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h - 10년

Paris-h - 10년

오사카 콘래드 뒤 작은 포장 전문 빵집, 처음으로 기억에 담았던 것이 10년 전이었다. 호밀이나 버터를 쓴 옛스러운 빵들이 멋드러지게 늘어선 곳이었다. "h"가 주인의 이름-尚道(히사미치)-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년 후였다. 제빵사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가게의 구성이라, 그가 중후한 연배의 남성이라는 것도 아주 늦게 알았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관광지 중 한 곳인 오사카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음에도, 현금만 받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임에도, 매우 많은 종류의 빵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음에도 나는 이 가게가 지낸 세월이 위대하였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빵부터 일본 특유의 문법이 반영된 빵, 고전적인 방식의 제과까지 다양한 무기를 갖춘 매장이지만 소박함을 담은 브리오슈 무슬린이나 플랑과 같이 단맛을 품은 빵이 이곳의 작은 위대함을 가장 빛낸다. 작은 플랑만이 가질 수 있는 충만한 구운 느낌과 달걀과 바닐라-단면을 보건대 익스트랙만을 사용한-의 풍성함이 겹쳐 단순하면서도 위대한 프랑스 제과의 전통을 잇는다. 확고한 세계관에 입각해 여러 번 먹기 위한 빵부터 일상을 벗어난 순간을 위한 빵까지, 오사카 사람이라면 일생을 함께해도 좋을 빵집이 아닐까. '파리스 아쉬'로 지낸 10년을 뒤로 하고 다시 10년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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