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zza Bar On The 38th - 2025년 가을

The Pizza Bar On The 38th - 2025년 가을

만다린 오리엔탈 도쿄의 '피자 바'는 상당히 곤란한 존재이다. 세간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독보적인 피제리아라는 평을 확실히 받고 있지만, 시모네 파도안류의 '피자 고메' 스타일의 자유분방함과 판이 아닌 조각 단위 서빙이라는 이질적인 방식으로 전형적인 피자의 경험을 크게 이탈한다. 나도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빈자의 음식으로 세계에 뻗어나간 나폴리의 피자를 포 시즌스나 만다린 오리엔탈 같은 럭셔리 호텔에서 제공하는 도쿄의 도심에서, 과연 그들의 피자는 '미식으로서의 피자'의 꿈을 얼마나 좇고 있는가?

방문 전에

예약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제3자 서비스(sevenrooms)를 통해 가능하며, 객실이 예약되어 있다거나 특정 카드사를 사용하는 등 사정이 있다면 따로 자리를 부탁할 수 있다. 예약 확인은 따로 하지 않는다.

요리

알라카르트 방식도 제공했었지만, 당시에는 '오마카세' 방식으로 준비된 모든 피자와 작은 요리를 코스 방식으로 서빙하고 있었다. 뒤의 칠판은 그 피자들.

Bellini verde

만다린 오리엔탈답게 칵테일 페어링이 썩 충실한 편인데, 그마저도 이탈리아의 전형적 음료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탈리아 요리가 가진 진정성에 대한 과한 집착을 이곳 역시 이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준다.

일본에서 요리하는 유럽의 요리사라면 거쳐가는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해도의 관자, 상단면에서 보이듯 열원에서 가까이 가열하는 일을 최대한 피하고 마지막에 그릴을 인장을 찍듯 향만 입혀냈는데, 관자의 풍성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정확한 맥을 짚고 있었다, 하지만 더 진한 단맛의 카보차(단호박)와 엮어내는데, 그에 따라 이 요리의 초점은 외려 단호박으로 옮겨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채소의 돌출 현상은 이후에도 수 차례 계속된다. (아래에서)

포카치아에 치즈를 딥처럼 찍어먹도록 한, 피자 전의 빵이라 할 수 있는데, 포카치아에 관성적으로 들어가는 허브가 조금 더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인상적이다. 특히 로즈메리.

이어지는 피자 서비스의 처음은 정어리를 올린 마리나라. 브렛피자의 국산 멸치를 쓴 앤초비 마리나라와 유사한 정신을 공유하는데, 다른 점이라면 한층 더 두터운 정어리가 마리나라의 양념으로서 앤초비의 역할을 아슬아슬하게 지켜가면서도 등푸른생선의 샌드위치 느낌을 낸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되는 이곳 피자 특유의, 통상적인 피자 나폴레타나보다 작은 지름과, 그럼에도 크게 줄이지 않아 넉넉한 코르니초네의 비중이다. 물론, 그 외에는 다를 것 없는 마리나라인가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빵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단순히 STG 피자 나폴레타나의 맛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회분율이 높은 밀가루를 상당량 배합하여 빵맛이 통상적인 피자 나폴레타나보다 다가오는 것이 있고, 작은 크기이다 보니 크러스트가 돋보이는 느낌도 더 크다. 여러모로 전형적인 피자라기보다는, 피자의 형식을 빌린 요리, 즉 앞서 이야기한 피자 고메의 길 위에 있다는 인상을 준다.

정어리가 통조림 아닌 토마토-통조림 아닌 정어리-비전형의 빵으로 마리나라를 넘어서는 느낌을 제공했다면 디아볼라는 안전한 맛으로 숨을 고른다. 빨간 피자의 2연타에도 불구하고 의도한 서비스 순서일 것이다.

이후 노골적인 라치오와 북부의 레퍼런스로 회전하는데, 로마식 스타일로 만든 피자에 트러플과 마스카포네로 북부의 뉘앙스를, 차이브와 올리브유로 맛의 균형을 갖췄다. 지역 생산자의 마스카포네의 품질이 두드러지고, 푹신한 질감의 피자 베이스가 중북부식 피자 비앙카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이탈리아 북부의 와인이 자연스레 따라붙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훈연한 가지와 농어, 그리고 카스텔마뇨. 후추와 피에몬테 치즈가 특유의 북부 뉘앙스를 이어받는데, 눈부시게 빛나는 것은 가지의 단맛이다. 쿄요리에서 계절을 상징하는 채소를 채택하면서 특유의 문법 속에 녹여내는데, 가지가 확실한 주인공이 되는, 다니엘 카슨이 추구하는 만다린 오리엔탈 피자 바의 스타일이 진하게 녹아 있다.

