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카츠 노구치 - 카츠샌드

돈카츠 노구치 - 카츠샌드

한국에서 돼지 품종육의 개발 및 보급은 90년대 말~00년대 초에 시작되었다. 유명한 'YBD'가 무려 2005년부터 시장에 소량 공급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문제는 당시 돼지고기의 고급화라고 해봐야 'placeholder' 먹인 돼지고기(녹차, 와인, 보리, 기타 등등)나 지역 명칭을 덧붙이는 데 머무르고 있어 품종의 개량이라는 가치는 시장에 호소하지 못했을 뿐이다. 기껏해야 오래가지 못한 중소규모 프랜차이즈 따위에서나 소모되었던시절이다. 반면 육류 문화의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은 경제 발전에 힘입어 절정의 시기부터 투자한 육종 개발과 그로 인한 소비 문화의 형성이 우리보다 이르게 빛을 보았다. 대표적으로 수혜를 입은 분야가 이 돈가스라고 할 수 있는데, '도쿄 X' 니 '루이비톤(LYB豚)'이니 하는 브랜드 돈육을 사용해 고기의 특징을 강조하는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평범한 식사가 특별한 한 끼가 되기 위한 부가가치는 바로 고기의 품질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오사카에 위치하고 있는 돈카츠 노구치는 그러한 게임을 훌륭히 수행해낸 플레이어로, 저온조리, 고급 브랜드육 사용, 여러 부위나 품종을 조합한 코스 형태의 오마카세 등 요즘 시대에 유행할 만한 것들을 차근차근 쌓아 인기점으로 도약한 가게이다. 본래 이런 가게에는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공유 가능한 경험과 거리가 멀 뿐더러 - 다카다노바바에 가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 자주 고찰할 만한 주제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럴싸한 가게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소비하고 있으면 그만이다. 그것에 대해 논하는 의미는 적다. 그러나 글감이 되지 않는 것과 별개로 일상 요리로서는 참으로 좋아하기에, 항상 돈가스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와중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렸다. 바로 노구치가 가게를 닫고 간사이 엑스포에 출점한다는 것, 그리고 그 엑스포에서는 대량 조리하는 대중식을 판매한다는 것.

간사이 엑스포의 유일한 개인 F&B 매장인 노구치는 회장 한켠에서 테이크아웃 전용의 카츠샌드를 판매하고 있다. 과연 이 요리는 '카츠'의 오병이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노골적인 신적강하가 될 것인가? 그 호기심, 기대, 의혹을 가지고 노구치를 찾은 다음 걸음을 재촉해 산토리에서 '마스터스 드림'을 받아 함께 즐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구치의 영혼을 제대로 품고 있지만, 경험의 측면에서 거리를 재자면 거리의 음식에 가까웠다. 결이 제대로 느껴질 정도의 두께로 썰어낸 등심 부위는 고기 맛이라는 현대 돈가스의 주제의식을 펼쳐내지만, 미리 양념으로 축축하게 재운 표면은 현대식의 거친 표면과 제대로 공명하는 눈치가 아니다. 고기를 내세우다 보니 전반적으로 약해진 조미 역시 빈 공간을 더욱 드러낸다. 어쩌면 그러한 점에서 본래의 '노구치' 스러움이 드러났다. 이런 꿈을 꾸는 요리를 했었지. 여느 일본 요리같은 미니멀리즘. 하지만 나는 그들의 미학에 반대를 던진다. 결국 식문화의 미학에서는 아직 기능-flavour-을 희생하는 아름다움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알케미스트에서마저도 그렇다. 좋은 고기의 맛이라면 빵, 소스, 껍질, 야채에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구조가 되어야지, 나머지가 뒷걸음질치는 방식은 곤란하다. 정교한 설정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 카츠샌드의 고기는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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