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 케밥의 가능성

트로이 - 케밥의 가능성

양의 다릿살을 으깨는 수준으로 가공하여 회전하는 꼬챙이에서 익힌다. 시큼털털한 양념과 양고기의 꼬릿한 냄새, 아직 그 섬유질의 아삭함이 살아있는 야채의 맛으로 먹는 케밥이지만 아나톨리아 반도 서쪽 끝자락을 지시하는 이곳의 케밥은 하나가 다르다. 빵이다.

소문이라고 부르는 빵의 이름을 딴 이곳의 케밥은 이스트를 써서 발효한 반죽을 써 만드는 덩어리빵loaf bread이다. 칼집을 넣는 방향이 일정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바게트를 떠올려보면 쉬운 이 빵은 당연히 식사용으로 먹을 샌드위치 따위에 훌륭하게 이용됨에도 그 쓰임새를 알아주는 곳은 거의 없다.

발효를 통해 부풀리는 빵보다 납작한 상태를 즐긴다는 전형적인 우리의 편견과 다르게 보스니아-코소보 그리고 터키까지 이어지는 발칸 반도-아나톨리아의 식문화에는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런 빵이 썩 흔하다.
물론 라마단 전후를 해 검은 깨를 뿌리는 보스니아의 소무니는 많이 다른 방식으로 정형되므로 이곳에서는 다루지 않고, 이 터키의 소문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

사실 큰 틀에서 제빵의 보편법칙 내에 있는 빵이므로 그 평가 기준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껍질, 속의 풍미와 질감 모두 뻔한 왕도가 있다. 엄격하게 말해 트로이의 빵은 그 기준에서는 거의 탈락점이다. 껍질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고 속은 지나치게 빽빽하다. 어딘가에서 싼맛에 산 느낌이 강하다. 케밥의 가격의 상당부분이 큰 거리로 나오기 위한 임대료에 투자되고 말았다.

그러나 케밥의 제법은 적절하게 굴러가므로 음식으로서는 한 끼를 떼울 정도가 된다. 반을 갈라 안쪽을 그릴에 살짝 구워 먹을 여유를 조금 주고, 무엇보다도 양고기에 토마토랑 요거트 뉘앙스의 소스 꽉꽉 채워 베우물면 그것들이 맛을 지배하지 않겠나.

그러나 나는 이러한 요리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므로 아쉬움은 짙게 남는다. 이 터키식 빵으로 적절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만한 곳이 없다. 설탕이나 견과, 깨 등을 켜켜이 넣어 만드는 다른 터키 빵들에 비해 익숙할 뿐 아니라, 활용하는 방식을 배우고 응용하기도 쉽다. 터키인들에게는 서구에서 다시 부흥한 질 좋은 바게트에 대한 담론을 접할 기회를, 우리는 터키인들로부터 빵의 속을 채우는 법을 배우고 나누어 음식을 가꾸어야 한다. 토마토-사워 크림 혹은 요거트-소문이라는 요리의 언어는 발칸에서는 세밥치치Ćevapčići라는 새로운 문법으로 자리잡았고, 독일에서는 그곳의 소시지와, 스웨덴에서는 미트볼과... 여러모로 만나고 부딪히고 있다.

이 샌드위치는 훨씬 세련되고 아름다워질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우리는 실재하는 것 속의 잠재된 것을 읽어야 한다. 터키인들의 먹는 지혜는 다양한 방면으로 빛날 수 있는데, 단지 어떤 여러가지 요인들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꼬챙이에 돌려 익힌 양고기의 적절한 풍미, 빵과 양고기라는 단순한 식사의 논리 속의 생명의 약동élan vital을 느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파티흐 투탁 정도만이 이런 문제에 큰 불만이 있는 듯 하지만, 앞으로는 많은게 바뀔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그에 대해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