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앤 어니언 - 본말전도

퍽 앤 어니언 - 본말전도

언필칭 평범하게 맛없는 일상음식에 대해서는 따지고 들지 말자고 하지만 그 평범함이 특별한 지경에 이르르는 경우가 있다. 오클라호마식 양파 버거를 판다는 퍽 앤 어니언이 그랬다.

2010년대 즈음 서울에서 처음으로 스매시 스타일 패티가 정착한 이래 이른바 수제버거라는 단어가 자리잡아 프랜차이즈가 아닌-햄버거 가게는 양적으로 엄청나게 확장했으나 대부분 좁은 대한민국 내에서 자기복제만을 거듭하고 있다. 그나마 갈래로 나왔다는 경우가 내슈빌 핫 치킨 샌드위치 정도이고 그나마도 선두 주자가 나서니 뒤따르는데 바쁜 모양새이다. 본토의 유행을 못 따라잡네, 본토만큼 다양하네 이런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일상 음식으로서의 좋음을 추구하는 경우가 아주 없어버릇 하다는 점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도 천만 도시라고 아주 하나도 없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어찌하여 그 천만 시민이 고르게 누릴 수 없는가?

퍽 앤 어니언은 이러한 서울의 흐름 속에서 스매시 패티 유행을 좇되 나름 다른 것을 하겠다고 오클라호마를 레퍼런스로 내세우고 있었다. 양파 버거란? 납작하게 누른 패티에 양파를 얹어 지져 캐러멜 양파의 단맛을 극대화하고, 치즈버거 본연의 짠맛으로 마무리하는 단순무식한 햄버거를 뜻한다. 브리오슈보다 포테이토 번으로 만든 경우가 많고 더해봤자 피클 정도.

애석하게도 퍽 앤 어니언의 햄버거는 오클라호마를 논하고 말고 할 단계가 아니었다. 기본적인 치즈버거, 아니, 프랜차이즈 햄버거부터 다시 배워야 할 수준이었다. 납작하니 못생긴 본연의 미는 어느정도 유사하게 구현되었고, 패티의 표면 역시 썩 힘을 주어 눌러대 크러스트가 형성되어 있는게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그럴싸함은 결론으로 치닺지 못하고 가라앉는다. 제대로 레스팅이 되지 않아 뜨거운 가운데 기본 소금 후추와 아메리칸 치즈로 패티를 가염하는 법을 아예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이런 기초 위에 양파가 아니라 캐비어 트러플을 올린다고 달라질리 만무하다.

얼음조차 제공하지 않고 제공되는 음료 캔과 일회용 종지는 최후까지 쥐어 짜보겠다는, 혹은 이미 겪고있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가운데 세상을 탓하기에는 버거의 상태가 지나쳤다.

서울에서는 질릴 정도로 이런 경우들을 보게 된다. 성공을 모방하고자, 정확히는 성공의 외관을 모방하고자 하는 경우들. 어떤 경우는 성공하고 어떤 경우는 실패한다. 맛있는 식사? 그런 것은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므로 결국 소비자는 이렇게 한 번 밟아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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