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ühring - 2025년 겨울
일단, 이 레스토랑의 이름은 슈링이 아니다. '쉬링'이다. 레스토랑을 이끄는 두 형제의 성으로, 독일어에서 움라우트를 얹은 ü는 한국어의 [위]에 대응한다. [귄]터 그라스, [위]버멘쉬 같이. 슈링이 아니다!
방문 전
쉬링의 예약은 인터넷과 전화로 가능하며, 방문 전 한 번의 예약 확인 전화가 있다.
음식
쉬링의 코스 구성은 아뮤즈부쉬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간만에 이런 요리에 그에 합당한 분량을 할애하고자 한다.

블랙 트러플을 첫 요리로 냈는데, 그을린 리크와 트러플로 속을 채운 슈로 한껏 겨울 내음을 냈다. 물론 리크는 (독일 기준에서는) 여름부터 철을 맞는 채소이지만, 이 식당에서 계절을 뒤집어야 할 만큼 이 요리를 대체불가능한 시작으로 여기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리고 콩-생각건대 Guisantes Lágrima 같다-에서 숯향기를 입힌 리크가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훈연한 느낌으로 연기만 입히듯 처리한 콩에 초절임한 듯한 신맛, 그리고 엘더플라워의 향과 약간의 식감을 채웠는데 트러플에서 이어지는 훈연향이 콩의 단맛으로 훌륭하게 이어진다. 슈와 타르틀렛이라는 형식마저도 설득력이 있다.

브레더링이란 밀가루를 입혀 익힌 청어를 의미하는데, 굽거나 튀기고 나서 초절임을 하기 때문에 북해의 더욱 일반적인 청어 요리와 비슷한 결을 가진다. 브레더링을 다시마로 감싸고 처빌 향 위에 올려내었는데, 피클을 청어로 감싸는 롤몹스의 반전 형태를 꾀한 것이다. 함부르크부터 홀스타인까지 북해를 마주하는 독일 해안 지역의 청어에 대한 전통을 절묘하게 찌르면서도, 지금 독일의 여러 요리가 그렇듯 아시아의 지혜를 살짝 빌렸다. 위의 꽃과 다시마는 이제는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하다.

송어 살을 다지고 그 위에 홀스래디시 크림, 연어알을 올린 송어 요리는 북해의 바다에서 시작해 조금 더 내륙적인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눈에 띄는 것은 꽃잎과 홀스래디시가 연출하는 약간의 화사함. 트러플과 숯과 같이 무거운 향에서 차차 신맛을 타고 경쾌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여러분도 느끼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마무리는, 당연하게도 단맛이다. 구운 밤, 살짝 초에 절인 게살, 호지소는 앞선 요리들이 가진 요소의 여운을 각각 이어받으면서 각자가 가진 단맛으로 이어받는다.
이 흐름만으로도 이미 세계 각지에서 받은 영감을 소화하면서, 하이라이트에는 독일 전통 요리를 비틀어 배치함으로써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런 형태로 작은 전채를 서비스하는 공간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완성도다.

그리고 강렬한 초로 쌓아낸 여운은 확실하게 잘라낸다.



Enleta
본격적인 시작은 이 과자로 시작하는데, 형식은 이탈리아의 페레로사에서 독일 시장에 낸 히트작 하누타(Hanuta - Haselnusstafel의 약어로 헤이즐넛 페이스트라는 뜻)를 본뜬 엔레타(Entenlebertabel - 오리 푸아 그라 페이스트라는 뜻)다. 독일인들이 이탈리아 헤이즐넛에 가진 각별한 사랑을 상징하는 과자와도 같은데, 헤이즐넛을 푸아 그라로 이어냈다. 오리 간의 비중을 크게 잡고 신맛의 컨디먼트를 레이어로 깔아 연출했는데, 웨이퍼가 공장의 그것처럼 질감이 단단하지 않은 점이 흠결이다.

관자을 겹쳐 쌓고, 위에 크리스탈 캐비어와 호지소로 마무리한 다음 버터밀크 다시를 두르고 너도밤나무 열매의 기름을 둘렀다. 관자에서 유지방으로, 유지방에서 캐비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흐름에서 특출날 것은 없지만 눈에 띄는 것은 합을 맞추고 있는 채소와 관자의 질감이다. 주재료인 관자의 단맛과 지방의 고소함을 부재료와 소스로 확장해낸 전형적인 스타일을 질감까지 체화함으로써 더욱 넓혔다.

빵 서비스에서 프레첼은 물론 폴콘브로트(Vollkornbrot), 바우언브로트(Bauernbrot)와 같은 빵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매우 독일적이다. 우유와 버터가 풍성히 쓰이는 지방들과는 다른 빵의 전통을 치밀한 완성도로 재현했다. 숨막히는 곡물의 향!


Wildpastete / Parsely / Pistachio
파테 앙 크루트는 푸아 그라나 피와 같은 질감은 줄이고 향이 진한 게임의 비중을 높여 독일의 사냥 시즌을 본떴다. 특유의 향이 있는 꿩의 인상이 기억에 진하게 남는다. 단면에 한 층의 레이어를 더해 치밀하게 마무리하고, 피스타치오와 식초가 사냥고기의 밀어닥치는 강렬함을 다스린다. 프랑스의 샤퀴테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파테 앙 크루트와는 분명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파테다.

