Østerberg Ice Cream - 젤라또 2

Østerberg Ice Cream - 젤라또 2

공언하건대 나는 진부한 표현이 싫다. 으레 쓰이는 표현이라고 전부 진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특히 음식 관련한 표현들은 빠르게 진부해진다. 무분별한 수용과 복제가 이루어지고 그 속에서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석박사가 만들었으니 맛있다"라는 표현도 그렇다. 표현을 향유하는 속에 비판은 커녕 그 석박사라는 제도 자체에 반대되는 경향성을 띄고 있으니 진부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학위는 맹종을 위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연찮은 일로 학위를 가진 사람이 음식을 만드는 경우가 있고, 그러한 음식이 좋은 경우도 있다. Cathrine Østerberg가 이끄는 Østerberg Ice Cream이 그러한 경우이다. 캐서린은 아마 세계로 따져도 별로 없을 아이스크림 관련 석사 학위(MSc) 소지자이다. 얼마 전 명예 교수가 된 겔프 대학의 더글라스 고프 교수의 연구실 출신으로 지금도 비정기적으로 고프의 조교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토록 과학 좋아하는 해당 업계에서 과학자로 분류될 수 있는 몇 없는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학위가 상품을 대변하는가? (이제는 답변하지 않아도 여러분이 이 칸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프로의 솜씨는 빛난다. 하나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질감. 재료의 여부에 무관하게 대부분의 제품-나는 두 지점에서 2일에 걸쳐 대략 8~9가지를 맛보았다-이 일관된 점도, 일관된 경도를 보여준다. 그것이 스스로가 제안하는, 이러한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상태라는 자신감이다. 식물성 지방을 썼다고 해서 뭉치지 않으며, 우유를 쓰지 않는다고 알갱이가 씹히지 않는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손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 입안에서는 너무 빠르게 녹지 않는 정도가 좋다. 충분한 시간 동안 입안에 잔류하며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녀의 아이스크림은 그러한 점에서 흠이 없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비타민나무 열매를 이용한 소르베또였다. 우유를 쓰지 않기 때문에 소르베또는 슬러시마냥 얼음이 얼기설기 뭉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는데, 현대적으로 만든 소르베또는 젤라또와 질감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관련 학위를 딴 전문가의 제품이라고 해서 엄청난 비밀이 있지는 않다. 과학에는 비밀이 없는 게 오히려 더욱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은 좋은 재료를 풍성하게 쓸 수 있는 환경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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