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m Yorke - ANIMA [Pitchfork]

Thom Yorke - ANIMA [Pitchfork]

* 이 리뷰는 Pitchfork의 리뷰를 편집, 의역한 것입니다.

톰 요크의 세번째 솔로 앨범은 그의 밴드 없이 그를 제대로 표현한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은 사회적 혼란과 개인적 독백 사이의 불편한 공간에 파고든다.

이번달 초, ANIMA Technologies의 수상한 광고가 런던 지하철에 등장했다. 이 회사는 이른바 "꿈 카메라"라는 걸 만들었다고 주장했는데, 무의식속 세계를 찍을 수 있는 촬영장비라는 걸 말이다:"연락 주시면 꿈을 되찾아 드립니다." 광고 문구는 이렇게 약속했다. 하지만 호기심 넘치는 소비자들이 받은 것은 이상한 음성 녹음, 정확히는 꿈 카메라의 광고 문구를 반복하는 녹음 뿐이었고, 이는 곧 (웹사이트의) "고등법원"에 의해 꿈 카메라는 정지되고 말았다는 문구로 이어졌다.

이는 아마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재미 없는 에피소드가 되버릴 것만 같은 "블랙 미러"의 티저거나, 톰 요크의 새 앨범 프로모션이거나.

톰 요크의 세번째 앨범, ANIMA는 라디오헤드와 톰 요크의 작곡에서 드러나는 기술 발전에 의한 디스토피아에 대한 건강한 불신과 꿈을 주무대로 하고 있다. 두뇌에서 나온 선들과 이 세계에서 나오는 선들이 서로 교차하는 작품들을 떠올려보라. paranoid android, fake plastic trees... 현대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죽어가는 듯한 노래들을 불러온  이 가수는 우리의 환상 속에서 우리를 꺼내고 싶어하는 듯 하다. 꿈과 악몽, 몽유병과 같은 것들이 ANIMA의 노래들을 음산하게 만든다. 이 멜로디들은 그가 라디오헤드 밖에서 만든 작품들 중 가장 어둡고, 또 가장 상냥하다.

톰 요크는 ANIMA에서 불안감의 시간을 묘사하고자 했고, 유령과 같은 진동과 심장이 멎는 듯한 소리로 가득차서 정말 그렇다. 이것은 놀라운 일은 아닌데, 톰 요크의 솔로 프로젝트는 항상 이상하고, 가끔은 부서진 것 같은 소리를 냈으니까 말이다. 그의 솔로 데뷔인 The Eraser와 소포모어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 둘과 비교했을 때, ANIMA는 이빨을 장착한 느낌이 있다.

몇몇 비평가들은 톰 요크의 솔로는 미완성에 가깝다며 불평하곤 했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록 밴드의 프런트맨이자 핵심으로 살면서, 늦은 밤에 랩탑 앞에서 만드는 작품은 만들기는 힘들었을 지라도 그만큼의 관심을 받는 데 비해 청자들을 설득하는 힘은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ANIMA는 그와 Godrich이 하면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첫 앨범은 너무 라디오헤드 같았고, 두 번째 앨범은 또 라디오헤드의 부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면, ANIMA에서 드디어 길을 찾은 느낌이다.

트랙에서 트랙으로 이어지면서, 그는 끊기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 앨범에서 최고의 트랙들은 신디사이저 하나 또는 두 개에 드럼만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이 앨범에서 그가 매우 적은 것들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놀랍다. 사실 이렇게까지도 필요 없이, 스크래치 노이즈와 킥드럼만으로 만들어내니 말이다. 거기에 필요한 상황에 따라 그의 목소리가 덮일 뿐이다. "Impossible Knots"은 아프로비트나 푸가지 사이 어디에 있는 듯한 역동적인 전자음악의 베이스라인을 보여주며, 닫는 곡은 투아렉이 떠오르는 베이스를 이용하여 트랜스와 같은 운율을 만들어낸다. 이 앨범의 모든 악기들이 이렇게, 하나하나 우리를 궁금하게 만들고, 바라게 만든다.

물론 이 앨범에는 주제의 선이 강한 곡도 있다-"The Axe"에서는 기술 발전이 세계를 잘못된 길로 이끌 거라는 의심이 공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톰 요크는 추상적이고 다루기 힘든 것들을 노래한다. 뭉개진 가사들은 마치 석간 신문을 쥐어 찢어놓은 듯 하며, 그는 가끔씩 스스로에게 웅얼대는 듯 하기도 하다. 마치 ANIMA사의 꿈의 카메라로 찍은, 흐릿한 꿈의 사진을 보는 듯.

넷플릭스에는 이 앨범을 위한 단편 영화가 준비되어 있다. 실연과 노스탤지어, 그리고 후회로 점철된 작품을 보라. 시작을 기념하는 동시에 두 번째 기회를 놓친 아쉬움을 떠올려 보라. 신디사이저의 화음 속에서 톰 요크는 과거의 삶의 망령을, 과거에 꾸던 꿈을 되살린다. "우리가 다시 할 수 있었다면.."

​점수: 8.3 / 10


톰 요크의 작품들은 조용한 곳에서 정념이 폭발할 때는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나의 아픈 곳을 신디사이저로 긁어내는 느낌. 그러나 이런 사랑을 일상속으로 데려오기에는 삶은 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여러모로 요즘 제 상황에는 멀리해야만 할 정도로 강력한 앨범.