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aurant SAKAKI - 햄버그스테이크
서구 열강에 의해 동아시아의 문이 열리던 시절 일본의 서구화를 상징하는 몇 가지 음식 중 한국에서 참으로 다른 길을 걸은 두 가지 음식을 꼽자면 돈가스와 햄버그스테이크가 있다. 아, 참고로 국립국어원이나 권위 있는 국어사전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표기는 햄버그스테이크 뿐이다. 햄버그도, 함바그도, 함박도 인정받지 않는다.
사전 이야기를 괜히 한 것이 아닌 것이, 이 음식의 정의에 대해 서구 언어권과 일본어-한국어는 다른 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조가 되는 독일어는 물론 영어에서도 Hamburger (steak)라고 하면 다진 쇠고기를 납작하게 부친 음식을 의미하지만, 일본어로 넘어오게 되면 돼지고기와 쇠고기의 혼합육(合い挽き肉)을 사용한 것을 기본으로 본다. 한국어의 경우에도 표준국어대사전 및 권위 있는 국어사전인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모두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다진 것이라고 하여 돼지고기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방이 거의 없는 부위를 활용하기 위해 다진 고기를 활용하는 요리법은 독일 중북부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공장식 축산업이 보급되며 순쇠고기로 제법이 통일된 햄버거와 달리 일본식 햄버그는 19세기의 정신이 녹아든 혼합육에 야채까지 섞어 쓰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이 조리법에서 오래도록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제는 사라져야 할 과거의 열악함은 아닐까? 적어도 한국에서 다양한 표기를 공유하는 대부분의 햄버그, 함바그, 함박들이 그랬다. 유명한 블로그 인플루언서들이 극찬을 마지않았던 서울 모처의 함박의 악몽을 겪고 나서 몇 년 후 쑥, 헛개나무, 감자를 사용한 숙성이라며 광고하는 모습을 보아야 했던 지난날의 씁쓸함은 이 요리에 대한 내 기대를 더더욱 접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유독 '다래'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저렴한 햄버그 가게들이 내가 가는 대학가마다 있었지만 역시 저렴하다는 것 이외에 다진고기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곳들은 아니었다.
교바시에 위치한 사카키를 대표하는 음식은 포크진저(ポークジンジャー)지만, 이른 아침부터 (평일 기준 못해도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음식이기에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대신 누구나 맛볼 수 있는 쪽이 바로 이 햄버그. 평소라면 위의 선입견에 따라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돈가스 따위를 먹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햄버그에 앞서 소스다. 명도가 거의 없는 색상처럼 태운 뼈의 느낌이 앞서고, 채소로 균형을 잡은 느낌이 뒤따른다. 습관적으로 곁들이는 경양식의 수많은 브라운 계통 소스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기성품으로 자리잡은 돈가스 소스 같은 것을 떠올려 보면, 신맛으로 지방에 맞서고 단맛으로 입맛을 당기는 원초적인 역할에 치중되어 있다. 유지방이나 크림을 베이스로 하는 소스와는 분명 다르기야 하겠지만, 맛을 더하는 역할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평면적인 영역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근래에 고기 자체의 맛을 강조하는 고기 요리일수록 소금이나 와사비로 갈음하려는 관행도 이러한 소스에 대한 기대 부족을 방증한다. 하지만 햄버그 스테이크는 그 형식에 있어 소스로의 의존을 벗어날 수 없는 음식이다. 한국인 일본 여행자라면 한 번은 거쳐갔을 동양정의 호일 속 햄버그부터 여기에 이르기까지, 일본식 햄버그스테이크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되 햄버그스테이크에게 넉넉하지 않은 소스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물론, 탕수육에게 있어서도 그런 시절은 있었으므로 미래는 모르는 일이다) 반죽에 돼지고기나 야채를 섞더라도 본질이 혼합물인 완자 등과 달리 쇠고기의 순수성이 가진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음식이므로, 결국 조미의 핵심이 이 소스에 있게 되는데 돌이켜보면 소스에 대한 기대를 잃은 지금 내가 햄버그스테이크에 정을 붙일 수 없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하다못해 돈가스라면 튀김에 대한 보편적 지지 속에 사과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경양식 돈가스 가게들이 한국에서도 몇 곳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성업하고 있지만, 철저히 소의 구성 요소를 고집하는 햄버그는 추억으로 파는 정도로는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지 햄버그스테이크의 소스에 있어 분명한 완성도나 개성을 가진 가게는 서울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만나본 경험이 전무하다 싶을 정도다. 한우를 구워 내는 것이 마지막의 미덕이 된 파인 다이닝 업계에서는 막상 지루한 방식의 과일을 섞은 쇠고기 쥬 바탕의 소스가 천편일률적으로 깔리는 풍경을 보자면 모순적인 안타까움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그러한 점에서, 사카키의 데미글라스는 육수나 뼈의 느낌, 즉 쇠고기 특유의 풍미를 덧입히는 소스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한다. 소스와 햄버그스테이크가 쇠고기 특유의 풍미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다시 완성된, 과거가 아닌 현대의 취향을 겨냥한 듯한 한 그릇의 요리였다.

그리고 달걀을 부치는 데에도 틀을 쓰게 되면서 서니 사이드 업에게 죽음의 시대가 열렸지만 - 물렁하게 익힌 달걀은 조립해서 만든 냉동 가짜 프라이만큼이나 끔찍하다 - 이곳의 달걀 노른자에는 분명한 소금간이 더해진다. 장식이 아니라 분명한 일부분임을 보여주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