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설명서 2026. 04. 06.

DINESSER.COM의 글에 관한 사용설명서 및 윤리 강령
INSTRUCTION & CODE OF ETHICS FOR DINESSER.COM
  1. 저는 본질적으로 비평으로서 글을 씁니다:
    비평이 무엇입니까? 비평은 단지 길고 그럴싸한 글이 아닙니다. 비평은 그 스스로를 토론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며, 설득하고자 하는 작업이며,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일입니다. 이는 나아가 의견과 생각들이 공공적으로 오가는 중의 일부로 남을 것입니다. 1 그러나 이것이 단지 이야기로만 남을 뿐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의미있는 비평이 아닙니다.
    적어도 이 글을 게시하는 지금까지, 이곳에서의 비평은 동시대적인 비평을 지향합니다. 동시대적인 비평의 역할은 상징들을 정치와 재연결하고, 억압된 필요와 관심, 욕망들이 그것들을 집단적인 정치적 동력으로 뭉쳐내는 문화적 형태를 형성하는 과정의 담론과 실행에 참여함으로써 (그릇된) 지배질서에 저항하는 데 있습니다.2 저는 글을 통해 현재 식생활 주변에 존재하는 위기와 긴장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마주하는 것이 바로잡기 위한 길을 향한 첫걸음이 되어줄 것입니다. 물론, 부르디외가 비판한 것과 같이 순수한 비평을 위해 전제되는 현실적 조건에 대해 침묵하는, 고고하고 비싼 것들을 아름답게 논하는 비평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현실을 마주하고,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비평을 하겠습니다.
  2. 음식 미디어 범람의 시대, 식문화를 문화로 가꾸기 위한 글을 씁니다.
    본 공지의 이전 개정 버전(22. 06. 02.) 당시에는 COVID-19 팬데믹 직후로 국내외의 F&B 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간신히 벗어난 때였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Netflix를 위시로 한 대형 미디어 자본이 국내에서 앞다투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을 조명하고 있고,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구기종목의 은퇴 선수들의 길을 대신할 셀럽의 등용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식문화를 접하고 논하는 일이 일상적이 된 지금, 저는 위기와 긴장을 느낍니다.
    카메라 앞은 거짓을 말하는 공간입니다. 음식에 관해서는 특히 그랬습니다. 국내 콘텐츠의 질은 처참하여, 광고판 노릇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서구권의 요리사들이 한국의 불교 전통을 주목하고, 한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춤과 음악, 영상이 성공을 거두면서 음식도 덩달아 세계인의 환영을 받게 되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반가운 일입니다. 한국의 외식 산업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확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식문화의 진보와 필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명한 요리사는 많아지고, 그 유명세는 더욱 커졌지만 그 내용물을 두고 우리가 논하는 내용이 풍성하고 깊어졌는지 의문입니다. 레스토랑과 주방이 미디어에서 목격한 것의 실존을 재현하고 체험하는 공간이 되면서, 그 의미와 가치는 존재를 넘어 논하기 어려운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문화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삶을 바치던 사람들마저도 누가 방송에 나온 그 유명 요리사들과 더 잘 지내는지, 그들을 잘 아는지를 두고 레이스를 하는 모습을 보며 절망을 느꼈습니다. 같은 요리를 하는 주방이 방송 이후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방송에 나온 곳을 아직도 갈 수 있는 자, 이전에 가봤던 자라는 지위를 얻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을 보며 불행함을 느꼈습니다. 방송에서 나온 유명 요리사라서, 미디어에서 높은 점수를 매긴 곳의 요리라서 좋은 것이 아니라, 무엇이 좋은지에 대해 논하는 속에서 우리의 일상을 풍성하게 가꾸어줄 수 있는 식문화의 맹아가 자라나리라 믿습니다.
    요리는 문화이며 예술이고,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오리라 믿지만, 그것이 매스미디어가 주목하고 많은 돈이 오고가기 때문은 아닙니다. 물론, 조지 디키처럼 사회적 승인이 예술을 정의한다는 현실주의적인 견해가 있기는 합니다만, 현상으로 받아들일지언정 규범으로 추구하지 않습니다.
  3. 저는 글의 독립과 명예를, 독자의 신뢰와 존경을 추구하는 글을 씁니다.
    이해관계가 얽혀 오염된 칭찬에 부끄러움이 없으며 명예를 싸구려 대가와 교환하는 글이 아닌 경험과 생각을 담은 글을 씁니다. 럭셔리한 레스토랑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모두 소셜 미디어의 인플루언서들에 기대는 시대, 그 시대 반대하여 다음과 같은 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지킵니다:
    (1) 저는 글을 쓰는데 있어 어떠한 대가를 받지 않습니다. 만일, 대가를 받기 시작할 경우, 즉 제가 직업인으로서 글을 쓰는 경우에는 사전에 반드시 그에 대해 고지하겠습니다.
    (2) 저는 특별한 대우, 할인, 혹은 접근 등의 이익과 글을 교환하지 않습니다. "상품을 제공받았으나 솔직"하다는 바이럴 마케팅 업체의 주장을 부정합니다. 저는 식사의 전부 내지 상당 부분을 제공받지 않으며, 불가피한 이유로 제공받은 경우 그에 대해서는 글을 게시하지 않습니다.
    (3) 저는 상업적 목적의 행사 또는 상품, 인물 등에 대한 광고를 받지 않으며, 식음료 분야에 글쓰기 이외의 방식으로 종사하지 않습니다.
    (4) 저는 서비스로 제공된 요리나 샘플 등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단, 거절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경우 등 불가피하게 별도의 상품 등을 제공받았을 경우, 그는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하여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단, 정도가 상당한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를 수령하지 않을 것이며, 수령한 경우 반드시 가능한 빠르게 반환하겠습니다.
