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딸기

프랑스의 딸기

매년 더 크게 불어오는 듯한 딸기 광풍에서 벗어난 지금, 비로소 딸기 이야기를 해보자. 프랑스에서도 딸기의 절정은 조금 지난 지금이 비로소 딸기 이야기 철이다. 여러분은 딸기를 좋아하시는가? 뭇 사람들으 딸기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것이 진정 사랑인지 의심한다.

97% 이상이 시설에서 재배되는 '하우스 딸기'인 우리 사정과 달리(농촌진흥청, (2019), 농업기술길잡기) 프랑스의 딸기는 고부가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노지에 재배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님스 딸기(Fraise de Nîmes), 유럽 최초의 지리적 보호 명칭을 획득한 페리고 딸기(Fraise du Périgord), 딸기 최대 산지인 로트에가론의 라벨 루즈 딸기(Lot-et-Garonne Fraise Label Rouge) 모두 그렇다. IGP의 경우, 노지여야 하는 것 뿐 아니라, 주로 100m 내외의 해발고도, 배수가 잘되는 자갈의 비율 등까지 개입한다.

엄격한 요건을 지켜 생산되지만 출하 기준의 당도는 님스 기준 7.5%로 두 자릿수를 기본으로 보는 국내 품종 딸기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퀴르농스키가 님스의 딸기를 극찬한 것이 1933년으로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데, 왜 프랑스인들은 현명한 한국인처럼 행동하지 않을까?

현재 유럽 딸기 시장의 가장 큰 위협은 스페인산 하우스 딸기의 스팸이다. 막대한 규모의 온실에서 제3세계 노동자를 끌어와 EU의 딸기 가격을 박살낸지 오래다. 님스 IGP 채택, 라벨 루즈 수여 등은 이에 대한 대응조치의 성격을 지닌다. 같이 하우스를 짓는 대신 딸기의 가치를 입증받고자 나선 셈이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밋밋한 딸기의 물맛을 즐기냐면 천만에. 클라레 다몽은 철의 절정을 맞은 딸기를 가능한 가장 빠른 경로로 받은 다음 설탕에 하루 절여두기를 권한다. 단맛은 파티셰가 빚어낼 수 있지만, 흙과 바람, 햇볕과 비가 빚어내는 향은 그럴 수 없기에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상한 공포 마케팅을 하고 싶지는 않다. 프랑스 딸기도 토양 산성도 관리를 위해 비료를 사용하고, 맛없는 것은 맛없다. 하지만 그 방향성을 읽어야 한다. 다양한 품종이 경쟁하는 곳은 당도가 아니라 향과 개성에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당도를 끌어올리다 못해 산도까지 낮춰 단맛밖에 없는 죽향이나 설향을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클라레 다몽이 유독 한국에서 더 회자되고 있다고 느끼는데, 정작 클라레 다몽을 숭배해 마지않는 파티셰들의 제품에서 그 비슷한 발상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재수가 없는 지점이다. 유기농 하자는게 아니고, 한국에서 프랑스맛 나는 과일 찾으라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후진 것밖에 없는 시점에서 적당한 걸 골라 써도 좋다. 다만 당신의 의견을 보여달라. 이 재료가 어디로 가야하는가. 초밥집 메론 따위에 무릎 끓을 작정인가.

  • 품종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품종 이야기하면 이제 품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