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able by Kevin Fehling - 2025년 여름

The Table by Kevin Fehling - 2025년 여름

얼마 전 위블로의 초청으로 얀 하트비히 셰프가 방한하면서, 독일 요리사에 대한 어느 정도 인식과 관심이 생겼음을 느꼈다. '셰프스 테이블'에서 정관을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준 팀 라우에도 있었지만, 그가 베를린의 이단아라는 데 반해 얀은 비교적 더 전형적인 독일의 프랑스 요리를 뼈대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어 웹에서 독일은 여전히 요리의 측면에서 미지의 땅이다. 인천발 유럽행 항공편으로 바쁘다면 가장 바쁜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이 있고, 개발독재 시대부터 이어오는 인적 교류의 역사가 있음에도 그렇다. 이 블로그에는 지역별로 대표적인 레스토랑 하나씩은 남겨놓고 있는데, 서북부를 상징하는 케빈 펠링의 레스토랑을 소개함으로써 이제 동북부 포메른~구 동독 지역 정도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예약 전에

The Table by Kevin Fehling의 예약은 웹사이트를 통하거나 전화, 이메일을 통해 가능하다. 한 번 예약 확인 절차가 있고, 당일이나 전일에는 확인하지 않는다. 단일 메뉴이나 필요한 경우 사전 조율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요리

하우스 샴페인은 페리에 쥬에.

첫 시작은 공간을 그대로 형상화한 식기에 담긴 타르타르와 타르틀렛인데, 손에 익은 조리법에 새로운 재료를 실험하기를 즐기는 케빈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이제는 독일에서도 메인스트림에 오른 스타일이라 다소 익숙한 감이 있는, 낯선 재료와 전형적 맥락의 결합. 크리스티안 바우처럼 기존 재료가 가진 맥락을 수용하는 방향도 있지만, 케빈은 세계 각지를 형상화한 자기만의 맥락을 창조한다. 사실 타르타르, 타코, 마티니의 베린, 바오 번, 달걀의 형식을 거의 고정하고 그 안에서 아카이브의 레퍼토리를 변주하는 것을 즐기는 그인데, 이번 여름에는 흔하지 않게도 타르틀렛에 그의 대표 넘버 중 하나인 '인디안 서머'가 담겼다.

새우 타르타르는 와사비 향을 낸 소스, 강한 다시마 숙성으로 감칠맛을 강조한 스타일로 전형적인 일본 요리에 대한 서양인들의 견해를 드러낸다면 오른쪽의 타르틀렛이 처음으로 '케빈다움'을 느끼게 한다. 질감에 특히 신경을 쓴 티가 나는 부드러운 타르타르에 큐민을 중심으로 해서 강한 인도의 뉘앙스를 놀랍도록 가벼운 질감과 어우러낸다.

증점제와 에스푸마를 유감 없이 사용한 베린에서는 바닷가재가 오로지 자몽과 적후추의 강렬함을 느끼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었다.

중국 요리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는 것만으로 그 맛을 알 수 있을 차슈 번, 그 오른쪽은 세계의 다양한 달걀 요리를 선보이는 접시로 이번에는 아스픽을 담아냈다. 아스픽은 홀스래디쉬의 알싸함과 훈제한 장어에서 얻어낸 진한 맛이 호화롭게 어우러지는데, 장어 젤리의 비극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물건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완성됭다.전혀 다른 두 대륙의 요리에서 세계 여행을 주제로 한 요리를 한다면서 어수룩하게 외국 요리를 뻔한 스타일에 녹여내는 주방이 많은 오늘날, 진정으로 고민과 시도 끝에 완성되는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

Hamachi (방어) AKI-Kaviar, rote Beete, pochierte Auster & Kokonuss (AKI 캐비어, 레드 비트, 포칭한 굴, 코코넛)

캐비어와 비트, 방어, 굴, 주변을 두르고 있는 것은 코코넛. 캐비어는 특이하게도 중국의 '칼루가 퀸'을 쓴다.

