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door, Singapore

몇 년 전에 서울에서 바니 강을 만났을 때 허튼 말로 한 번 들르겠다고 한 뒤로 기억도 못할 그 약속을 지키러 일부러 사이드도어에 갔는데, 아뿔싸. 그녀는 싱가포르에 없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서, 그런 인연 따위 없어도 사이드도어는 찾아갈 이유가 많은 곳이었다. 특히, 좋은 맛이나 경험을 찾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이곳에서 내리 세 잔을 마셨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둘째와 셋째의 서로 다른 커피 칵테일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고, 정작 에스프레소 마티니같은 것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나를 이런 선택으로 이끌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같은 커피로 전혀 다른 연출을 하는 솜씨를 보였다는 것. 커피의 산미를 강조하는 칵테일은 클라리파잉을 사용해 바디를 가볍게 빼서 마치 약배전으로 과실미가 좋은 스페셜티 커피를 연상시키다가도, 폼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고 단맛을 켜켜이 쌓은 잔에서는 이탈리아식의 강렬한 에스프레소를 떠올리게 만든다. 커피가 가진 다채로운 매력에 대해 좋은 이해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각 특징을 질감, 온도, 그리고 부재료를 통해 이끌어내는 실력이 돋보인다.
한 잔 한 잔에서 디테일을 사랑하는 바라는 것이 절절히 느껴졌다. 이러한 지점에서는 커피와 무관한 첫 잔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음식과 칵테일의 페어링이라는 발상이 흥미로웠기에 가볍게 택한 것이었지만 만듦새에는 저력이 있었다. 얼음을 띄운 칵테일에서 얼음의 표면을 다듬고 린싱하는 (어쩌면 당연해야 할) 섬세함이, 음료의 팔레트에서 한 입 거리의 반전으로 이어지는 흐름의 유쾌함이 빛난다.
이쯤에서 글이 의도적으로 맛을 추상적으로만 언급하고 있다는 나의 의도를 독자분들께서 헤아리고 계실 것인데, 처음 이곳을 경험하는 그 즐거움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 디테일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를 여러분도 느껴보시라. 여러 번에 걸쳐 탐닉해 모자라지 않은 좋은 바다. 아시아 베스트에 수록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적은 인원에 불구하고 주방에서 준비할 수 있는 메뉴가 굉장히 많은 편인데, 프로피트롤 에 아이스크림을 끼운 이 디저트에서 프로피트롤이 가진 쾌락적 요소가 너무 절절히 느껴져서 헛웃음이 나왔다. 현실적인 이유로 슈와 아이스크림의 질감은 좋지 않았지만, 살짝 뿌려낸 견과와 진한 단맛이 그야말로 쾌락적이었다.
* 살면서 라임이나 레몬의 품질 편차 따위를 신경쓰는 바를 전 세계 통틀어 몇 곳을 보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