롸카 두들 내쉬빌 핫치킨 - 서울의 치킨

롸카 두들 내쉬빌 핫치킨 - 서울의 치킨

좋으나 싫으나 롸카 두들의 치킨은 한국의 치킨 문화의 좌표 내에 존재하는 플레이어임과 동시에 그 게임을 조금은 바꿔놓은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통상 미국에서 내슈빌 핫 치킨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계기를 2007년의 핫 치킨 페스티벌로 설명하는데, 대략 10년 정도의 차이를 두고 음악의 고장인 내슈빌에서 해안가 대도시를 거쳐 서울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 모습 그대로 유통된 느낌으로 옮겨온 것은 아니다. 본래 미국 남부 요리의 계보 아래에 있어, 카이옌과 파프리카의 향신, 그리고 올드패션드 남부 요리를 상징하는 라드 등 특유의 흔적이 묻어난다.

스타일에 따라 아예 1차 튀김옷부터 남부 요리 특유의 파우더를 섞어 쓰는 등 핫 치킨은 향신료를 부각하는 데에서 개성이 드러나지만, 롸카 두들은 오히려 타협점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서울에 정착했다. 가장 전통적인 내슈빌 스타일은 조직이 촘촘한 미국식 식빵을 깔고 라드 바탕의 매운 기름을 두텁게 머금은 튀김을 올리는 방식이지만 롸카 두들은 콜슬로로 타협점을 제시하는 버거 스타일의 치킨 샌드위치가 기본이라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단순히 내슈빌과 같아야 한다라는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렇게 얘기한다면 올드-패션드에 가까운 프린스 스타일이 기준이 되야 하는지, 아니면 해티 B같은 유행을 이끌어나간 스타일을 기준으로 해야할지 단계만 복잡해진다. 나는 단지 한국의 맥락에서 생각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한국의 닭튀김은 양념치킨부터 교촌까지 계보가 이어지는 후처리 양념에 익숙하면서도 프랜차이즈의 경제 논리에 휘말려 일상적 쾌락으로서의 만족감은 답보 상태에 있었다. 튀김이라는 조리법을 굳이 사용하기에 너무 작은 채로 고정된 닭부터 시작해 뿌링클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버무리는 소스보다도 퇴보한(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진보한) 방식의 맛내기로 흘러가, 단백질이라는 정체성은 거의 희미해진 채 양념한 반죽의 성질이 짙어졌다.

그 속에서 롸카 두들의 핫 치킨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을지언정 단백질로서 닭의 영역을 넓혔다는 데서 유의미하다. 핫 치킨 양념이 지방을 보충하고 콜슬로와 피클이 다시 그 지방을 받아넘긴다.

이 조리법의 분명한 매력은 프라이드 치킨일 때 더 빛나는데, 짠맛을 배제하고 있어 당기는 맛이 아주 강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상의 쾌락으로 쓸 수 있는 정도의 음식이 되어주는데, 베어물 때 빨려오는 지방과 강한 매콤함 덕이다. 최소한 반죽 이상의 경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요리는 튀김으로 만들 가치가 있다.

핫 치킨으로 대표되는 21세기 남부 요리의 재발견은 냉동 갑각류와 스테이크 따위로 대표되던 남부 요리에 대한 인식을 뒤집고 프랑스, 베트남, 크레올, 아메리카 등 다양한 문화권의 식문화가 섞여든 매력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롸카 두들의 매력은 그에 앞서 닭튀김을 다시 단백질과 지방의 게임으로 가져왔다는 데 있다. 현재 한국의 치킨 문화는 작을 대로 작아져버린 닭을 맛있게 먹기 위해, 닭의 빈칸을 메우는 문법으로 성공했지만 본질적으로 닭이 쌀이나 밀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단백질은 단백질처럼 먹을 때 맛있고, 롸카 두들의 치킨은 그런 점에서 좋은 음식이다.

2019년 1월경 롸카 두들의 "OG", 식빵 대신 번을 사용하고, 피클을 아래에 깔았지만 내슈빌 핫 치킨 샌드위치의 원형이 되는 레시피를 가장 충실히 따르고 있다.
2019년 2월경 롸카 두들의 "그랜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