해결되었다고 해도 샴페인 방식으로 맥주를 가공하는게 무슨 의미인가.

첫째에 관하여, 이미 유럽사법재판소 판례가 존재한다. De Landtsheer v. CIVC, Veuve ClicquotCase C-381/05, De Landtsheer Emmanuel SA v. Comité Interprofessionnel du Vin de Champagne, Veuve Clicquot Ponsardin SA, 2007 E.C.R. I-3115에서 유럽재판소는 브뤼, 브뤼 리저브 등 샴페인과 유사한 제품명을 쓰고 샹파뉴 지방을 언급하는 행위를 비교광고로서 허용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허용되기 위한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시한 점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지금 법학을 공부하는 자리는 아니므로 결론만 알면 충분하다. 물론 이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다양한 비에르 드 샹파뉴들이 출현하고 있었으므로, 그들 중에는 법적 불안정성을 회피하는 겸사겸사 실제로 샹파뉴에서 일부 공정을 진행하는 곳들도 있다(대표적으로 "DeuS").

둘째에 관하여, 이는 첫째 질문의 뒷편에 존재하는 질문으로 핵심이 된다 본다. 솔직하게 말해서, 샹파뉴를 들먹이는 것은 가장 우선하여 샴페인 업계가 가지고 있는 부가가치를 탐내기 위한 것은 아닌가. 아니 누가 봐도 그렇지 않나. 벨기에에서 샹파뉴가 가깝긴 하지만 세상에 탄산 양조주를 부르는 이름은 무수히 많으며 심지어 맥주 스스로도 탄산 가스가 보글보글 올라온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영악한 장사를 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 장사를 처음 시작한 De Landtsheer의 마누 씨에게 들으면 좋겠지만, 나는 벨기에 네덜란드 두 나라 중 어디 말도 할 줄 모를 뿐 아니라 그는 이제 현역이 아니다(지금은 아들인 변호사 기욤이 브루미스터brouwmeester이다). 하지만 대충 의도는 보인다. 이 집안은 19세기를 끝으로 직접 양조하는 일을 포기한 이래 20세기동안 단 한 번도 양조를 한 적이 없지만, 1997년 마누는 그 헤리티지를 되살려 맥주를 팔기로 했다. 맥주의 이름부터 판매 방식까지 철저한 시장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내 생각에 샴페인 맥주 역시 그 연구조사의 결과 아닐까? 주류 업계에서 가장 쉽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법을 말해보세요. 정답! 어떻게 프랑스랑 엮습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너무 비극적이니까, 좋은 점을 찾아보자. 첫째로는 이름의 유래가 되기도 한 2차 발효 공정 자체의 효험이다. 도사주와 샴페인 효모로 대표되는 이 공정에서 샴페인은 특유의 가스 가득한 액체로 변모하게 되며, 이 액체는 잔에 따라져 마법을 만들어낸다. 기포가 표면까지 올라와 터지는 과정은 음료의 향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만들며, 적절한 크기의 탄산은 혀에서 맛과 향을 느끼는 것을 돕기도 한다이에 관하여, Polidori, G., Jeandet, P., & Liger-Belair, G. (2009). Bubbles and Flow Patterns in Champagne: Is the fizz just for show, or does it add to the taste of sparkling wines?. American Scientist, 97(4), 294-301.. 여기에 효모가 당을 분해하면서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히 가스만 있는게 아니라 알코올 역시 핵심이며, 그 사이에는 다양한 향을 뿜는 혼합물들도 있다. 구운 브리오슈향으로 대표되는 특유의 향 역시 놓쳐서는 안되는데, 흔히 설명되기로는 수명을 다한 이스트의 찌꺼기에서 일어나는 자가분해가 그 원인으로 설명되고 있으나 연구를 살펴본 바로는 확언하기 어렵다.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고 주요한 변수일 수도 있으나 유일하지는 않다고 하면 틀리지는 않으리라. 하여간 이 과정에서 이런 결과를 얻어야 한다. 알갱이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충분히 형성된 미묘한 기포, 발효를 통해 얻는 추가적인 향과 적절히 조절된 단맛. 그렇다면 우리는 그 이름을 무엇이라 부르건 간에 좋은 한 잔이라고 기억해줄 수 있다.

그래서 코스모스 에일은 어땠는가?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우선 잔에서의 밋밋함이다. 폭발하는 탑 노트가 없는데, 비에르 드 샹파뉴가 와인은 아니라지만 이른바 샴페인 공정을 통해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가 많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애초에 이런 종류의 맥주들 중 수위급을 두고 경쟁하는 제품군이 주로 10% 이상의 ABV를 보여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맥주의 4.5% ABV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적은 알코올은 적은 발효이며, 때로는 많은 마진을 뜻하기도 한다. 원주 자체가 신맛이 풍성한 종류도 아니고, 애매하게 부가물은 들어가서 무슨 향을 내려고 한다. 효모? 샴페인 업자들에게 주로 납품되는 샴페인 효모의 종류는 생각보다 더 많은데, 거기에 더해 야생효모나 포도에 흡착한 균을 쓰려는 생산자 등도 있으므로 원래 이 분야에 대해 논하기 시작하면 매우 깊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이 맥주는 굳이 따지고들 힘을 주지 않는다. 샴페인을 감당할 수 있는 와인잔(잘토 화이트)에서는 단지 묽을 뿐 결코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 없었고, 이보다 향을 펼치기 어려운 플루트 샴페인 잔이나 에일 맥주잔이라면 더 안좋아질 일밖에 없다.

샴페인 업계가 쌓아낸 부가가치를 탐내는 마음은 최초의 비에르 드 샹파뉴부터 이 코스모스 에일까지 아주 한결같다고 느꼈다. 그러나 2020년대에 출시한 코스모스 에일은 최초의 탄생보다도 앞서나간 흔적이 없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BdB와 같이 벨기에의 BdC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만들어온 좋은 크래프트 양조자들이 있는데, 굳이 이 제품을 마셔야 할 이유는? 첫째, 구하기 쉽다. 둘째, 국내에 더 잘 알려져 있어서 자랑하기 좋다. 셋째, 혼자 750ml를 다 마시면 어쨌거나 취하긴 취한다(화장실에 좀 가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