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얼바니 - 이제 농담은 그만
롯데백화점에 가면 "트러플 기사단"이라는 이름을 내건 가게를 볼 수 있다. 소공동 본점의 지하에서, 그리고 잠실의 "베질루르 선셋 애비뉴"에서 보았다.
도저히 알 수 없는 공간이지만 어쨌거나 마주 본 두 가게에서 모두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오늘은 그 중 「어바니urbani」에서 판매하는 트러플향 아이스크림 이야기다.
무슨 홀딩스니 걸려있는 깃대(대체 이런 것을 구현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보면 지배구조가 대충 보이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아니고, 우리의 관심사는 그래서 "진미" 씩이나 되신다는 이 버섯을 아이스크림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녹여낼 수 있는가 하는 지점이다.
첫째로,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다. 그야말로 즉석에서 얼어붙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제법에 더해 소프트 아이스크림 프리믹스 원래의 맛 등을 감안하면 단맛뿐인 흰 도화지에 가깝다. 맛의 경험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가 없이 트러플만이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그 트러플이다. 중간중간 박힌 검은 반점이 마치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긁어낸 것들의 흔적처럼 자리하지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향의 강렬함은 자사의 트러플 오일을 떠올리게 한다. 미량의 실제 트러플보다는 합성된 향이 주로 풍미를 지배하는 물건 말이다.
첨가물을 사용하고 천연이 아니므로 나쁜가? 그렇지 않다. 당사의 화이트 트러플 오일이 USDA Organic이나 이탈리아 국내의 유기농 인증을 받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렴 좋다. 모두가 땅 속의 보석을 파먹어서 세계의 종말을 앞당기는 것보다는, 지혜를 빌려 모사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더욱 접근성 있는 가격대로 우리의 행복에 기여하면서 지속 가능성까지 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이 아이스크림은 좋은가? 슬프게도 그것 또한 그렇지 않다. 사천 원 정도를 결제했다. 다국적 프랜차이즈가 판매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가격(KRW 700)을 생각하면 예닐곱 배의 액수를 지불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원가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맛의 설계를 보라.
합성한 트러플 향의 힘은 강렬함에 있다. 천연 상태 그 자체로 방향물질의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트러플 본체와 달리 강한 특징들을 더욱 강하게 표현해낸다. 그걸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같이 맛이 이미 없다시피 한 물건에 녹여낼 경우, 숨이 막힌다.
기껏 세계 몇대 진미니 추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맛에, 행복에 기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맥락 없는 이런 음식은 행복에 절대로 기여하지 못한다. 음식을 먹는 것으로 대우하지 않고 단지 인증하는 것, 농담 같은 것으로 대우하기 때문에 이런 맛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