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énitude - 2023년 겨울

Plénitude - 2023년 겨울

인터넷의 시대를 넘어 숏비디오와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 접어들어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아 북유럽으로, 스페인으로 떠나지만 파리는 여전히 뒤카스나 파사르와 같은 셰프들이 쌓아올린 제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일 때도 있다. 하다못해 서울에도 있는 뉴 노르딕 유사의 레스토랑이 파리에서는 기를 쓰지 못하고 있으며 기 사부아에게는 최근 충격적인 강등 소식이 전해지는 등, 보편적인 서양 요리의 문법으로 자리잡은 프랑스 요리의 명성에 불구하고 파리의 프랑스 요리가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되는 오늘날이다. 차가운 소스를 만든 야닉 알레노와 같은 신성이 빛나기는 하지만, 푸앙의 계보에서 이어지는 거성들이나 피에르 가니에르같이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하기에는 모자라 보인다.

그 속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직접 전격적으로 영입한 생-트로페즈의 젊은 요리사는 하나의 예외를 만들어냈다. 중국, 한국 두 나라에서 거머쥔 막대한 부를 회장이 허투루 쓰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채운 것이다. 호텔의 이름처럼 파리에 "백마 탄 기사"로 등장한 아르노 동켈레는 곧바로 프랑스 요식업계에 존재하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휩쓸었다. 그럼에도 몇 달 전부터 온라인 예약을 받는 폭거를 거부하고 전화와 이메일로만 예약을 받는 전통적인 시스템을 고수해 원하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문 전에

플레니튜드의 예약은 전화 및 이메일로 가능하며, 방문 전 한 번의 확인 전화가 있고 당일에는 확인하지 않는다.

요리

플레니튜드의 메뉴는 기본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코스가 있으나 단품 주문으로 직접 메뉴를 구성하는게 기본값이다. 이는 서비스에 있어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CANAPE

개별평은 무의미하며 일종의 이정표로서 문해할 수 있다며 족한데, 눈에 띄는 것은 당연히 일단 보기부터 바다를 주제로 한 느낌을 강하게 선보이며 세계적인 대세에 반하지 않게 부르주아적이고 무거운 프랑스 요리의 전형을 탈피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맛으로 들추어본 사정은 그보다 좀 더 복잡하다. 굳이 북유럽이나 바스크를 의식하기보다는 단지 지중해를 바라보던 장소에서 대서양과 북해를 얻은 김에 이를 한껏 품기로 작정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버터 역시 브르타뉴의, 겨울 버터치고 너무나도 샛노란 버터가 나의 가설을 지지해준다. 흔히 풀이나 꽃을 먹고 자란 소젖으로 만든 버터는 강렬한 노란색을 띄는데, 풀이나 꽃의 맛이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지방에 깃든 섬세한 향이 빵에 발라 씹을 때 입천장의 후각을 찌른다.

쿠프가 벌어질대로 벌어진 빵 역시 도시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정말 옛스러운 빵을 고집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상당히 점잖은 편이고, 잘 부풀어오른 데서 보이듯 르뱅의 향이 아주 강렬하지도 않다.

여기에서 요리사가 생각하는 나름의 스타일이 드러난다고 생각했는데, 향을 겹쳐서 전시하는 방식이 하나고 둘은 팔레트와 이러한 향의 조합에 대한 감각적 유희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LISETTE / FENOUIL / ESTRAGON, Velours "d'Eden"

첫 요리에서 드러나는 그의 독창성이라고 한다면 전통과 문화에 존재하는 양식을 이요하는 방법이 기존에는 유사한 맛으로 변경하거나 프레젠테이션 방식을 바꾸거나, 다른 문화에 있는 요소를 더해 놀라움을 연출하는 방식이었다면 그는 전체를 흔들면서도 그 어느 곳에서의 전형도 아닌 자신만의 영감을 더해낸다는 점이다. 코트 다 쥐르에서는 생선-특히 농어-과 펜넬의 조합은 아주 흔한 것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아르노는 등푸른생선인 정어리로 한 번 틀고 존재하지 않는 맛과 같은 소스로 다시 한 번 비튼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저 푸른 소스가 단순히 신맛-묽은 점도 바탕에 타라곤 향을 입혀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그려내는 데 있는데 그 기원이 마땅히 떠오르는 것 없이 정말 자신만의 경험과 피드백에 의한 창작이라는 느낌을 준다. 갈라지지 않을 정도로 익힌 정어리 꼬리의 결과 점도를 높이지 않은 비네그렛 뉘앙스의 소스의 합일감 또한 눈에 띈다.

Rouget / Boulangère / Crocus, Fumet de roche “BRAVADE”

그에 반해 부이야베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노랑촉수에서는 새로움도 새로움이지만 그의 남부적인 감각이 가진 탁월함을 보았다.

패류와 토마토 바탕의 부이야베스의 색을 띄며 향도 채수 바탕에 토마토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뒷맛에서 강한 감칠맛이 올라오는데 영락없는 게의 맛이다. 프로방스식 작은 게 수프(soupe de favouille)를 레퍼런스로 낸 것인데 이 아이디어가 절정으로 빛나는 이유는 바로 저 노랑촉수 때문이다.

노랑촉수는 생태만 놓고 보면 동아시아에서 선호되는 커다란 종류의 생선은 아니다. 커봤자 40cm를 넘는 개체는 보기 불가능할 정도로 작은 생선이며, 주로 해초 사이에 숨어 해저로 떨어진 먹이나 그걸 노리는 바다의 시체 청소부, 바로 게와 새우를 노리고 사는 생선이다. 피부가 붉은 것은 그 때문은 아니지만, 맛에 있어서는 그 먹이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이 로마 시대부터 알려져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게 맛이 나는 생선을 게 맛이 나는 생선같은 소스로 덮은 것이다. 낯선 경험이라 감각이 다소 혼란스러울 지경인데, 눈앞에 생선을 두고도 잠시동안은 게를 씹는 듯한 감각에 스스로를 다시 의심하며 있는 매개체를 총동원해 소스에 다시 도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이런 반응에 너무나 익숙해 보였다.

