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가니에르 파리 - 2023년 겨울

피에르 가니에르 파리 - 2023년 겨울

파리의 가니에르는 순전히 이 블로그때문에 재방한 곳이다. 그럼에도 글을 올릴지 말지에 대해 지나치게 고민했는데, 경험을 언어화하는 어려움보다도 받았던 대접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분 좋은 밤을 마치고 나중에 카드 청구서를 보니 계산했던 금액보다 다소 모자란 금액이 찍혀있었다. 이쪽에서 대충 확인하고 서명한 잘못도 있지만 일어난 결과였다. 받아들여서는 안됐을 호의인가 혹은 단순한 오해인가. 하지만 고심 끝에 이런 고민의 무게보다 게재의 이익이 크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여러분은 행간에서 결국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전액을 지불하지 않은 소비자의 평가임을 유의하시라.


방문 전에

피에르 가니에르의 예약은 전화, 홈페이지 및 이메일로 가능하며, 본인의 경우 이메일을 통해 예약했다. 한 번의 확인 전화가 있으며 당일에는 확인하지 않는다.

요리

피에르 가니에르는 정해진 코스 메뉴가 두 종류 있지만 가니에르는 시퀀스 단위로 요리를 편성하므로 단품으로 직접 구성하는 것이 의도에 더욱 부합한다.

이 잔이 프랑스에서 마진 마시막 키르였는데, 어느 한 곳에서도 키르에 특별히 신경쓸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나름의 차이가 있다. 곁들여지는 음식 때문에 발생하는 착각일지도 모른다.

피에르 가니에르(파리), 스케치(런던),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서울) 모두 동일한 바탕의 빵 레시피를 쓰는데 분위기 때문에, 혹은 재료의 차이 때문에 차이가 느껴진다.

PARFUMS D'HIVER
Bouillon forestier : gnocchi de potimarron à la cannelle, chanterelles, pieds de mouton, lardo con magro
Millefeuille oreilles de cochon | foie gras de canard
Veau de Limousin: Côte de veau frottée nigelle et carvi elle est poêlée à la casserole, déglacée à l’absinthe
Oreille, spaghettini aux câpres La Nicchia.
Soufflé à la vanille Raïatea, crème glacée à la vanille Tahaa.
Feuille de vanille de Madagascar, sorbet Blanc.
Tarte de sucre à la vanille de Tahiti, stracciatella.

총평: 2023년의 피에르 가니에르가 보여준 것은 무엇보다도 자기 확신이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피에르 가니에르는 더 이상의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지 않다. 그에게는 이미 확고해진 자신만의 삶의 방식, 요리의 방식이 존재하며 이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요리를 선보인다. 개별 요리에 대해, 또는 구성의 정교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제는 그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생각한다.

대신, 그를 대표하는 요리 방식의 현대적인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분명 어느 부문에 있어서는 20세기적이다. 몇 초의 변화마저 중요하게 여기는, 과학 또는 환상 영역에까지 진입하고 있는 현대의 요리와 다르게 피에르 가니에르는 첨단을 달렸던 요리사이지만 옛스러움이 묻어나기도 한다. 예컨대 리큐르나 증류주를 이용해 덧입히는 향은 그 방식에 불구하고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감각에 가깝다.

사용한 조리의 방식이나, 특정한 재료의 인상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연출이나 여러 요리의 향의 뉘앙스를 엮어 전반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방식은 이제 그의 팬이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므로 무언가 차원을 넘어서는 경험으로는 다가오지 않았다. 이미 그만큼 요리는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고, 그는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2023년의 피에르 가니에르는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공간이 아니었다. 고미요의 평가처럼 명예의 전당, 즉 평가의 영역을 졸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여전히 동일한 시간, 동일한 공간을 지키는 것만으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개별 요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느끼나(자세히 적기에는 너무 길고, 짧게 적기에는 정합성이 너무 떨어진다) 굳이 가장 인상적인 부분만을 언급하자면 트러플을 그려내는 방식 속에서 야채에서 베어나온 단맛으로 이어지는 흐름, 그리고 압생트를 사용한 지점에서 빛나는 푸성귀의 쌉싸름한 향은 그의 감각을 여전히 빛내고 있었다. 슬픈 것은 그가 제안하는 삶의 방식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정이 지나도록 밤새 뜨겁게 논쟁하고 뜨겁게 사랑할 사람들이 있을 때 빛나는 요리다.

서비스:

분위기:

음료: 남부 론과 보르도에서 고민하게 되는 선택지. 짝짓기에 맡기기보다는 모험하는 재미가 있다.

가격: 단품 150~300유로, 음료 제외 예산은 500~600유로 상당을 최소한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테이스팅 코스는 390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