그림만 봐서는 은은한 단맛과 풍성한 지방을 가진 재료를 병렬로 나열하고 좌우의 신맛과 짠맛으로 그 흐름을 관통해서, 결국 굴과 캐비어의 진한 감칠맛만이 주인공일 것 같지만, 전체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이 되는 솜씨가 돋보인다. 비결은 숨겨놓은 와사비의 터치와 단맛으로, 처음에는 브르타뉴적이면서도 후에는 동아시아, 혹은 동남아적인 그 어딘가로 갔다가, 결국은 독일로 돌아오는 자신들만의 아름다움이다.

같은 재료로 만든 한 입 거리의 사이드는 비중의 재배치로 만들 수 있는 유희를 보여준다.

Ungestopfe Gänsleber „LBE“ (가바주(gavage)하지 않은 푸아 그라 "LBE") Walderdbeere, Waldmeister & Rhababer (산딸기, 선갈퀴, 루바브)

케빈은 과거 운영했던 여러 레스토랑에서 이어오는 영감을 종종 선보이는데, 'LBE(라 벨 에포크)' 이름이 붙은 요리도 그의 일환이다. 루바브와 딸기를 곁들인데 더해 향이 독특한 선갈퀴는 물론 푸아 그라와는 다소 상극처럼 보이는 바질-올리브까지 가세한다. 통상 푸아 그라의 짝이라고 하면 단맛이나 신맛이나 한층 더 강한 과일을 곁들이거나 아예 콩포트나 잼을 곁들이기까지 하는데, 어찌보면 연약할 수 있는 요소들이 모여 푸아 그라를 넉넉하게 지탱한다. 아이스크림으로 빚어낸 것은 온도에 대한 감각은 이해하지만 질감이 다소 한계를 내보인다는 느낌이 있었으나, 나머지의 선율은 놀랍게 어우러진다. 분명 방향이 있는 섬유질이 있는 셀러리부터 겔로 굳힌 딸기, 푸아 그라까지 거의 하나 같은 질감을 이룬 데서 열정을 넘어선 집착의 완성도를 마주한다.

Kabeljau mit grünen Aromen (녹색 향을 곁들인 대구) Apfel, Staudensellerie & Forellenkaviar (사과, 오래 키운 셀러리, 송어 알)

Algen Taco mit Avocado und Pimientos(아보카도와 피망을 넣은 김 타코)

송어알과 사과 폼을 얹고 셀러리와 겨자씨를 두른 대구, 그리고 소스를 발라가며 구운 김에 아보카도와 라임, 위 대구의 살을 얹은 요리. 그 요리가 바라는 방향을 보여주듯 지구본이 내어진다. 작은 요리에서는 명백히 형태에서 이어지는 타코 레퍼런스와 김을 위시로 한 노리마키-군칸의 레퍼런스가 충돌하는데, 혼란스럽지는 않지만 그 나아갈 길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다. 반면 특유의 향이 어울려 흔히 짝을 짓는 셀러리와 사과의 신맛에서 알의 짠맛을 거쳐 대구로 이어지는 생선 요리의 실행은 완벽에 가까웠다. 앞서 여러 맛이 부드러운 질감으로 기분 좋게 입안을 자극한 다음 씹으면서 대구와 송어알의 감칠맛으로 마무리한다. 가벼운 소스를 사용하는 요리의 격을 보여주었다.

Ballotine von der Wachtel „Marokko“ (메추리 발로틴 "모로코") Aubergine, Pistazie & Safranhollandaise (가지, 피스타치오, 사프란 홀랜다이즈)

메추리의 발로틴ballotine, 사프란과 후추, 올리브로 낸 소스, 가지, 병아리콩. 고수와 사프란이 통해 중동 요리의 잔상이 살짝 지나지만, 맛볼 때에는 그야말로 프랑스식 가금류 요리의 진수를 마주하게 된다. 지방이 거의 없지만 닭에 비하면 고기 특유의 개성이 있는 메추리의 매력을 더할 나위 없이 드러낸다. 이쯤 되서 주방에서 다음 요리인 오리를 조리하는 향이 공간을 가득 메우니, 조미료도 그런 조미료가 없다. 탐닉할 가치가 있는 소스, 그것을 유감없이 받아들이는 단백질. 피스타치오를 중심으로 한 팍시르farcir부터 살짝 점도 있는 소스까지 메추리에 대한 놀라운 이해와, 그것을 다루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완성했을 결과가 돋보인다. 정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다음 요리의 전까지.