무화과와 참치, 참치는 SAVOY의 아이디어를 무시할 수 없는 전처리하고 강하게 익히지 않은 느낌. 고르곤졸라와 오보로곤부, 무화과로 지방을 단맛으로 이끄는, 후반부 피자의 인상을 강하게 준다.

'콰트로 포르마지'에 흔히 사용되지 않는 탈레지오와 스카모르차, 그리고 페코리노 로마노를 얹은 피자. 이참에 이 콰트로 포르마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치즈는 꿀의 가장 고전적인 컨디먼트라고 할 수 있겠지만, 치즈로만 이루어진 피자에 꿀을 곁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동아시아적인 설정이다. 그 양식은 고르곤졸라에 꿀로 수렴했기에, 콰트로 포르마지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 피자는 결국 두 가지 서로 다른 설정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되는데, 거기에 몇 가지 치즈를 더 곁들여 그 사이 어딘가를 찾아냈다.

눈에 띄는 것은 탈레지오의 강렬한 존재감이지만, 입안에서 뭉근히 녹아드는 반경성의 넉넉한 질감이 방점을 찍는다. 나는 콰트로 포르마지의 설정이 피자 비앙카를 바탕으로 해서 치즈로 맛을 낸, 치즈로 만드는 치즈 피자 같은 것이라 생각하는데, 단순히 가장 맛이 강한 치즈로는 완성할 수 없는, 넉넉한 질감과 유지방의 편안함이 자연스레 흐름을 이끈다. 개념적으로 피자를 베이스와 토핑으로 구분한다면, 푸른곰팡이 치즈를 토핑으로 사용하기 위한 피자라고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일본식의 '고르곤졸라 피자와 꿀'을 떠올리게 하지만, 겹겹이 쌓인 치즈의 넉넉한 질감, 그리고 경성 치즈의 짠맛이 토마토를 배제하는 피자 비앙카의 성질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대부분 채소가 두각을 드러내는 피자들 속에서, 어쩌면 가장 전형적인 피자미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는 걸작이다.

디저트 역시 우유와 치즈, 그리고 과일로 인상을 이어간다. 아이스크림은 좋은 우유로 만들었지만 질감은 보이듯 불필요할 정도로 무른 편으로, 맛이 진한 우유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그릇이라는 인상을 준다. 한 숟가락의 블루 치즈와 디사론노는 이 식사의 마지막 인상이 이탈리아에 남기에 충분하다.


총평: 만다린 오리엔탈 도쿄의 피자 바는 일본에서 발전하고 변화한 피자 씬의 플레이어라기보다는, 피자의 문법에서는 이탈리아 중북부의 풍부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한 고집에, 하지만 일본의 재료를 선명하게 선보이는 방식이 특징이다. 초반부의 피자는 그 형식여하에 불구하고 분명 제철 채소의 진한 맛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본 특유의 '순'에 짙은 영향을 받은 모습을 보여준다. 산마르자노나 치즈처럼 본질적으로 이탈리아인 재료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맛의 프로필을 가진 이탈리아의 재료를 바탕으로 일본의 것을 맛보기 위한 목적이 두드러진다. 어쩌면 이곳은 피자 바가 아니라 채소 바일지도 모를 정도로.

아마 사람들의 질문이라면, "이곳이 과연 아시아 최고의 피제리아인가?" 일텐데, 같은 종류의 피제리아를 잘 갈고닦은 느낌이 아니라, 일본의 신선한 채소를 조명하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으니 비교선상에 두기는 무리겠지만, 채소를 활용할 이유는 분명히 보여주는 곳이라 본다. 이탈리아산 통조림과 가공식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베라 피자 나폴레타나와는 동치할 수 없다.

분위기: 기역자 바는 간격은 넓지 않지만 높은 층고 덕에 비좁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는 적지 않지만, 난잡한 느낌이 적은 것은 자연스럽게 특정 방향으로 유도되기 때문이다. 결국 알라카르트가 아닌 단일 코스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처럼 '카운터 오마카세'를 지향하는 공간의 영향도 있을까.

서비스: 피자를 굽는 일부 직원의 일본어에는 문제가 있지만, 서버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상.

가격: 점심 JPY 15,000, 저녁 JPY 20,000의 단일 메뉴. 음료까지 약 JPY 5,000~10,000 추가 예상.

The Pizza Bar On 38th · 2 Chome-1-1 Nihonbashimuromachi, Chuo City, Tokyo 103-8328, Japan
★★★★☆ · Italiaans restaurant

https://www.mandarinoriental.com/en/tokyo/nihonbashi/dine/the-pizza-bar-on-38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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