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ÂTISSERIE ASAKO IWAYANAGI - 파르페

PÂTISSERIE ASAKO IWAYANAGI - 파르페

파르페, 여러분에게 파르페는 무엇인가? 내게 파르페는 무엇보다도 욕망을 자극하는 디저트다. 투명한 용기 안에 형형색색으로 수놓은 파르페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큰 틀에서 베린에 묶일수 있을 것 같지만, 파르페에는 전혀 다른 DNA가 흐른다. 베린이 모든 켜를 한 입에 삼키는, 순간의 복잡함에 가까운 예술이라면 파르페의 경험은 시계열을 바탕으로 늘어서는 진행의 예술이다. 먹는 측면 이외에도, 파르페는 전적으로 일본에서만 발견되는 일본적인 현상이라는 특징 또한 가진다. 그 이름의 어원은 프랑스어이며, 19세기 문헌의 parfait au cafe를 원형으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의 파르페는 문헌은 물론 현대 프랑스에서 비슷한 이름으로 팔리는 것과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프랑스의 그것은 차라리 세미프레도에 더 가깝다). 외래어를 차용하고 있을 뿐, 이 요리의 원어 표기는 알파벳이 아닌 가타가나-パフェ-가 적당해 보인다. 돈까스가 더 이상 cutlet이라는 표기를 쓰지 않고 tonkatsu가 되었던 것처럼.

파르페는 제2차 세계대전 전과 후 두 번에 걸쳐 빠르게 일본에 보급된 디저트이다. 기록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파르페에대한 언급은 1893년 로쿠메이칸(鹿鳴館)의 만찬 메뉴로, 덴노의 생일 축하연에서 파르페 후지야마(Parfait FUJIYAMA)라는 기록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모습은 전형적인 프랑스식 파르페에 가까우며 잔 형태는 아예 사용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파르페의 초기 형태는 쇼와 초기 센비키야(千疋屋)에서 판매하던 것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남아있다. 아이스크림에 다시 크림과 생과, 쥴레 따위를 층층이 쌓은 이 형태는 미국의 선데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차이점이라면 그릇은 스템이 있는 잔을 쓰는 형태 정도. 이렇게 오늘날 파르페의 전형이 전국적으로 확산한 것은 1960년대로, 생두 수입 자유화로 인한 준킷사(純喫茶)의 번영, 그리고 본격적인 유가공품 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제과의 일종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 흐름상 제과점이나 제과인의 손에서 퍼져나간 것이 아니라는 지점. 로쿠메이칸은 사교 클럽, 센비키야는 과일 가게, 준킷사는 커피 전문점이다. 일설로는 1960년대 파르페 보급을 이끈것은 식품 샘플 전문점에서 만든 파르페의 샘플 모형이라는 설도 있으니, 파르페의 시작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이 일본식 디저트를 어떻게 볼 것인가. 파르페의 역사 속에 답이 있다고 본다. 많은 근대 서양 제과와 달리 파르페는 과일 유통업체의 손을 거친 독특한 이력의 제품으로 크림과 아이스크림보다도 과일이 핵심이 된다. 물론 커피나 초콜릿 등 다른 재료를 핵심으로 하는 파르페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전형은 역시 과일을 사용한 것. 맛에 있어서는 그 과일이 가진 맛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가는 경험이라고 본다. 지금도 파르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들이(과일을 유통하지 않더라도) 프루츠 팔러(フルーツパーラー)라는 명칭을 고수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 점에서 아사코 이와야나기의 겨울 파르페 비쥬 드 노엘(パルフェビジュー® ドゥ ノエル)의 도전은 파르페의 정도를 걷고 있었다. 왕도 중의 왕도라고 할 수 있는 딸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머랭과 말린 딸기, 피칸 등에서 시작되는 crunchy에서 과육/젤리/젤라또의 chewy, 무스와 콩포트의 smooth로 이어지는 질감의 흐름이 그야말로 왕도, 그리고 겹겹이 배치된 딸기의 사이사이를 잇는 변주의 솜씨가 발군이었다. 사실 딸기 자체가 엄청난 제품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도치기현 딸기 하면 떠오르는 기대를 만족시키는 정도. 하지만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로 풀어내는 딸기의 파트너 변주가 특히 재밌었다. 부분 부분을 먹어나가는 파르페는 과일이라는 코드를 바탕으로 여러 세션의 즉흥 연주가 이어지는 듯한 감각이 들 때 가장 즐겁다. 그리고 아사코 이와야나기의 파르페는 그렇다. 일본의 딸기-이탈리아의 브론테 피스타치오라는 굵직한 주제를 중심으로 온갖 변주가 이어진다. 단순히 물성이 변하는 것을 넘어, 어떤 층에서는 과일과 상보성을 보이는가 하면 다른 층에서는 특정한 캐릭터가 강조되는 등, 흐름이 자유롭다. 그리고 거대한 탑을 거꾸로 정복해 나가며 딸기 그 자체도 점점 진해지는 진행이 마음에 들었다. 딸기맛 기모브의 가녀린 딸기향에서 즙 많은 과육, 집중력 좋은 무스로 나아가다 딸기향을 가진 와인이 개입하더니 마지막 즈음에서는 딸기의 단짝인 발사믹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단맛을 전면에, 신맛을 후면에 배치한 발상까지 놓칠 구석 없이 그야말로 가득 차 있었다.

아사코 이와야나기의 매장은 차분함을 넘어선 무거운 침묵을 느끼게 만든다. 그나마 주방의 집기까지 같은 색으로 도색하지 않은 것이 유일한 채도라고 할까. 어두운 내장재와 더 어두운 조명 속에서 간신히 포착한 디저트의 색감은 순식간에 오감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 아사코이와야나기 블렌드 차 또한 놓칠 수 없는 좋은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