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apanese Art of the Cocktail, Houghton Mifflin Harcourt, 2021

The Japanese Art of the Cocktail, Houghton Mifflin Harcourt, 2021

독자 여러분께서 긴자-일본의 칵테일, 바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에 대한 의견은 더더욱이. 그래서 도서의 선정에 있어서도 고심했다. 일본의 실전용 도서도 생각은 해봤는데, 독자들이 근처에도 오지 않을게 뻔하다. 국내의 책중에는 마땅한 교재를 선정하지 못했다. 이 책도 최고는 아니지만, 교재로서 최선이다.

내가 긴자의 칵테일 씬이란~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원론적은 수준의 이야기들의 반복이 얼마나 지겨운가. 어제 그런 종류의 을 썼지만 원래 이런 글은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어 웹에 이런 기초적인 이야기마저 없었기 때문에 옮겼을 뿐.

그렇다면, 칵테일과 바를 둘러싼 드넓은 세계에 대한 이해가 얕고 흥미가 적은 독자부터, 서구나 일본, 양 쪽 중 한 곳은 자기가 그래도 좀 안다고 생각하는 매니아층의 독자까지 포괄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그런 목적으로 쓰인 책이 여기 있다. 미국인들에게 긴자의 문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세계 최고를 놓고 다투는 바 중 한 곳 「Katana Kitten」의 요리책이기도 한 이 책이다.

언제나 교재 및 강의안은 예습이 충분히 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겠지만, 나는 준비되지 않은 수업보다 책을 강매하는 선생이 더 싫었으므로, 적당한 빈칸들을 책에 맡긴 채 이 일본 바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체 긴자의 칵테일 문화라는게 뭐가 그렇게 다른가? 사실 국내에서는 긴자를 구별하고자 하는 시선 자체가 아니꼬운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명확히 다르다. 1920년대 재즈 시대의 번영 이후, 격동의 근현대사의 시기를 거쳐 일본의 경제가 부활한 이후 만들어진 긴자의 바 문화는 그야말로 박물관이다. 금주령 이후 레퍼런스가 끊겼고, 조금씩 발을 들인 칵테일들도 레시피의 기본 틀이 같은 전형적인 칵테일들만이 허용된다. 거기에 더해 일본 특유의 '쇼쿠닌' 양성 방식이 깃든다. 요새야 돈내고 학원을 다니면 서울의 스시 장인이 되는데 부족함이 없는 시대지만, 여전히 일본의 주방의 기본적인 훈련 방식은 미나라이見習い다. 작은 것들부터 지독한 경지에 오른 뒤, 모든 것에 지독한 사람이 된다.

이렇게 형성된 긴자의 칵테일 씬은, 바텐더 개인들의 창작욕보다는, 일종의 수험가처럼, 같은 칵테일, 같은 손님을 두고 누가 완벽에 가까운가를 두고 도전하는 씬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같은 일자형 자리라도 바에서는 스시 카운터와 달리 재료 타령으로 탁자가 뒤덮이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사람을 극한까지 몰아넣는다는 점에서는 통하는게 있다. 그 과정에서 그야말로 반복 숙달로만 만들어지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게 개성이 된다. 도쿄 카이칸의 스터, 텐더의 셰이크와 같은 것들. 익숙해지는 데만 월~년 단위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기술들인데다 개인별로 클리크 조정까지 들어가므로 한 번 익히면 놓을 수 없으니, 자연스레 계보를 형성하게 된다. 여러분도 서울에서 스시 카운터에서 마주했을 "아리아케" 계열이니 하는 표현들이다. 무슨계 무슨계 하는 말 동교동계 이후로 써본 적이 없는데 식당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자신을 죽이고, 반복되는 일상의 작은 개선에 집착하는가? 부시도 정신, 마코토[誠]인가?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개선을 위해서라도 무궁무진한 노력을 들이부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기에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논할 이유도 없고, 굳이 새롭기 위해 딴청 피우지도 않는다. 단지 갈고 닦을 뿐.

그러나 각종 자연과학들이 주방에 침공해 미신들을 쫓아내기 시작하면서 긴자 정신은 더 이상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다. 미국 ICC의 연구 성과들과 여러 바텐더들의 지혜를 집대성한 데이브 아놀드의 「Liquid Intelligence」는 다양한 셰이킹 동작들과 세심한 디테일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음료의 변화를 기록해보니 차이가 없지 뭔가. 그렇지만 일본의 전설적인 바 마스터들은 기주 종류에 따라서 다른 셰이킹을- 한 경우는 무려 8가지의 셰이킹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거나, 하나의 완전무결한 셰이크 자세를 찾아 정진하는 등, 이러한 연구 결과가 마치 없었던 양 그 의식을 계승하고 있다. 물론 서구가 옳고, 일본이 틀리다고 단정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들은 반증하지 않는다. 니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긴자에는 튼실한 내수 시장과 외국인을 향한 높은 장벽이 있다. 긴자에는 서양인들이 많이 오는 바는 얼치기들이 다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본토인들 중에는 오죽한 종류들이 있겠는가?

「Katana Kitten」과 이 책, 그리고 긴자와 긴자 바깥을 넘나드는 바텐더들은 메데타시 메데타시식 결말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일본의 바 문화가 서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공로를 인정하고, 그들에게서 삶을 적극적으로 배운다. 그렇지만 더욱더 신빙성 있는 설명을 채택하고, 사람 마음에 환상을 불어넣는 종교적 의례들을 해치운다. 하드 셰이크의 정신을 바이타믹스 블렌더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긴자의 날카로움은 산토리에서 만든 하이볼 제조기를 이용하여 승화한다. 수십년 내공을 깎아 만든 과학적으로는 큰 의미 없지만 절도있는 퍼포먼스를 무작정 따라하는 대신, 그들이 좇아온 완벽에 대한 열정만을 계승한다.

나는 한국의 주류 문화, 바 문화에 있어 일본의 영향은 지금보다도 훨씬 논쟁적인 주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숙희 바의 진 피즈 논란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그 논란만큼 긴자的인 일이 또 있는가.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어느 방향으로 가자 말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 방향에 대한 고민을 가진 당신을 위한 책. 「The Japanese Art of the Cocktai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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