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évenot - 로티세

Stévenot - 로티세

샤퀴테리이야기를 했으니 반대편의 로티세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로티세리는 개인이 열원을 소유하는 것이 대중에 보급되기 이전 시대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현대에는 존재의 의미가 쇠퇴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한 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도시의 화덕에는 영감의 흔적이 묻어난다.

하나는 재료의 품질이다. 조리 방법이 단순하고 천편일률적인만큼 재료의 절대적 품질에 대해 까다로워진다. 일부만 사용하는 네 발 동물 쪽은 선택지가 제한적이지만 가금류에 있어서는 타협이 어렵다. 브레스 닭은 못되더라도 란데스 라벨 루즈와 같이 운동량과 충분한 사육 기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은 전형적인 가운데에서도 조미에 대한 방식이다. 나머지 덩어리들은 사진에서 조미의 방향이 대강 드러나고 있으므로, 역시 가금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닭 말이다. 이름처럼 회전하는 기구에 꽂아 굽는 로티세리 치킨은 어떻게 조미해야 할까, 가장 전형적인 짝은 그 닭에서 그대로 흘러나오는 기름으로 만든 일종의 그레이비다. 유사한 맛을 겹겹이 쌓으면서도 맛이 연한 닭의 선을 굵게 연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제대로 된 주방을 갖춘 곳이라면 점도를 잡고 신맛을 높이는 식의 기초적인 다듬질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미완성형의 요리가 나름대로 빛을 본다.

앞서 말했듯 오븐이 마을의 중심에서 각 가정으로 보급됨에 따라 이러한 요리는 크게 쇠퇴하고 있으므로 굳이 따지고 들지 않아도 좋다고 보아 무방하다. 하지만 한국식 닭요리의 안티테제로 주목할 가치는 있다. 이제는 맛 뿐 아니라 관심까지 끌어야만 살아남는 시즈닝의 시대에 그 닭의 이름을 불러준 이 있었던가? 라면과 치킨만큼 맛있는게 없다는 시대에 요리사는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여섯 자리를 결제하지 않는 식사에서도 같은 영혼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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