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ock Alley - 월도프 아스토리아 리뉴얼 오픈

Peacock Alley - 월도프 아스토리아 리뉴얼 오픈

월도프 아스토리아 뉴욕은 뉴욕, 미국,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가장 상징적인 호텔 중 한 곳이다. 19세기부터 이어온 월도프 호텔과 아스토리아 호텔, 애스터 가문... 이런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이 자리에서의 역할은 아니므로 생략하겠지만, 뉴욕의 호스피탈리티 산업을 상징한다는 그 위치만큼은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월도프 아스토리아 뉴욕은 중국안방보험에 매각된 후 아주 오랜 리뉴얼 공사에 돌입했는데, 그러던 와중 이 안방보험이라는 회사도 파산, 청산 절차를 거치면서 지금 이 호텔은 중국 정부의 소유로 넘어갔고, 결국 다시 매물로 나온 상태이다. 체면이 말이 아닌 셈. 어쩄거나 지금의 모습은 파산하기 전 중국안방보험의 주도로 이루어진 개축 공사의 결과이고, 매각까지도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므로 중국 자본에 의한 운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 중 그 누구도-아마도 운영 주체마저도- 중국적인 무언가를 이곳에서 찾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 오픈한 월도프 아스토리아에서 기대할 모습은 무엇보다도 그 압도적인 유산에 대한 존중이다.

"피콕 앨리"는 월도프와 아스토리아 호텔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거대한 통로로,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마치 공작새처럼 꾸몄다는 말이 붙어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과거 피콕 앨리의 모습. Morrison, W. A. (2014). Waldorf Astoria. Arcadia Publishing. p. 77.

세계 곳곳의 월도프 아스토리아에서 이곳의 이름을 본뜬 시설들이 있지만, 원본을 다시 만나는 것만큼 벅찬 일이 있을까? 이제는 공작새처럼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 없이 고요한 통로가 되어버린 이곳에서 월도프 아스토리아의 유산을 다시 보았다.

맨 첫 사진은 당연하게도 "월도프 샐러드". 아마 월도프의 요리 중 내가 가장 처음으로 접한 종류가 아닐까 한다. 학교 급식으로 나온 사과 샐러드의 형식으로. 다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다르게 숙성한 체다를 한껏 갈아 올리고, 레몬 드레싱으로 마요네즈 기반의 버무린 소스의 무거움을 한층 덜어낸다. 기본이 되는 맛은 셀러리-사과, 그리고 마요네즈라는 지극히 월도프스러운 맛이지만 새로운 형태로 다듬어냈다. 물론, 그 자체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월도프 레시피 북에 실린 원본을 주문해볼 수도 있다.

월도프의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함께 곁들인 단순한 연어 구이에서는 기본적인 조리의 수준이 까다롭게 유지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팬프라이로 표면이 살짝 어두워지도록 손을 보았지만 살결이 지나치게 굳지 않았고, 별다른 소스를 두르지 않고도 차이브와 레몬으로 적절히 다스려진다.

Dr. Cook
Crockett, A. S. (2018). The old Waldorf Astoria bar book 1935 reprint (R. Bolton, Introduction). Chump Change. (Original work published 1935), p. 48.

물론 월도프가 가진 막대한 유산 중에서는 칵테일 고고학에 관련된 것들도 빼놓을 수 없다. 네임세이크를 가진 월도프 칵테일 외에도 코모도어 #2 같은 올드 월도프 바 북의 여러 레시피가 충실하게 준비되어 있다. 물론 그대로 복각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재해석이지만. 코모도어 #2는 그레나딘 대신 석류 주스를, 닥터 쿡은 레몬을 자몽과 라임으로 바꾸고 기주까지 보드카로 바꿨다. 클라렛이나 샴페인 글라스로 계량하던 시대를 지거가 표준이 된 지금 굳이 그대로 재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듯. 물론 이 호텔의 주된 매출을 책임질 사람들이 100년 묵은 책을 탐독하는 긱이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실컷 취해줄 수 있는 멋진 고객들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코모도어 #2와 닥터 쿡 모두 마셔본 기억으로, 당과 산의 균형은 적당히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국 최고를 자부하는 호스피탈리티에 어울리는 격은 아니었다고 본다. 불완전한 완성도를 마무리하는 것이 스스로가 가진 해리티지의 감동이어야 하는데, 그것을 느끼기에는 각각 레시피가 바뀌어도 상당히 바뀌었다. 당시의 월도프-아스토리아에는 있지도 않았던 야마자키 DR을 사용한 롭 로이 같은 것은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평범한 럭셔리라면 넘치게 즐길 수 있는 도시 아닌가. 이곳만의 특별한 경험이 이토록 평범해서야 쓰나!

거의 10년에 이르는 오랜 리뉴얼 끝에 찾은 월도프-아스토리아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다린 미국적인 럭셔리의 진가를 전부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크게 모난 곳은 없었지만, 리츠, 래플스 등과 같이 각 대륙의 호스피탈리티를 상징하는 건축물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아직 모자란 모습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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