Challans Entenbrust & Entenleber (샬랑 오리 가슴살과 오리 간) Sommerrolle, Tamarinde, Ingwerhollandaise & Zitronengrasjus (월남쌈, 타마린드, 생강 홀랜다이즈, 레몬그라스 주스)

거대한 두께의 샬랑 오리와 역시 상당한 크기로 얹어낸 간이 돋보이는 이 요리 역시 LBE 시절부터 쌓아온 케빈 펠링류의 자랑. 생강 홀렌다이즈, 타마린에 상단의 월남쌈을 떠올리게 하는 가르니튀르와 쌀 크림을 곁들였는데, 쌀 크림이 바스마티의 그 느낌을 완벽하게 재현하면서도 질감만큼은 참으로 프랑스적이어서 놀라움을 선사한다. 홀렌다이즈와 오리 쥬의 깊이도 안정적이었지만, 소금간과 열변화만으로도 절정의 미를 내뿜은 오리를 중심으로 그가 자랑하는 또다른 아카이브 메뉴인 로시니와 샬랑 오리가 겹쳐 보인다. 그 자체로도 더할 나위 없이 쾌락적이며, 스스로를 인용하며-연구가 아니기에 연구 윤리에서 문제되지 않는다- 변화하는 재치의 모습에서 그가 쌓아온 경험과 지혜의 깊이를 본다.

정말로 그 아이디어를 경험할 가치가 있는 쌀 크림.

Schokolade „Mexiko“ (초콜릿 "멕시코") Tamarillo, Avocado & Guave (타마릴로, 아보카도, 구아바)

다크 초콜릿 위에 타마릴로, 옥수수 아이스크림과 어린 바질 잎.

그리고 바질 소르베. 디저트마저도 디저트처럼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흠결이다. 다만 푸아 그라에서 아이스크림을 다루는 질감에 한계가 있는 주방 시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옥수수의 질감이 분명하면서도 적당한 점도를 보이는 옥수수와 묽지 않은 소르베에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형식이 지나치게 사용되는 느낌이 분명히 있는 등 여러모로 앞서 불을 사용한 요리에 비하면 프랑스에 비해 빵-주방의 비중이 적은 현대적인 레스토랑 양식의 아쉬움이 있다.

식사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주방이 오픈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다소 이례에 속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은 미리 마감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독일적인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으리라.

Petit Four (프티 푸르)

진정한 디저트의 역할은 오히려 이런 쪽에서 만나볼 수 있다.


총평: The Table by Kevin Fehling은 수 차례 주방을 옮기면서 어린 나이에 이미 확고한 평을 얻었던 요리사가 오너 셰프로서 자신만의 정체성과 삶을 정립해온 과정을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잘 완성된 레스토랑이다. 가능성에 대한 열정, 호기심, 그리고 특유의 집착과 같은 완성도로 하나 되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도시, 그러면서도 참으로 독일적인 도시 함부르크를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주로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세계 요리의 영감을 곳곳에서 맛보면서도 절정에 이를 때에는 프랑스 요리가 가진 위대한 힘을 기꺼이 내보인다.

케빈은 누벨 퀴진이나 그 이전 프랑스 요리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나 뮌헨의 독일 요리사들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세계적인 항구 도시다운 개방성을 동시에 지녔다.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리는, 그런 경험이다. 새로움을 좇다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버리는 요리사들과는 비견할 것이 못 된다.

서비스: 잘 훈련된, 독일 호스피탈리티의 전형이지만 개인 가게인만큼 약간의 캐주얼함이 묻어난다. 서비스 동선이 다소 고려된 굴곡진 탁자가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썩 흥미로운 경험이 되어준다.

공간: 드높은 층고, 금속 가득한 주방과 바쁜 동선으로 만들어지는 첫인상이 있지만 교감을 통해 녹여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차분함이 이어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음료: 워낙 여러 잔을 마시다보니 같이 게재하지 못했지만, 트렌드와 고집이 적절히 섞인 와인 프로그램도 특기할 만큼 훌륭하다.

가격: 315유로 단일 메뉴. 음료 포함 1인당 500유로 내외 권장.

The Table | Kevin Fe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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