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L Burger - 22세기의 햄버거

POPL Burger - 22세기의 햄버거

이전 글에서 대단한 경력을 가진 요리사가 만든다고 해서 모든 게 위대해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반대로 반드시 형편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충분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다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 결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코펜하겐에 위치한 POPL 버거였다.

뉴 노르딕의 기념탑과 같은 레스토랑인 NOMA의 자매점이기도 한 POPL 버거는 단순히 유명 레스토랑의 저렴한 버전이라기에는 각별한 배경이 있다. 무엇보다도 발효다. 원래 NOMA의 비정규 메뉴였던 버거를 모태로 하는 이곳의 버거에는 각종 요소에 발효라는 조리 방식이 묻어난다. 빵은 물론이요 소고기 패티에 사용되는 가룸, 상단 사진에 보이는 튀김에 사용되는 버섯 역시도 마찬가지다. 흔히 식사와 발효 문화 사이의 접점-젖산의 신맛-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발효라는 조리법을 사용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소고기를 사용한 햄버거도 분명히 훌륭하고, 그 디테일에 대해 논하자면 많이 논할 수 있겠지만 상단의 새우버거 유사의 외관을 뽐내는 샌드위치 아래에서 그 무익함을 깨달았다. 노루궁뎅이버섯을 콩피해서 그을린 뒤 튀겨내 사용하는데 마치 살이 오른 갑각류와 같은 질감과 단맛을 지니고 있어 버섯의 가능성을 다른 차원으로 확장한 느낌을 주었다. 특유의 향을 뽐내는 동아시아 버섯의 가치를 높이 사지만, 버섯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향(flavor)에 있는 것이 우리의 문법이다. 감히 단백질을 대체하려고 드는가? 반대로 단백질이 균류를 대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역발상의 승리였다. 물론 그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 소렐과 마다가스카르 후추의 강한 향신이 감각을 휘젓고, 구스베리는 북유럽의 정서와 신맛을 보태는 등 구조는 정교하다. 신맛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구운 향이 좋은 빵은 가장 마지막에 나열해도 좋을 만큼. 단순히 새롭거나 희귀한 재료에 기대는 게 아닌, 전체적으로 샌드위치라는 경험의 축선을 따르면서도 모든 것을 바꾸었다. 단순히 바꾸는 재미를 넘어 대체의 필요성으로 나아간다면, 햄버거 하나마저도 뉴 노르딕이라는 분류에 굳이 넣을 수 있으리라.

향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인데, 감자 자체에 뿌린 향신료도 강렬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해초를 사용한 마요네즈와 호박씨로 만든 칠리는 감자튀김이라는 단어의 표현을 다른 차원으로 옮길 정도의 파괴력이 있었다. 동네의 특성상 물론 유료지만(15DKK) 잘 만든 햄버거와 감자튀김, 또는 값비싼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 이상에 도전하고자 하는 목표가 이어지고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발효와 향신을 이어주는 소스, 바로 케첩에 있는데 케첩의 원형이 되는 중국식 피쉬 소스로 1/4 걸음 정도 돌아간 듯한 선명함이 있다. 분위기에 취했을지도 모르지만, 케첩 안의 토마토의 선명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점의 인기 덕에, 그리고 방문 당시 모점이 여름 휴가 중에 있었기 때문에 공간을 메운 사람의 절반은 노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3스타-드디어- 레스토랑의 음식을 저렴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뉴 노르딕 퀴진의 흔적을 좇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나에게 노마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청량음료라는 전형적 삶의 방식이 환경의 변화와 인문의 진보에 따라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으로 보였다. 레스토랑의 실험 메뉴가 팝업 레스토랑이 되고, 팝업 레스토랑이 다시 정규 레스토랑으로 자리잡았듯이 POPL 버거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그래야 할 당위가 느껴지는 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