    (5) 글쓰는 과정에서 인물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경우, 그러한 인물과의 관계에 대해 알려야 할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미리 밝혀질 것입니다. 또한, 저는 본 사이트의 운영 과정에 있어 글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 글의 배경이 되는 경험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 등이 포함되었을 경우, 그것은 반드시 미리 밝혀질 것입니다.
    (7) 저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혜택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글 또는 당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를 위해 레스토랑 등 방문시 사전에 글을 쓴다는 점을 밝히지 않을 것입니다.
  4. 생성의 시대에 작성된 글을 위한 공간을 운영합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영리성 콘텐츠로 가득한 한국어 웹을 한층 더 오염시켰습니다. 아마추어 레스토랑 리뷰의 장이었던 네이버 블로그는 이제 본문을 넘어 댓글까지 모두 LLM을 사용해 작성되는, AI 슬롭3으로 가득합니다. 트래픽과 협찬에 목마른 게시물에는 영혼이 없고, 기계로 작성되는 댓글은 공해일 뿐입니다. 본지는 이런 현실 속에서 여러분이 여전히 낡은 방식으로 사람이 고민하고 생각하여 작성한 글을 즐기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본지에 개재되는 글은 LLM을 사용한 초안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지 않습니다. GPT-3이 출시되기 전부터 마크다운을 사용해 왔지만(이 공지도 마크다운 문법을 사용했습니다) LLM을 사용한 느낌이 가득한 특유의 마크다운 구조 정렬에서 벗어나실 수 있는 공간이 되어드립니다.
  5. 사진은 필요한 만큼, 그러나 최대한 빨리 찍습니다.
    오늘날 식탁 위에서의 사진 촬영은 여전히 논쟁거리입니다.4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지나는 시간동안 음식은 고통받고 요리사는 슬픔에 잠깁니다. 오늘날 사진은 글의 이해를 돕고 신뢰를 부여하지만 저는 그것에 가능한 적은 시간만을 투자하고자 합니다. 최대한 빨리, 필요한 최소한으로, 불필요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 선에서만 이미지를 필름에 담고자 합니다.
  6. 본 사이트는 댓글 기능을 제한적으로 운영합니다. 오늘날 인터넷 게시글에 있어서, 특히 그 주제가 논쟁적인 것을 다루는 경우 댓글은 본문을 흐리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댓글에 형성되는 여론이나 댓글 자체의 품질이 본문의 이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등 또한 존재합니다.5 저는 오늘날 적게 읽고 많이 논쟁하는 인터넷 속에서 글을 곱씹을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추구합니다. 다만 방문자 수가 많고, 제가 공개적인 소통 창구로 운영하는 Instagram 계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지 않아 종종 제게 문의를 주심에도 놓치는 경우가 있어, 본지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신 분에 한하여 댓글 작성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운영의 편의성을 위한 것으로, 남겨주신 댓글은 언제든지 삭제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외에 공개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글의 정확성, 투명성, 공정성 및 기타 글의 내용에 문의하고자 하시는 경우, administrator@dinesser.com 또는 인스타그램 ID @din.esser로 문의를 부탁드립니다.
  7. 저는 취재해야 하는 것을 취재합니다. 호기심에 영합하지 않습니다. 설사 남들이 그렇게 하더라도.
    물론, 독자의 알고자 하는 열정과 저자의 말하고자 하는 열정이 만나는 공간이 글이라는 점에서, 독자의 관심은 일정 부분 저에게도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무관한 것들, 또는 논하는 데 있어 해로운 것들을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 규정은 SPJ의 윤리강령에서 따왔습니다.6
  8. 저는 식문화의 평등을 지향합니다.
    식음료 산업은 때때로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 혹은 계급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오늘날 궁중 요리를 들먹이는 한식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저는 요리 문화에 있어서, 또 그 재료가 되는 것들과 그것을 맛보는 독자들 모두는 평등한 존재라고 주장하는 글을 씁니다. elBulli의 테제 3번, 모든 식재료는 가격과 무관하게 미식에 있어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7는 문장은 비평의 핵심이 될 것이며, 합리적 이유 없이 우열을 논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독자들이 궁극적으로 글과 맛보기의 경험의 교차와 결합을 통해 생각을 넓힐 수 있는 글을 지향합니다. 많은 레스토랑 리뷰들이 결론적으로 값비싼 식사를 즐기는 스스로를 전시하는 도구로 전락해온 현실 속에서, 먹는 행위를 고루 다루고, 또 평등하게 다루겠습니다.

최종 수정일 2026년 4월 6일
dinesser.com

1: Hohendahl, P. U. (2016). Institution of criticism. Cornell University Press. p. 52.
2: Eagleton, T. (2005). The function of criticism. Verso. p. 123.
3: Cambridge Dictionary. (n.d.). Slop. Retrieved from https://dictionary.cambridge.org/dictionary/english/slop
4: 대표적으로 사진 촬영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는 셰프로는 Daniel Boulud , 완전히 금지하고자 한 셰프로는 David Chang 등이 있습니다.
5: 양혜승. (2008). 인터넷 뉴스 댓글의 견해와 품질이 독자들의 이슈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언론학보, 52(2), 254-281.
6: Avoid pandering to lurid curiostiy, even if others do., https://www.spj.org/ethicscode.asp
7: Todos los productos tienen el mismo valor gastronómico, independientemente de su precio. https://elbullifoundation.com/nuestra-cocina-23-pun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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