뱅존과 조개 육수로 맛을 입힌 소스 위에 주키니로 감싼 생선은 연출이 탁월했다. 다시 계절을 뒤집는 애호박이 종류를 바꾼 캐비어와 호흡을 맞추는데, 찰광어의 섬세한 맛이 채즙의 단맛, 소스의 신맛과 좋은 색채를 이룬다.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은 무엇보다도 요소들이 하나의 요리를 이룬다는 점. 켜켜이 쌓은 맛 중 어느 하나도 찰광어를 가리지 않으면서 쾌감을 덧댄다.

바닷가재에서는 감과 헤이즐넛이라는 다소 낯선 조합을 제시하는데, 앞선 요리가 여름의 감각을 묘사한다면 다음은 가을이라는 느낌이다. 고위도 지역 사람들에게 있어 겨울은 커녕 가을도 거의 존재한다고 느껴지지 않는 방콕인만큼 오히려 계절에 엮이지 않는 요리를 한다는 느낌을 준다. 앞선 요리의 서로 다른 재료가 각자 다른 맛으로 모여 하나의 완성된 요리를 이루었다면, 이 요리에서는 서로 다른 질감으로 어두운 톤의 향, 그리고 단맛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다. 숯, 바닐라, 헤이즐넛이 한 얼개를 이루고, 바닷가재와 감이 또 다른 얼개를 이룬다. 오른쪽의 순무(엄밀히는 '루타바가')는 독일의 가난을 상징하던 재료로 정서적인 부분을 완성한다. 조합이 다소 낯설다는 점을 지나고 보면 앞선 요리에 비해 다소 평면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좋은 조리로 말을 맺기에는 분명 무언가 빈 칸이 있다.

이날의 유일한 서플먼트이자 쉬링의 상징과도 같은 요리, 슈패츨레를 겨울의 짧은 시기 동안만 알바 화이트 트러플을 사용한 버전으로 만날 수 있었다. 스위스와 인접한 엘사스-슈바벤 지역을 대표하는 겨울 요리로 그 중에서도 치즈를 한껏 끼얹은 다음 튀긴 양파로 마무리하는 캐제슈패츨레(Käsespätzle)를 모티브로 삼았다. 차이브로 약간의 터치만을 더했을 뿐, 치즈와 트러플만을 넘치게 담아내는 숨막히는 쾌락의 요리. 슈패츨래는 의도적으로 살짝의 치감이 있을 정도로 빚어 익혔고, 치즈 소스는 원래 아예 달라붙는 수준에 약간은 흐를 수 있게 통제했다. 트러플을 숭배하는 면 요리를 내는 식당으로 모수 서울이 떠오르는데, 여기에서는 화이트 트러플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수평 비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블랙 트러플과는 아주 다른 향미 프로필을 가진 화이트 트러플을 넘치게 맛보는 것은 분명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즈와 달걀은 최고의 친구가 되어준다.

약간의 커피로 숯의 여운을 잇고, 비트로 전통적인 컨디먼트의 뉘앙스를 살렸다. 그렇지만 이 요리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보여준 것은 무엇보다 소금과 후추. 최심부까지 고르게 퍼진 짠맛과 껍질 위에 거칠게 올린 후추가 고기가 가진 잠재력을 끌어낸다. 단순하며 강력한 오리 요리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극했던 감각이 가장 원초적인 방향으로 집약된다.

북해 인근의 뉘앙스를 가진 열매로 만든 소르베는 화사함으로 여운을 끊고,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이쪽. 독일 제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슈바르츠발트의 체리 케이크. 포레 누아나 블랙 포레스트라는 이국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 케이크다. 잘게 갈아 뿌린 초콜릿, 키르슈 향을 넉넉히 입힌 크림에 약간의 셰리로 살짝의 신맛으로 균형미까지 갖추었다. 두꺼운 제누아즈를 겹겹이 쌓는 대신 작은 형태로 가공해냈는데, 두터운 크림과 초콜릿에서 키르슈로 미끄러지는 흐름은 고이 간직하고 있다. 단순히 잘게 자른 것이 아닌, 작지만 응집력 있는 형태에 끝의 신맛으로 예리하게 다듬어낸 감각까지 갖췄으며, 신맛을 이어받는 아이스크림으로 온도의 유희까지 갖췄다.

미냐디즈도 약간의 독일적인 터치를 더했다 - 바로 초콜릿을 입힌 바움쿠헨으로. 마들렌마저도 약간의 통카빈으로 전반적으로 한층 더 강한 맛으로 마무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마지막은 독일식 에그녹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어리쾨어로, 독일적인 겨울의 여운을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총평: 쉬링은 마치 독일 내륙 한가운데 있는 듯, 독일의 오트 퀴진 DNA를 지구 반대편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현하고 있다. 두 형제가 독일이 아닌 De Librije에서 요리를 배웠기 때문인지 북해의 풍부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내륙적인 요리까지 한 편의 독일 여행을 멋드러지게 그려낸다. 방콕이라는 장소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는 듯 하지만, 그것이 어떠한 흠도 되지 않는다.
분위기: 넉넉한 간격과 야외의 신록이 도시 속 도피처의 모습을 연출한다. 내륙의 휴양지라는 느낌을 연출했지만 이곳에는 겨울이 없다는 점만이 다르다.
서비스: 올바르게 교육을 받은 듯 움직임은 매끄럽지만, 자신들의 상품에 대한 이해의 정도는 상이한 점이 있다. 어떤 언어를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남는다(독일어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헤드 소믈리에는 프랑스 출신)
음료: 독보적인 독일 와인 컬렉션이 단연 눈에 띈다. 독일 각 지역의 각 스타일을 대표하는 생산자를 거의 전부 만나볼 수 있다.
가격: 9800/7800 THB 코스 메뉴 고정. 음료 페어링까지 하면 16,000~18,000 TH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