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우 - 셰프웨어를 입은 락사

리마우 - 셰프웨어를 입은 락사

망원동에 있던 프렌치 레스토랑의 요리사가 말레이시아의 커리 락사를 끓여 판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 곧 끝난다고 한다.

이제 당분간 맛볼 수 없는 요리를 두고 굳이 이야기를 나눌 의미가 있을까? 그것이 서울에서 흔히 존재하는 음식이라면 그렇지 않을 테지만, 애초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그리고 다시 존재하지 않게 될 음식이라면 우리의 기억으로 남길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락사, 동남아시아권에서는 우주를 담은 음식이다. 세계적으로는 경제 대국인 일본의 라멘이 중화를 가공한 시대의 한 그릇 요리로 자리잡고 있지만, 락사는 결코 라멘에 지지 않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 무한한 다양성이다. 커리 파우더나 코코넛 밀크의 사용 여부를 시작으로 토핑이나 사용하는 면, 고명, 스프의 주 재료 등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지지만, 그렇다고 이런 요소들이 무작위의 경우의 수로 던져지는 것도 아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고유의 지리적, 인문적 환경에 더해 싱가포르와 페라나칸 등 이민 문화의 등장을 거치며 크게는 국경 단위로, 작게는 지역과 문화권의 촘촘한 선을 따라, 또 독특한 개성을 가진 몇몇 주방의 존재를 따라 락사는 말레이 반도에서 인도네시아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생활권에 필수불가결한 한 그릇 탕면 요리로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락사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수준을 넘어 천연기념물 수준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물리적 거리고 멀지만 이주노동 등의 관계도 주로 베트남 등의 국가와 연을 맺고 있기에(그럼에도 한국의 쌀국수 또한 그 질적인 깊이는 슬픈 수준이다) 말레이나 인도네시아의 음식은 한국 사회에 거의 발을 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네팔 계통의 커리가 수도권에서 썩 단단한 입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유를 이것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갈랑갈과 같은 향신료, 코코넛 밀크를 국물로 마시는 문화의 낯섦이 부차적인 이유일 수 있겠다. 훠궈를 앞세운 중국식 탕국물이 서서히 그 벽을 허무는 듯 하지만, 태국 음식을 표방하는 곳에서조차 무언가 빠진 음식이 주로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유력한 원인이라고도 생각이 든다(비슷한 예로, 또우츠가 들어간 마파두부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 몇 가지만 걷어내고 나면 락사는 친숙함으로 가득한 음식이다. 지역에 따라 토핑으로 올라가는 꼬막마저도 우리에게는 썩 친숙한 조개일 정도로. 스프의 베이스부터 고명까지 한국인의 식단에 새롭지 않은 것들로만 구성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일 정도로, 락사는 일상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통상 실패하는데, 이런 계통의 동남아 음식을 내세우는 식당이 초기에 겪는 영업의 어려움, 그로 인한 불가피한 '족발덮밥' 등의 선택(이름부터 슬프다!) 등의 문제다.

곧 사라질, 이 락사 또한 앞서 언급한 이 모든 고민의 연장선 같았다. 스프는 해산물의 향이 솟아오르지 않고 지방이 썩 비중을 차지하는 느낌으로, 락사 페이스트에서도 주로 새우의 맛이 느껴질 뿐 갈랑가를 위시로 한 특유의 강한 향신료가 배제되어 있다. 고수? 아예 돈 주고 추가해야 한다. 중화권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돼지고기 차슈도 과감히 얹었다(다른 선택지로는 닭). 원산지에서는 삶은 달걀을 띄우더라도 노른자를 냉면 고명처럼 푹 죽여 내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노른자의 심부에서는 요리사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느낀다. 삼발 벨라칸의 고추 내음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능한 모든 방면에서 의식하면서도 그래도 락사로 만들고 싶었다는 모습이 보였다. 다만, 맥락을 제거하고 보면 이것이 여러분의 동남아 여행의 추억이 되어줄 수 있는 락사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한국인의 일상처럼 가다듬은 락사는 아마 그 방대한 문화권 속에서도 없을 것이기에. 길들여졌다기에는 낯설고, 이국적이라기엔 익숙했다.

칸톤 요리가 그랬고, 일본 요리가 그랬고, 이제 한국 요리가 그 뒤를 꿈꾸듯,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중견국 이상의 단단한 입지를 다지고 서구-유니버스에 합류하게 된다면 락사는 분명 다시 조명받을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때가 언제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락사가 그 시기를 아주 조금은 앞당겼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형식과 취향을 담은 락사, 그런 꿈을 꾸던 음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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