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zzeria d'Avesta - 케밥 피자
피자에 무엇이 올라가는가는 다분히 정서적인 측면이 강하다. 인터넷에서는 하와이안 피자가 밈으로 통하지만, 최협의의 피자로 한정한다면 한국에 존재하는 다양한 배달 피자 모두 괴식의 영역으로 들어갈 것이다. 고구마 무스는 물론 보수적으로도 인정 가능한 웨지 감자까지도 피자의 고향의 문법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한 측면에서 케밥 피자라는 음식도 한 발짝만 물러서면 포용할 수 있는 음식이 된다. 요리 자체로 보면 의문스러운 것은 맞다. 케밥의 원류가 되는 지역은 대부분 피자와 구분되는 플랫브레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어쩌면 그 역사는 피자따위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길다고 할 수도 있다. 되너 케밥 방식으로 익힌 단백질과 플랫브레드의 조합은 어렵지 않게 만들어졌을 것 같지만, 케밥 피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요소들의 조립을 넘어 문화적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현대 음식이다.
스톡홀름 근방을 원류로 하는 케밥 피자의 탄생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이민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중공업 위주의 경제가 크게 발달하면서 스웨덴은 이민을 가는 나라에서 받는 나라가 되었고,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서방권에서도 다양한 지역의 이민자를 빠르게 흡수했다. 이후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발칸에서 칠레 등지까지 분쟁 지역에서 이민 또한 빠르게 증가하였고, 빠르게 자리잡은 제1세계 출신 이민자에서 경제적 사정이 더 좋지 않은 이민자에게 단순 노동 영역이 빠르게 대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케밥 피자는 그러한 역동 속에서 등장한 음식으로 이름과 외관은 이탈리아 이민자가 만든 가게처럼 보이지만, 내용물은 발칸이나 서아시아 음식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 특징이다. 단백질의 조리는 물론 요거트나 사워 크림 바탕의 소스, 그리고 신선한 야채를 얹는 것까지 피자와 돔형 오븐의 문화권과는 플랫브레드 이해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중앙의 프리지텔로 고추를 정서적 상징으로 하는 케밥피자는 1980~90년대 이후 빠르게 스웨덴 전역에 자리잡았으며, 지금은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20세기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겪은 후의 스웨덴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어찌보면 가장 스웨덴적인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부대찌개나 밀면과 같이 근현대사를 그대로 드러내는 음식이 있듯이, 케밥 피자는 세계에 문호를 개방한 산업 대국으로서 스웨덴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래서 맛은 어떤가? 노랗고 파란 맛은 전혀 아니다. 빵은 피자 나폴레타나에 비해서는 아주 마른 편이지만 생야채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흥건하다는 느낌을 준다. 되너 케밥은 어떤 탄수화물에도 고르게 어울리며, 지중해의 토마토에 의지해 만드는 피자 나폴레타나의 신맛과 달리 발효에서 얻은 신맛을 바탕으로 하는 소스가 조금은 이국적인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모든 케밥과 피자가 그렇듯이 쉽게 탐닉할만한 음식이다.
나는 한국의 피자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피자가 그런 음식이다. 어떤 미국 사람들은 피자의 표준을 페퍼로니 피자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이른바 콤비네이션 피자가 그러한 역할을 오래 동안 수행해왔다. 나라마다 제각기 꽃을 피우는 것은 피자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 아닌가. 한국 피자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통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결국 무엇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우리가 결정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