조연들도 빼어났지만 소스에서 보여주는 창의력과 균형 감각만으로 이미 우리는 충분한 실익을 거두었다.

빵에 있어서는 정말로 한결같음을 유지하는데, 이러려면 왜 파리에 왔나 싶다가도 바로 그런 이유로 파리에 왔다고도 할 수 있다. 슈발 블랑의 빵은 껍질을 가르는 재미가 확실하다.

Trou Normand

그래도 북에 왔다고 느끼게 해주는 점이 트루 노르망으로, 생 트로페즈에서는 내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여기에서도 단순한 트루 노르망이 아니라는 점이 주효했다.

이전에 네이버 시절 소개한 적이 있지만 플랫폼 교체를 감안해 짧게 소개하면 트루 노르망은 사과나 배로 만든 소르베를 칼바도스에 담아 내는 노르망디 특유의 팔레트 클렌져이다. 스타일에 따라 과실 자체를 칼바도스에 재웠다가 만들기도 하는데, 플레니튜드의 트루 노르망은 그라니타, 소르벳, 그리고 칼바도스의 세 겹으로 소르벳을 크게 잘라 뜨는 첫 한 술에는 칼바도스 향이 강하게 적시지만 뒤에는 소르베의 청량함이 남는다.

RIS DE VEAU / BLETTE / CHARDONNAY, double sause "champenoise"

송아지를 여러 종류로 내던 데서 현재는 흉선만 내는 식으로 단백질에서는 변주를 주지만 전체적인 아이디어는 유지되고 있다. 더블 소스라는 이름처럼 소스를 두 겹으로 내는 방식으로 짠맛, 단백질의 뉘앙스가 강한 송아지 소스에 신맛과 유지방의 뉘앙스가 강한 샹파누아즈 소스를 덧씌운다. 흉선 표면에 입힌 양파의 단맛과 유지방 뉘앙스의 흉선-샹파누아즈 소스가 상당히 어리고 가벼운 뉘앙스를 주다가도 잠시동안 브레이징한 살코기의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는 아래 소스로 넘어가는 느낌인데, 노랑촉수에 비하면 그래도 이해 가능한 영역에 있으며 감각 역시 현실에 머무른다. 외려 지나치게 강한 인상을 주는 요리보다는 그의 스타일과 영감을 이해하는 데 있어 더 좋은 요리로 보인다.

fromages

입구쪽에 치즈를 위한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치즈 카트가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치즈를 향해 가야하는, 어찌보면 지금까지 서비스와는 일관성이 없는 놀라운 서비스 방식을 제안한다.

식사의 경험에서 하이라이트는 아니지만 서비스 경험에서는 모르고 당해야 놀라운 점이 있으므로 이번만큼은 치즈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COMPOSITION SATINÉE

생 트로페즈에서와 달리 막심 프레데릭이라는 인재를 두고 있음에도 디저트에서까지 그의 스타일은 유감없이 드러나는데, 자몽부터 레몬까지 다양한 시트러스를 켜켜이 쌓아 올린 이 머랭 꽃은 사실 그 시트러스보다 후추와 허브가 일깨우는 화사함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신맛과 시트러스의 향을 당겨내기 위해 여기에서까지 감각을 또 여러 겹으로 자극할 속셈인가. 그는 미각의 허점을 지나치게 잘 알고 있었다.

Teurgoule

마지막 인간미를 발휘하는 것은 이 퇴르골이었다. 요즘 이쯤에 있어서 할머니니 고향이니 꺼내는 식의 서사가 지겹게 등장하지만 그대로 지킨 촌스러움에는 촌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다.


총평: 아르노 동켈레는 단순히 값비싼 재료를 섬세하게 조리하는 요리사도, 그렇다고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유행의 첨단을 선보이는 요리사도 아니다. 그는 제3의 방식, 자신만의 맛의 조합을 선보이며 요리사의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프랑스의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중심 재료의 뉘앙스에서 연결점을 찾는 방식은 과거 피에르 가니에르가 보여주었던 방식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감각의 집중도가 더욱 진취적이라고 느끼게 만들며, 창작의 바탕을 오로지 직업적 고향인 프로방스, 실제 고향인 노르망디 두 영역으로 제한하면서 도시 파리가 아닌 거대한 문화권 프랑스의 힘을 유감없이 이용할 줄 아는 요리사임을 보여준다.

원래도 소스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그이지만 플레니튜드의 작업은 전적으로 베르나르 아르노의 비호 아래에서만 가능한, 어찌보면 정작 배워 써먹기는 어려운 스타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내세울 무언가에 기대는 대신 자신을 믿는 자세는 발드호텔 소노라의 클레멘스와 유사한 점도 있으며, 인상 역시 그만큼 깊었다.

분위기: LVMH라는 회사가 그렇듯이 보여주는 완벽한 모사.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따스함.

서비스: 생각보다 인원이 아주 밀도있게 운영되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래도 숫자로 해결하는 경우와는 비교하지 말자.

가격: 테이스팅 메뉴 320유로, 코스 가격 350유로부터.

음료: 그 LVMH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빈티지가 올라갈수록 선택지는 빠르게 좁아진다. 레드라면 론이나 부르고뉴 중에서 고려하게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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