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RRE HERMÉ PARIS Aoyama Heaven - Coupe Glacée Ispahan

PIERRE HERMÉ PARIS Aoyama Heaven - Coupe Glacée Ispahan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엇인지 기억이 나실지도 모른다. 과거 카페 디올에서 판매했던 피에르 에르메의 그 글라쎄는 지금 파리 아오야마의 플레이팅 디저트 전문 매장인 2층 헤븐으로 옮겨왔다.

크렘 샹티 위에 끼얹은 프람보아즈 쿨리, 그리고 장미향을 덧입힌 리치 소르베로 이어지는 글라세의 구성은 피에르 에르메가 가지고 있는 이스파한에 대한 개념적 발상을 가장 투명하게 드러낸다. 물론 단계적으로 나뉘어진 이스파한이 뭉쳐있는 이스파한에 비해 반드시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 입에 맥락 없이 전체가 휘몰아칠 때가 더욱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때도 있는 법.

그 이스파한에 대해서는 이미 자주 다룬 것 같지만, 개념적으로 생각해보자. 페르시아의 대도시라는 이름과는 달리 이 이스파한의 유래는 페르시아가 아닌 불가리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가리아 역시 페르시아 못지 않게 장미로 유명한 국가이다. 물론 장미의 원산은 더 동쪽이 맞지만, 불가리아 역시 카잔루크를 중심으로 한 장미 재배 문화가 꽃피웠으며, 제과에도 장미 향이 사용되는 일이 종종 있다. 피에르 에르메는 불가리아 음식에서 영향을 받아 크림과 장미의 조합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그 조합은 가스통 르노트르의 아래에서 이미 펼쳐보인 바 있다. 하지만 피에르 에르메는 장미를 통해 자신의 고향, 알자스를 떠올렸으니 그 연결고리가 되는 것은 장미향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 독일계 화이트 와인의 자랑, 게뷔르츠트라미너다. 게뷔르츠트라미너의 지배적인 노트는 장미와 리치로 이어지고, 그것이 이 이스파한을 완성하는 리치의 성삼위일체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어준 것이다. 거기에 더해 기존의 케이크가 가진 부드러움 일변도를 마카롱의 코크와 건조 라즈베리 등을 사용해 변주해 상큼한 감각을 바스러지는 촉감과 연결해낸 것이 피에르 에르메만의 감각으로 칭송해낼만한 것이라 하겠다.

카페 디올과 피에르 에르메 아오야마점 모두 결국 이스파한을 굳이 복잡한 방식으로 펼쳐서 먹어야 하는 이유까지는 보여주고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과거에 가까운 맛을 보여준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새콤하게 적신 크림에서는 뒷맛의 장미의 힌트를 맛보는 놀라움이 부재하고, 어리숙한 질감의 소르베는 마카롱 이스파한의 가운데를 파먹는 즐거움은 대신하지 못한다. 차가움까지 갖췄건만 닿을 듯 닿지 않는 이스파한의 이데아만 좇다 더럽혀진 잔만 남기고 만다.

그 거대한 이름만큼 그림자도 큰 것은 아닐까. 사실 무슈 에르메의 창작품 중에는 더 좋고 놀라운 것도 얼마든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스스로도 스스로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에르메의 실질적 본가라고 할 수 있는 도쿄에서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